토스카나行 여행인문학
토스카나行 여행인문학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의 주인공 돈키호테는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여인 돌시네아를 구하기 위해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실체도 보지 못한 여인에 대한 그의 사랑은 용감하다 못해 무모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만약에 돌시네아가 실존하는 여인이었다면, 돈키호테의 연인이었다면, 돈키호테의 사랑이 소설에서만큼 커졌을까? 어쩌면 실체가 없는 환상 속 여인이었기에 더 애틋한 사랑이 가능했던 것은 아닐까?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생애 단 두 번 마주친 여인을, 말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여인을, 차라리 돌시네아와 다를 바없는 여인을 평생 끔찍이도 사랑한 사람. 피렌체의 시인 단테다.
9살 소년 단테는 아버지를 따라 어느 귀족의 파티에 참석한다. 그곳에서 한 소녀를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된다. 소녀의 이름은 베아트리체. 그러나 수줍음 많은 소년은 소녀의 주위만 맴돌다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후에 단테는 자신의 책 「신생」에 당시의 솔직한 심경을 이렇게 적어 놓았다. "그 순간 아무도 볼 수 없는 마음의 방에 살고 있던 생명의 정신은 너무 격렬하게 요동쳤으며 작은 맥박소리에도 놀라 부들부들 떨었다."
그 뒤로 오랫동안 단테는 베아트리체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피렌체의 베키오 다리 주변을 산책하던 단테 앞에 베아트리체가 나타났다. 소녀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날로부터 9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였다. 오랜 시간이흘렀지만 단테의 사랑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인이 된 베아트리체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었다. 결국 단테는 고백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베아트리체와 눈인사만 나눈 뒤, 지나쳐 보내고 말았다.
베키오 다리의 우연한 만남은 단테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였다. 얼마 뒤 베아트리체는 정혼자와 약속된 결혼을 한다. 단테는 절망했다. 그런데 그것이 최악의 상황이 아니었다. 베아트리체가 24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두 번의 만남, 한 번의 눈인사. 그것이 단테에게 주어진 사랑의 전부였다. 그 뒤로 단테는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만 결국 죽는 순간까지 베아트리체를 잊지 못했다. 단테는 그녀에 대한 사랑을 「LA COMEDIE(희극)」라는 제목의 장편 서사시로 완성했다. 그리고 이 책이 우리나라는 「신곡」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판된다. 「신곡」은 위대한 사랑이었을까, 무모한 기억이었을까.
내 시는 이전에 존재한 적 없고 앞으로도 나오지 못하리.
그것을 쓰기 전까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쓰지 않으리
단테
글│아트래블편집부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ARTRAVEL
www.artrav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