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RTRAVEL Aug 09. 2018

ARTARAVEL COLLECTION_READ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도시 아빠들의 특별한 놀이터 만들기 프로젝트






자연과 친구가 되고, 이해하여 각진 마음이 아니라

조금은 두루뭉술하게 어울릴 줄 아는 둥근 마음을 주고 싶었다. 

한 마디로, 자연을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갈 친구로 아이들에게 소개해주는 것, 

이것이 이번에 아빠들이 진행할 프로젝트다.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중에서  





프롤로그

아빠가 되고 싶은 아빠들

 

어느 날 아이가 태어났다. 아니, 아이가 인생에 들이닥쳤다. 누구 아빠라는 생소한 별칭도 생겼다. 아이가 언제쯤 태어날지 여러방법으로 계산해 놓고 있었다. 아내와 미리 태어날 아기의 이름을 지으며 온갖 상상도 해봤다. 그런데 막상 아이와 마주한 아빠는 머리 속이 하얗다. 아빠가 되었지만 아빠가 아닌 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든다. 아빠들은 오늘도 아빠가 어떻게 되는건지 궁금하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은 욕심일 지도 모른다. 아빠들은 그냥 아빠가 되고 싶다. 


책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는 아빠가 되고 싶은 네 아빠의 이야기다. 아이가 태어났고, 아빠가 되었지만 네 사람 모두 과연 아빠가 무엇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좋은 아빠, 나쁜 아빠를 가리려는 것이 아니다. 아이의 아빠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그 고민의 끝에서 네 아빠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 지어주기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이것이 정말 아빠의 역할일까. 그건 네 아빠도 모른다.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아빠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해보려는 것이다. 아이들과 함께할 집을 짓고, 손수 놀이터를 제작하기로 한다. 책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는 놀이터 제작기인 동시에, 네 아빠의 고군분투 아빠 성장기다.  





한 삽 

사랑이 다 해결해 주진 않더라 


자녀들을 위한 공간 만들기에 돌입한 네 명의 아빠. 주중에는 회사 일을 하고 주말이면 홍천의 공사현장을 오가며 남긴 기록들. 열정은 넘쳤으나, 경험은 일천했다. 도시 사는 아빠들은 전기톱 하나 제대로 다룰 줄 모른다. 무모하기 짝이 없는 프로젝트. 대체로 이런 정도의 무모함은 사랑에서 비롯된다. 쉽지 않은 프로젝트였지만 아빠들을 끝까지 지탱해 준건 자녀에 대한 사랑이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겠지만, 사랑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진 않는다.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에 담긴 이야기의 절반은 프로젝트 도중 생긴 문제에 관한 것이다. 실수도 많고 탈도 많다. 웃으며 시작했지만, 종종 얼굴을 붉히는 장면도 등장한다. 온갖 난관을 헤쳐나가며 조금씩 완성되어가는 놀이터. 놀이터가 다듬어 질수록 아빠들도 조금씩 다듬어져 간다.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지만, 천천히 진짜 아빠로 성장하는 아빠들의 모습이 놀랍기까지 하다. 





두 삽

아빠들의 리틀 포레스트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작은 숲이 필요하다. 하루가 모두 힘들어도, 단 몇 분이라도 들어가 쉴 수 있는 공간. 아빠라고 다를까. 아이와 가정에 대한 책임감에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보통 부모는 언제나 희생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사회는 아빠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지웠다. 자신의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받아줄 여력이 될까. 오히려 지나친 희생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도 한다. 그러니 아이와 평화롭게 공존하고 싶은 아빠라면 자신만의 작은 숲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책 속의 네 아빠는 주말이면 홍천의 공사현장으로 내려가 나무도 깎고, 밭도 일구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이 책을 보면 어느 순간 아빠들이 놀이터 제작 현장으로 가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공사를 하며 다른 아빠들과 주고받는 농담, 홍천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저녁이면 근사하게 차려 먹는 식사. 책의 중반쯤 되면 어쩌면 놀이터를 제작하는 공간은 이미, 아빠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다. 놀이터 제작 현장은 사실, 네 아빠의 리틀 포레스트이기도 했다.  





세 삽

아빠는 오늘도 실수합니다 


세상에 아빠는 많지만 완벽한 아빠는 없다. 정확한 기준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 그러니 오만 가지 실수를 다 저지른다. 아빠 입장에서 아이는 경험해 본 적 없는 세계다. 그럼에도 아빠들의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아이에게 실수하고 싶지 않다. 어떻게 해서든 실수를 줄이고 좋은 기억만 심어주고 싶다.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주고 싶고 항상 웃음만 넘치기를 바란다. 그러다 종종 아이에게 행복을 강요하기도 한다. 실수다. 실수는 저지를 수 있다. 다만, 실수를 실수로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빠에게 남아있다. 


네 아빠는 놀이터를 제작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 본다. 혹여 실수 한 것은 없는지, 자신의 욕심 때문에 어떤 감정을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아이를 위해 그네를 손수 만들면서 오래전에 저지른 실수를 떠올린다. 가끔은 서로의 실수를 공유하기도 하고, 책을 돌려보며 공부도 해본다. 그렇게 아빠들은 실수를 하나하나 인정한다. 놀이터가 완성되어 갈수록 아빠들도 아빠로서 한 뼘씩 성장해간다. 실수를 인정하는 법부터 시작해, 아이의 세상을 인정해주는 법까지. 그렇게 차츰 네 사람은 아빠가 되어간다. 





20살이 되기 전까지 시골에서 농사일을 도와드리며 살았다. 

미꾸라지를 잡고 개구리를 잡던 내가 벌레만 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경험이 없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작은 벌레나 흙이 묻을까 신경 쓰는 삶을

딸들에게 고스란히 남겨줄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적어도 내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것들을 남겨주고 싶다. 

자연이라는 이름이 얼마나 멋진 것인가를, 부모로서는 당연히 새겨줄 의무가 있다.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중에서 





아이들의 책임과 의무는 마음껏 노는 것뿐이다. 

넘어져 다치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다독여주고, 

다시 놀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 

노력해서 구구단 하나를 외우는 것도 좋지만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경험은 어떤 배움보다 값진 것이리라. 

이곳 아빠들이 만들 홍천 자연 놀이터에서 그러한 배움이 시작되리라 믿는다.


「아빠들 삽질하겠습니다」 중에서  





에필로그

아이야, 너는 마음껏 엉뚱하기만 해라 


아이를 키우며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자주 쓰는 말들이 있다. "안돼! 하지마!" 아이는 처음 마주하는 세상에서 무수한 거절을 경험한다. 부모는 어느 순간 아이를 감시하고 있다. 뇌과학에서는 평균 7세부터 추상적인 사고와 공감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뇌과학에 따르면 7세에서 12세까지 빠르게 전두엽이 발달하며, 좌뇌와 우뇌가 자리를 잡는 시기다. 이 시기 뇌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아이는 하루에도 수천 가지 상상과 생각에 빠지게 된다. 그러니 12세 이전의 아이가 엉뚱한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다. 뇌과학자들은 조언한다. 12세 미만 아동에게는 감시보단 관심을, 거절보단 경험을 선물하라고 말이다. 


아빠들은 이 사실을 놀이터를 지으며 깨닫는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놀이터를 짓기 위해 어떻게든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야 했기 때문이다. 어른들이야 놀이에도 규칙이 있지만, 아이들은 다르다는 사실. 구태여 화려한 놀이기구를 만들어줄 필요도 없었다. 흙 한 줌이면 아이들은 수만 가지 놀이를 할 수 있다. 커다란 물탱크는 아이들의 세계에서 가정집이 됐다가도, 감옥이 되기도 하고, 어느 날은 멋진 성이 되기도 한다. 아빠들은 놀이터를 제작하며 그 세계를 발견한 것이다. 제작을 마친 뒤 아빠들은 하나의 공통적인 깨달음을 얻는다. 아이는 키우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 서로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이야 말로 아빠가 되는 첫 걸음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글│이수진, 임상규, 김태성, 송성근

사진│이수진, 임상규, 김태성, 송성근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ARTRAVEL 

www.artravel.co.kr
매거진의 이전글 ARTRAVEL VOL.3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