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스트레스를 처음으로 느껴본 건 고등학교 시절이다. 학교가 집에서 멀었기에 지하철로 1시간을 가야 도착할 수 있었고, 심지어 환승을 해야 하는 노선이었다.
지하철이라는 공간에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1시간 동안 서있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가뜩이나 키도 작아서 손잡이 잡는 것도 힘든데, 열차가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는 게 스트레스로 다가오더라. 어떻게든 자리에 앉고 싶어 했던 그때가 기억에 남아있다.
내 앞 자리가 비었는데, 저 멀리서 자기가 앉겠다고 뛰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움직이기도 힘든 출근길 지하철에서 수많은 인파를 제치면서까지 말이다. 나도 앉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거침없이 다가오면 순간 얼어붙었다. 주저하는 사이,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 차지가 됐다.
이때부터였다. 내가 등굣길에 온 신경을 쓰게 된 건. 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내릴지 안 내릴지, 옆에 서있는 사람이 자리가 나면 앉을 태세를 취할지, 염치없게 저 멀리서부터 뛰어와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은 없는지. 자리에 앉겠다는 열망하나 때문에 등굣길은 이미 스트레스로 가득 찼다. 나도 모르게 하루를 시작하는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었던 것이다.
꽤나 오랜 시간 동안 이게 당연한 건 줄 알았다. 다들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 아닌가. 이 스트레스는 모두가 느끼는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조금 지난 고3 무렵. 여전히 지하철로 등하교를 하고 있다.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학업 스트레스가 심각해졌다는 것.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잘 모르겠으나, 지하철에서도 공부를 하니 주변 사람들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자리에 앉겠다는 열망도 사라졌다. 난 그저 사람들 사이에 낀 채로 책과 볼펜을 잡고 있을 뿐. 지하철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잘 모르겠다. 지하철을 탄 지 5분도 안 지난 것 같은데, 벌써 내려야 하는 역에 도착하더라.
그동안은 등굣길이 너무 길게 느껴졌었다. 한역 한역을 지나갈 때마다, '이 사람은 언제 내리지? 왜 안 내리는 거야. 좀 앉자 나도.' 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만이 가득했다. 역과 역 사이가 4분 정도이니, 4분마다 이 생각을 하며 등교를 하고 있던 것.
하지만 고3 때는 달랐다. 주변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환경이 변한건 아니었다. 사람이 미어터지던 지하철은 그대로였으니. 바뀐 건 나였다. 주변이 아닌 나에게 집중하자 스트레스도 함께 사라졌다.
그동안 나는 왜 쓸데없이 주변에 신경을 쓰고 있었을까.
우리는 수 없이 많은 사소한 것들에 신경을 쓰며 살아갑니다. 날씨가 흐리다고, 너무 덥거나 춥다고 짜증내지는 않나요? 발 디딜 틈 없이 꽉 찬 사람들 틈에서 숨 막히는 하루를 시작해야 할 때,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지는 않나요? 옆 사람의 향수 냄새가 너무 강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시선이 왠지 모르게 날카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순간들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고, 때로는 분노라는 감정까지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과연 이 상황들은 개인의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들일까요? 날씨를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요? 출근길 모든 사람들에게 "오늘은 출근하지 마세요!"라고 명령할 수 있을까요? 타인의 냄새나 시선까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답은 '아니오'입니다.
아무리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린다고 해도, 세상은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짜증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상처가 되어 돌아올 뿐입니다. 소중한 에너지를 헛되이 낭비하고, 마음의 평화를 스스로 깨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모든 불쾌함과 짜증을 속으로 꾹꾹 눌러야만 할까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외부가 아닌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입니다.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멈추고 오롯이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웹툰을 보며 맘껏 웃어도 좋습니다. 유튜브 채널을 탐험하며 새로운 지식을 얻거나 재미있는 영상을 찾아봐도 좋습니다. 좋아하는 노래에 흠뻑 빠져 감미로운 멜로디를 즐기는 것도 훌륭한 방법입니다.
물론 세상은 여전히 시끄럽고 통제 불가능한 일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압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집중해야 할 것은 바꿀 수 없는 외부 환경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요.
주변에 더 이상 화내지 마세요. 본인에 집중하세요. 웹툰, 유튜브, 음악… 무엇이든 좋습니다. 진정으로 당신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에 집중하며, 하루를 평온하게 시작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