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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계속된다

고요한 극장에서

by 조우주

어려운 시기이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특히 더 그렇다.

요즘 영화관에 가면 낯설면서도 편안하고, 또 한편으로는 알 수 없는 싱숭생숭한 기분이 든다.
이제는 누워서 영화를 관람하거나, 버튼 하나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관람 환경이 많아졌다.
GV나 싱어롱 상영회처럼 영화를 다르게 즐기는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사람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텅 빈 영화관의 고요함이 쓸쓸하게 다가온다.

OTT를 통해 집에서도 편리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굳이 영화관에 가야 해?
비싼 티켓 값을 내고
모르는 사람들 옆에 붙어 앉아서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그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믿는다.
극장이 암전 되고, 커다란 스크린이 빛을 뿜어낼 때,
그 어둠 속에서 온몸으로 집중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집에서 모니터나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것과는 결코 같을 수 없다.


거대한 이야기 속으로 내가 작아져 사라지는 경험.
그때야말로 영화가, 삶보다 더 삶처럼 느껴진다.


창의성이 필요한, 인간만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예술조차
이제는 AI가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예술, 산업, 기술 모든 곳에서 경계가 무너지고, 익숙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낯설어지는 요즘이다.

영화가 계속될 수 있을까.

영상의 길이는 점점 짧아지고,
자극적인 이미지와 빠른 전개가 당연해진 시대.
사람들은 몇 초 안에 '좋아요'를 누르고, 또 몇 초 만에 다른 영상을 찾아 떠난다.

긴 호흡을 요구하는 영화는,
그런 시대의 흐름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

흑백영화에서 컬러영화로 넘어갈 때,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갈 때,
어떤 사람들은 말했었다.
"이제 영화는 끝났어."

하지만 영화는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며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비추었다.

아마 지금도 그런 시기일 것이다.
형식은 달라지고, 방식은 변하겠지만
본질은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얼마 전, 영화인 모임에 참석했다.
오랫동안 영화를 만들어온 한 감독님이
"후배들에게 양보해야 하는데... 나도 제작지원 공고에 지원해도 될까?"
조심스럽게 물으셨다.

그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나는 생각한다.
영화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만들어 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이 길 위에 설 수 있었다는 것을.

누군가는 앞서 걷고,
누군가는 그 뒤를 따라 걷는다.

하지만 결국, 모두 같은 꿈을 품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


이런 시대에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어쩌면 세상에 맞서는 일인지도 모른다.
변화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흔들리면서도 다시 한 걸음 내딛는 일인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 길을 걷기로 했다.

더디고 느릴지라도
때로는 길이 끊긴 듯해도


나는 계속 영화를 만들 것이다.

때로는 불안하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과연 이게 의미가 있을까" 의심하면서도

그래도 나는

영화를 계속 만들겠다.


그것이 나의 방식으로, 이 시대를 살아내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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