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으로 인식할 때 더욱 빛이나는 나만의 귀한 무기 찾기
“아.. 나 진짜 운동 안 하면 안 되겠다..”
저녁시간에 더욱 빡빡한 상담 스케줄로 퇴근하자마자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야식을 주섬주섬 흡입하곤 했던 그 어느 날.
무심코 지나치던 거울 앞에는 웬 낯선 남자가 멀뚱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느새 없어져버린 턱선, 풍성하게 늘어나버린 인격(뱃살), 잔뜩 무거워진 몸뚱이를 보고 강한 동기부여가 몰려왔다.
물론, 사회적으로는 푸근하고 안정감 있는 상담자의 모습도 어느 정도 메리트가 있겠지만,
가볍고 탄탄한 몸매를 자랑하던 한때의 잃어버린 영광을 떠올리며 동네 헬스장을 알아보던 중 '킥복싱 체육관'의 간판이 눈에 확 들어왔다.
헬스클럽 운동에 좀 더 익숙한 터라 잠시 고민이 되었지만 마침 진행 중이던 '글러브 증정 이벤트'는 좀 더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게 해 주었다.
킥복싱 체육관에서의 운동은 혼자 하는 운동이 아니라
다 같이 특정 동작을 반복하기도 하는 단체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었는데 신체 여러 근육을 자연스럽게 고루 사용하게 하는 운동이었고 무엇보다, 샌드백을 치면서 체력의 한계치에 도달할 때까지 땀을 쭈욱 빼었을 때 느껴지는 희열감도 있었다.
사실, 상담을 하다 보면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의 모습보다 숙련된 상담자의 모습만 내보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내담자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기다려주는 것에 있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할 때도 많아 스트레스 요인이 되곤 한다.
그런데 이렇게 열심히 운동하면서 땀도 많이 흘리고 잠시나마 상담자의 가면도 내려놓을 수 있던 것은 마치, 온전한 나의 모습을 만나는 것만 같아 편안하고 좋은 느낌을 받았다.
그날도 온 힘을 다해 열정적으로 샌드백을 치고 있던 참에 마침 옆 라인에 있던 선수분이 매우 어정쩡한 나의 펀치 동작을 교정해주며 말을 건넸다.
“근데 킥복싱은 자신을 정말 잘 알게 해주는 운동인 거 알아요?”
나는 무슨 뜻인지 의아해서 물었다. “네.. 어째서죠?”
“팔 길이, 키, 몸무게 이런 거 모두 경기에 영향을 주잖아요. 이게 그냥 다 나예요. 남이 아니고...
그니깐 신체적인 약점이 있어도 다 인정해야 해요. 결국 링에 들어가면 맨몸이니까요.”
그냥 이런 짧은 몇 마디를 나누었던 것뿐인데, 그 몇 마디의 말은 그동안의 나를 충분히 돌아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만약, 내게 주어진 것에 어떤 약점이 있다 해도 주어진 조건 안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결국, 약점을 무시하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올라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핵주먹으로 이름난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은 178cm의 작은 키로 같은 체급에서 그를 상대하는 다른 복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를 가졌으나 자신의 신체에 맞는 자세와 체중을 100% 싣는 타격 방법을 완성하여 핵주먹이라는 별명으로 프로복싱 무대를 주름잡았었다.
그는 데뷔 후 19경기 연속 KO승을 거두며 세계 챔피언 자리에 올랐을 정도로 대단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가 이런 대단한 선수가 되기까지, 분명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는 과정을 혹독하게 겪었을 것이다.
팔을 뻗어도 상대가 닫지 않는 거리에서 스텝과 풋워크를 이용하여 상대의 품 안에 파고들 수 있게 되기까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을 것이며 계속된 노력이 쌓여감에 따라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탄생했을 것이다.
이것이 유독 복싱만의 예는 아닐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내 안에는 약점이라 분류해놓은 좋아하지 않는 내 모습도 분명 존재할 수 있다.
우리는 이것을 자랑스럽지 않게 생각하며 감추고 분리하여 되도록 타인의 눈에 띄지 않도록 애를 쓴다.
하지만, 나의 어떤 부분을 단순히 강점과 약점으로 구분 짓기보다 그냥 이것 전체를 나의 특성이라고 인식해보면 어떨까?
약점이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상황에 따라서는 나의 동기를 끌어내 주는 귀한 자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런 모습들을 부끄러워하고 감추며 무시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마음의 문을 열고 나의 특성에 대해 섬세하게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내가 가진 특성이 ‘나만의 귀한 무기’로 성장해갈 수 있을 때까지.
마지막으로, 우리 록키 발보아 형님의 멋진 명대사와 함께 이 글을 마친다.
"인생은 얼마나 세게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맞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느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