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핫한 아트씬, 멕시코시티 [머티리얼 아트페어]에 가다!
llll. 보도블록은 살아있다.
바닥에 깔린 보도 블록을 의식하며 길을 걷는 일은 흔치 않다. 간혹 디자인이 특별히 멋질 할 때나 잠시나마 바닥을 유심히 본다든지 할 뿐.
하지만 이곳 멕시코시티의 보도블록은 살아있다.
아니, 그렇게 표현해야 적합할 것이다.
머티리얼 아트페어로 향하던 리퍼를리카 길 Calle de la Republica 위에서, 나는 보도가 살아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잠시라도 발걸음을 조심하지 않고 방심하는 순간 "덜컹!" 거리면서 나를 놀라게 하는 일이 다반사. '니 발 밑에 나! 몰랐지?'하면서 말을 건네는 보도 덕분에 멕시코시티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까지 길을 걸을 때면 조마조마하는 마음이었다.
심지어 곳곳에 깨진 채로 방치된 보도 블록 밑으로 캄캄한 구덩이가, 혹은 삐죽하게 노출된 철근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자칫하면 다리를 크게 다칠지도 몰라! '하며 놀라는 순간, 출국 길에 잊지 않고 가입한 여행자 보험을 떠올리며 마인드 피스를 읊었다.
lllll. @프론톤 멕시코 Frontón México
살아있는 보도블록에 놀란 마음이었지만, 다시 정신을 다잡고 길을 아작아작 밟아가며 프론톤 멕시코 Fronton Mexico 근처까지 왔다.
머티리얼 아트페어가 열리는 이 프론톤 멕시코는 다목적 이벤트홀로, 1920년대 아르테코 양식으로 증축되었으며 최근 내부 공사를 마치고 굵직굵직한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야자수는 내가 외국에 있다는 느낌을 실감 나게 해주는 스파이스 spice와도 같은 존재. 풍경은 야자수 이파리들은 바람결에 느릿느릿 춤을 추며 여유롭다. 아트페어에 온 사람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풍경. 저마다 아티스틱한 스피릿이 가득했다. 역시 풍경은 사람이 완성하는 것이구나.
프론톤 입구에는 아트페어에 온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고 어느새 나도 스르륵 그들 곁으로 다가가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래, 바로 이거지-
들뜬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는 오프닝 데이 특유의 분위기에 나도 잠시 올라 타 본다. 그러던 찰나, 사람들을 관찰하던 내 시선은 어느새 아트페어 베너가 있는 곳에 머무른다.
llllll. 'ㅁ'? 'ㅇ'? ?! 아무튼 다 마음에 들어, 머티리얼 아트페어!
마치 한글의 미음'ㅁ'과 이응'ㅇ' 혹은 도넛? 이 연상되는 멋진 로고 디자인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결국 티켓을 사기도 전에 아트페어 셔츠 두장과 캔버스 백 하나를 계산하고 있던 나. 아트페어의 예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라며 합리화했다.
다크 네이비 컬러와 베이지라는 시크한 색상 조합으로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이 인상적인 머티리얼 아트페어의 로고. 홈페이지, 포스터, 아트페어 내외부 베너 등 통일된 상징 이미지로 곳곳에 착실히 장식되어있었다.
과하지 않은 세련된 이미지의 디자인으로, 아트페어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보습이 보기 좋았다.
클래식한 느낌 그대로 보존된 티켓박스. 성인 1명이요! 하니 생글생글 웃는 앳된 모습의 아트페어 직원이 어디서 오셨나요? 한국이요? 멀리서 오셨네요! hola! 즐거운 전시 관람되세요! 하면서 멀리서 온 내게 친근하게 환영 인사를 건넨다. 예상치 못한 사소한 환대로, 나는 관람 전부터 참 기분이 참 좋았다. 티켓도 종이 영수증 따위가 아닌, 이렇게 클래식한 티켓 같은 티켓! oh yay!
lllllll. 어디서, 왜 왔니? 머티리얼 아트페어!
그나저나 갑자기 툭 튀어나왔을 리가 없잖아? 하는 생각에 누가 언제 대체 어떤 이유로 머티리얼 아트페어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찾아보았다.
2018년 올해로 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머티리얼 아트페어는 아트 디렉터 슐츠와 델바하라 Brett W. Schultz & Daniela Elbahara가 기획한 행사이다.
슐츠와 델바하라는 갤러리 요테펙 Yautepec을 운영해오며 주기적으로 대형 아트페어에 출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들의 갤러리가 갖는 비전과 초대형 아트페어의 방향성이 조화를 이루기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직면하게 된다.
*이전에 아치쿠가 연재한 해변가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마이애미 비치에 가다의 배경이 되는 아트페어가 바로 세계 최대, 최고의 아트페어, [아트바젤 ART BASEL]이다. (스위스 바젤을 거점으로 미국 마애 미비치, 홍콩에서 각각 매해 6월 12월 3-4월에 열린다.)
예를들어 가고시언Gagosian, 즈워너 Zwirner 갤러리와 같이, 뉴욕을 거점으로 런던, 파리, 상해, 홍콩 등 전 세계 아트 메트로폴리탄 곳곳에 진출해 슈퍼리치급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아트바젤과 같은 주요 행사에는 출전 갤러리마다 수백억 원대 작품을 출품하며 그 위상을 자랑하기 바쁜 것이 사실이다. 당연히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그곳 갤러리들의 컬렉션에 집중됨은 물론, 판매 수익 또한 비교도 할 수 없다.
슐츠와 델바하라는 이런 기성 아트페어를 통해서는 자신들과 같이 '새로운, 실험적 시도를 하는 젊은 아티스트'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갤러리의 존재감을 드러내기엔 역부족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젊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트페어를 기획하고자 했고, 소속 아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큐레이터로서 전시를 기획하며 직접 갤러리까지 운영하는 사람들을 수소문하기 시작했다.
특히 중요한 포인트는 소규모 아트페어지만 인비테이션 온리 Invitation Only, 즉 자신들만의 정확한 방향성과 기준 하에 전 세계 곳곳의 힙한 갤러리를 조직위원회가 선정(이 위원회는 매해 교체된다고 한다)하고, 오로지 초대장을 받은 갤러리에 한 해 최종 심사를 하여 엄선한 전 세계 70여 개의 갤러리가 참관하는 아트페어, "머리티리얼 아트페어Material Art Fair"를 기획하게 되었던 것이다.
*내용 참고 자료
lllllllll.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어떻게 이렇게 행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현대미술 작품 같을 수 있을까..!"
"어쩜 이렇게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철학을 가진 갤러리들이 조화를 이루며 생기로 가득 찰 수 있는 걸까?"
아트페어 관람 내내 감탄을 금치 못했었던 나.
관람 내내 산뜻한 충격의 연속으로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는데, 아트페어 곳곳에서 촘촘하고 일관성 있게 이런 인상을 줄 수 있었던 이유를 슐츠의 인터뷰를 보고 찾을 수 있었다.
아트 디렉터로서 슐츠 만의 확고한 디렉션과 빅 피쳐가 인터뷰를 통해 눈에 보이는 듯했다.
덩치만 불리고 내실은 없는, 그저 출전 비용 챙기기에 급급해 보이는 국내 모 아트페어에서 여러 번 실망만 하던 내가, 멕시코시티에서 새로운 디렉션을 보게 될 줄이야..
아직은 상대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갤러리들의 향연에서 어색하거나 어설픔이 아닌, 이처럼 새로운 감격을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지점에서 나는 '앞으로 한국 미술시장이 가야 할 길'의 나침반을 찾은 기분이었다.
더 규모는 작을지언정, 선정 갤러리에 대한 단단하고 입체적인 철학과 아트 페어 전체가 하나의 몸이 되고 이전과 다른 비전을 보여주는 건강한 성장이 있어야 하겠다, 그래서 대중에게 시장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와 비전을 줄 수 있어야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길 정말 잘했다. 직접 와서 못 봤으면 어쩔 뻔했겠어?
대체 말과 글로 이미지만으로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현장의 폭발하는 에너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