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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Oct 22. 2021

영적인 길을 가더라도 먹고 살려면 돈은 벌어야지?

우리는 '먹고' 살려고 살아가는게 아니야


있잖아. 요가수련을 하고 마음공부에 집중하고 싶기는 해. 근데 영적인 길을 가라고, 구도의 길이 옳다고, 명상하면 어케든 다 된다고 다들 말은 하지만 사실 돈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둘 다 중요한 건 알겠지만 항상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것 같아. 그래도 먹고 살려면 역시 돈 버는데 집중해야하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도를 좇으면 돈이 절로 따를 것이요, 돈을 좇으면 돈도 도도 모두 잃을 것이다.  


예전에 요가 선생님이 종종 하시던 말씀이었어. 그 땐 뭔소리야? 또 도인 같은 말씀 하시네 하고 그냥 넘겼었어.


근데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진짜 열심히 수련만 해왔잖아. 요가를 너무 하면 말이야. 진짜 밖에 나가기도 싫고 사람만나기도 싫어져. 요가 말고는 정말 아무데도 관심이 안가. 아 물론 내가 몰빵 하는 스타일이긴 하지만 말야.


그래서 요가수련만 하겠다고 일을 다 관뒀어. 프리랜서로 간간히 하던 고수익 알바도 다 때려치운 거야. 수입제로! 한겨울 보릿고개철에는 두부 한 모를 반찬삼아 일주일을 버텼지. 그런데도 하루에 세 타임씩 요가 수업을 들으러 다니며 냈던 수련비 수십만원은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어.


그랬더니 내게 수업요청이 들어온거야. 사실 그 때까지 난 제대로 요가를 가르쳐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지. 나 초보강사인데 왜지? 괜찮나? 라고 말하면서도 당장 손가락을 빨 수는 없으니까 열심히 가르치러 다녔어.


가르쳐보니까 요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더라. 기회를 준게 고맙고 비싼 페이만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더 수련하고 정성들여 가르쳤어. 그랬더니 회원님들로부터 훨씬 더 많이 배울 수 있었어. 가르치는 게 더 혹독한 수련임도 깨달았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풍이 오나 하루도 빠짐없이 열혈 수련만 하였더니 어딜 가나 강사냐며 수업을 맡아줄 수 있냐는 제의가 들어왔지.


도를 좇으면 돈이 알아서 따라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그 때서야 알겠더라. 도를 좇는다는 말이 어렵게 들리겠지만 그냥 꾸준히 수련하고 공부를 하고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걸 말해.


요가는 마음의 동요를 멈추는 것이라고 경전에서 말하거든. 요가수련자에게 있어 도, 영적인 길, 구도의 길, 마음공부는 다 같은 말이야.


한번은 나를 고용한 곳에서 나 몰래 구직사이트에 요가강사를 구인한다는 글을 올린 걸 봤어. 아니 내가 얼마나 열심히 하루도 빠짐없이 수업을 했는데 그럴수가 있나 싶더라고.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새해첫날, 태풍오던 날, 온갖 빨간 날에도 하루 쉬지 않고 그 산길을 4-50분씩 운전해 다녔거든. 페이가 높아 그런거면 나랑 협상이라도 해볼 것이지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처음에 속상했어. 이 일이 짤리면 또 두부 한모만 먹고 살아야하나 싶어 감정폭풍이 몰아쳤지.


그러다 어차피 거긴 왔다갔다 하기 너무 멀었다며 차라리 잘되었다며 마음을 가라앉혔어. 더 좋은 일이 생기려고 그러나보다 했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하며 이런 생각도 했어.


이왕이면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의 우리 마을에서 우리 마을 사람들에게 요가를 가르쳐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후 읍면 지역에 요가강사를 파견하여 지역주민들의 건강을 지켜주겠으니 도체육회에 신청서를 내라는 뉴스기사가 눈에 보이는 거야.


신청서를 냈고 우리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인 곳에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요가를 가르치게 됐어. 뭐지? 내 맘대로 다 굴러가는 이 시츄에이션은? 싶었어.


날 자르려했던 곳에서는 날 못 잘랐어. 외진 곳까지 찾아가려는 요가강사가 나 말고는 없었나봐.


결국 나는 돈도 더 벌게 되었고 내가 원하던 곳에서 수업도 더 할 수 있게 되었어.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그 태도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 태도가 바로 도 닦는 거야. 마음수련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시험이 찾아온거지.


내게 닥치는 모든 어려운 상황은 우리를 성장시키기 위해 찾아오는 기회라는 말이 괜한 말이 아니야. 물론 당장 뒤통수를 맞으면 그 말이 참 생각이 안나. 그 때 중요한 것은 그냥 하던대로 수련을 계속 하는 거야. 매일 꾸준히 규칙적으로 말이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태풍이 치나 꾸준히 수련만 하면 외부의 변하는 것들은 알아서 지나가게 되어있어. 그리고 수련을 통해서 우리가 깨달아가는 것은 "그 어떤 변하지 않는 영원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튼튼한 동앗줄을 단단히 잡고 있을 수 있지.


수련을 한다고 할 때 요가 아사나(자세)를 하는 것만이 수련인 것이 아니야.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상황에서 한걸음 물러서서


- 주시하여 분별력을 가지는 것..

- 내가 가진 애착을 버리는 것.

- 감정적 대응을 하지 않는 것.

-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 새로운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

- 마음의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


그 마음가짐이 바로 영적수련, 즉 도 닦는 거지. 이 마음가짐을 꾸준히 가져가기 위한 수련은 아무래도 명상이 최고.


근데 명상입문 초보자들은 아무래도 오랫동안 집중하기가 어려워. 그래서 요가 아사나를 먼저 시작해. 그게 쉽거든. 요가를 하면 자연스럽게 명상을 하게 돼. 아니 사실 요가가 명상 그 자체이기도 해.


우리는 "먹고" 살려고 살아가는게 아냐. 그건 그냥 살아지는대로 사는 거지. 우린 우리가 생각하는대로 살아갈 수 있는 고차원적인 존재야. 그래서 "돈 없이 못산다"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돼. 하지만 조금 더 높은 차원으로 우리 생각의 주파수를 맞추었으면 좋겠어. 이왕 고차원적인 존재로 태어났으니까 말이야.


생각의 주파수를 조금 더 높이 올리는 건 어떻게 하냐고? 우선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은 하지 않는 거야(야마:금계). 그리고 그 다음 해야 할 것들은 하는 거지(니야마: 권계). 뭘 하고 뭘 하지 말아야 할지는 요가에서 알려주지. 그러니 공부가 필요해. 원한다면 다음 번에 그 얘기를 좀 더 해줄까 해.


하지만 그 공부조차 막막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우선.. SNS를 끊어보자. 가능하면 부정적인 사람들과 어울리지 말고, 비관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겠지.


TV와 뉴스를 보는 걸 관두고 심플라이프에 관심을 기울여보자. 소비문명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를 영적인 길로부터 멀어지게 해. "돈 없이는 못산다", "영적인 길을 가더라도 먹고 살려면 돈은 필요하다"고 우리를 세뇌 시키고 있거든. 그래서 스스로 생각하고, 내면의 진짜 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그게 명상이지.


10분 명상이 어렵다면 1분동안 천천히 깊이 심호흡을 하는 습관부터 들여보는 거야. 자, 1분 정도는 할 수 있잖아.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낮시간에 감정이 요동 칠 때 한번, 자기 전에 한 번. 요렇게 세번, 하루 딱 3분이라도.


일단 시작부터 하면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으니 나중에 그 시간을 천천히 늘려갈 수 있어.


자.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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