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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라야니 Aug 19. 2022

열린 창을 통해 지구별에 날아온 우리들

기절한 참새 이야기


어느날 강당의 창문에서 참새가 한마리 씽~ 하고 날아들어왔어요. 얼떨결에 열린 창으로 들어온 참새는 마주편 창문으로 나갈 요량으로 힘차게 날개짓을 했는데요. 창문들이 거의 다 닫혀있어서 이 불쌍한 참새는 유리창에 세게 부딪혔다가 다시 돌진했다가를 반복하는 거였어요. 마침내 유리창을 깨부술 심정으로 자유를 향한 날개짓을 하더니 퍽..하는 소리와 함께 강당 가운데까지 튕겨져 나와 두다리를 뻗고 기절해버렸어요.


삽시간에 벌어진 일이라 저는 너무 놀랐어요. 잠시후 참새에게 다가갔는데 죽은척 하는 건지 죽은건지 어쨌든 두 다리를 부르르 떨더라고요.


들고 있던 출석부 위에 참새가 놀라지 않게 고이 옮겨서 밖으로 데리고 나갔어요. 설사 죽더라도 자연 속에서 마지막을 맞이하게 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요.  녀석은 무서워서 그랬는지 제 출석부 위에 응가를 지렸지만 그 정도쯤은 봐줄 수 있었지요.


나무 아래 참새를 데려가자 기운을 차린 참새는 날개를 파닥파닥였어요.


기운내! 일어나! 날아보자!


저는 두 눈 부릅 뜨고 참새에게 말했어요. 잠시후 제 얘기가 들렸던 건지 파르르 일어나 두 발로 선 참새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출석부 위에서 용감하게 다이빙을 했어요. 힘차게 날아오른 참새는 인사를 하듯 크게 원을 한바퀴 그리더니 자유롭게 사라져갔지요.


날아가는 저 참새를 보자니 문득 이런 생각 들더라고요. 나도 저 참새처럼 강당 한가운데 번아웃 되어 뻗어버린 적이 많았었구나, 하고요. 한대 세게 맞고 지쳐 쓰러지면 여긴 어디? 난 누구? 한동안 정신을 못차렸지요. (아니 사실은 지금도 종종 그래요.)


세찬 날개짓을 멈추고 곰곰히 살펴보면 좋았을텐데 말이에요. 그러면 닫혀있는 투명한 유리창을 알아봤을 거에요. 그리고 바람이 생긋 불어오는 열린 창문도 발견할 수 있었을거에요.



나도 아까 그 참새와 마찬가지로 세상의 거친 닥달 속에서 열심히 뭔가를 해야한다며 힘차게 퍼덕대었던거에요. 날아가야 하는 방향도 모른체 말이에요. 멈추면 도태되고 실패하고 일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나봐요. 내가 날아다닌 푸른 하늘이 코 앞에 보이고, 다른 새들이 창 밖으로 날아다니는게 보이니까 마음만 급했던 거죠.


그런데 열린 창을 통해 지구별에 날아들어온 우리는 사실은요, 모두들 푸른 창공에서 온 자유로운 존재래요. 우리의 본성은 조건없는 사랑이고 평화로움이며 순수하게 가득 차 있는 기쁨이래요. 그래서 자꾸만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서 자유와 사랑을 본능적으로 찾는 거래요. 평화를 동경하고 찰나의 기쁨이나마 잡으려 애쓰는 거래요.


그러고보니 참새의 조급함과 두려움과는 달리 강당 안의 그 누구도 참새를 해치려 하지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기절한 참새를 데리고 나가 하늘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주었잖아요.


그래요. 지금은 저도 조급함과 두려움 속에서도 정신 번쩍 차리려고 조금은 애를 쓰고 있어요. 남들이 하는 대로 무작정 날개짓을 하기보다 우선 멈추어 있는 그대로를 바라보려고 하고 있어요. 내가 들어온 열린 창을 의식적인 시선으로 찾으려 두 눈을 감고 내면비행을 하고 있어요.


나를 둘러싼 사람들과 상황이 나를 해치려 하지 않는다는 것도 믿어요. 내가 긴장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이 우주가 나를 높은 곳으로 들어올려주리란 것도 알고 있어요.


강당에서 기절한 그 참새처럼 두 날개와 두 발에 힘을 빼고 가만히 누워있기만 해도, 어미 고양이가 새끼고양이를 입에 물고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주듯,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의 손길이 나를 자유로운 창공으로 돌려보내줄 것도 믿어요. 똥을 쌀만큼 무섭고 힘든 순간이 있어도 말이에요.


옴 옴 옴

샨티 샨티 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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