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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웃사 Jan 31. 2024

혼자가 된 나

어제 낸 사고 때문에 차를 서비스 센터에 가져가기 위해 주차장에 내려왔다.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 사고를 많이 냈어도 이번 차를 산 이래 한 번도 사고를 낸 적이 없었는데 어제는 정말 내 감정을 제대로 조절할 수 없었나 보다. 시야가 좁아지고 손과 머리가 달리 움직인 결과이다.


의사라는 직업은 많은 공부를 했을 뿐 아니라, 공익적인 책임과 봉사하는 마음으로 도덕성과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직업과 사생활이 달라서 프랑스 대통령의 불륜을 프랑스인은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이었다면 당장 탄핵일 거라고들 했었다.

우리의 정서에서 전남편의 정신은 온당치 못하다. 일반인으로서도 그러하지만, 의사로서는 더더욱이나 온당치 못하다. 아무리 약을 잘 지어주고, 환자 치료를 잘한다 해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도덕성과 책임을 져하는 게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편은 아무일 없다는 듯이 멀쩡히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상간녀인 김경아도 마찬가지이다.

유부녀로 남편과 자식을 속이고 변태적인 섹스에 빠져서 자신의 성기를 찍은 사진을 상간남에게 보내고 회의 중에 팬티를 벗고 그 사진을 찍어 보내면서 애인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건 창녀와 무엇이 다른가? 매번 집을 사달라고 징징대고 조강지처인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뺏고 싶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게 도저히 정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런 선을 넘는 행동에 부끄럽다는 생각도 없을까?


 게다가 유부녀인 상간녀는 자신의 남편에게 친한 자신의 후배와 함께 여행을 간다고 속이고 후배를 포함시켜 3 사람이 여행을 가서는 밀회를 즐겼다. 상간녀의 후배는 함께 여행을 다니며 알리바이를 만들어 주고 이상훈을 ‘형부’라고 부르고 ‘형부가 언니 옆에 있어서 너무 다행이에요.’라고 했다. 어이가 없다. 자기들끼리는 이상훈과 김경아는 부부이고 후배에게는 형부라고 부르며 전남편에게 선물들을 받으며 ‘역시 센스 있는 우리 형부’라 한다.      


도무지 나와의 사랑은 어디로 간 걸까? 서로에 대해 배려하고 아끼고 부드러운 말로 칭찬을 하면서 가꾸어가던 이전의 사랑은 어디로 간 걸까? 처음부터 없었던 걸까?


 최근 몇 년 동안 전남편은 나에게 윽박지르고 소리 지르고, 말꼬리를 잡아 성을 내고, 눈을 부라리거나, 아예 눈을 마주치지도 않으면서 문자로 일방적인 지시만을 했었다.


한 번은 그런 태도에 민우에게 하소연을 했다.

"아빠가 요즘 이상해. 엄말 자꾸 윽박지르고 말을 막해서 엄마가 속상해"

"엄만 그런 말 들으면서 왜 살아요? 이혼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했었다.

나는 겨울이면 가끔 전남편을 위해 레몬생강차를 만들곤 했다. 레몬을 씻어서 자르고 생강껍질을 벗겨서 얇게 자르고 대추와 잣을 넣고 꿀을 넣어서 레몬생강차를 만들어서 남편에게 주고 주변의 사람들과 나누어서 마셨다.


그런데 2020년 겨울에 갑자기 레몬과 생강이 택배로 도착했다. 내가 주문한 것이 아니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더니 ‘그걸로 레몬차 만들어!’ 어이가 없었다. 내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만들라는 강압적인 태도가 나를 하대하고 있음에 화가 났다. 그때 난 인대수술을 하고 목발을 짚고 있는 상태여서 몸이 자유롭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전남편의 명령대로 레몬생각차를 만들었다. 전남편은 그중 일부를 귀국해서 우리 집 주변에 머물고 있는 상간녀에게 갖다 주면서 커피대신 마시라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내가 그들을 위한 집사였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이런 일방적인 강요와 신경질적인 말과 태도에 내가 ‘왜 그러냐’ 하면 ‘괜한 일에 예민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내 문제라고 약을 먹으라’고 했다.


 아이들도 의사인 아빠가 맞다고 무조건 믿기 때문에 엄마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말을 곱게 안 한다고 투덜거리며 아빠 편을 들었었다. 이 모든 것이 전남편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정말 파렴치하고 용의주도한 사람이다. 그러니, 자기 부모를 피해 도망가질 않을 여자를 찾아서 결혼을 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둔했던 게 바로 나였 이다. 시궁창 같은 시부모의 폭언과 폭행에도 전남편말을 100% 믿고 그걸 가지고 나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 바보가 나였다.


그러저러한 생각에 한없이 떨어지는 자존감을 느끼며 공원을 걸었다. 주말 9시에 공원은 사람들과 개들이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다. 빵 집 앞에 번호표를 받고 빵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별로 먹고 싶지 않았지만, 왠지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고 싶다는 생각에 번호표 24번을 받고 오픈 시간을 기다렸다. 크로와상 1개, 파니니 1개를 사고 스타벅스에 들려 커피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커피와 크로와상을 먹으며 열어놓은 창문을 보니 하늘은 맑고 청명한데 나는 우울하고 숨쉬기조차 힘들다는 부조화에 웃음이 실실 나왔다. 웃으려고 하니, 엊그제 못 먹는 술을 먹고 쓰러져서 다친 옆구리가 욱신거렸다. 참나, 쓰러지고, 싸우고, 사고 내고, 이번 주 참 다이내믹하게 보내는구나.


 ‘전남편이 내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고소해할까? 내가 죽길 바라던 놈인데 뭘 더 바라겠어?... 이제 정신 차리고 똑바로 잘 살아야 해.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고 내 일상을 충실하게 이행해야 한다’


고 다시 한번 다짐을 해본다.


* 2편이 바로 이어집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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