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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May 20. 2020

<너는 특별하단다> 단지 너라는 이유만으로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어느 날 저녁 한꺼번에 사놓은 그림책 여러 권이 도착했다. 피곤함이 눈에 가득 몰려든 저녁 침대 머리맡에서 여러 권의 그림책을 호다닥 읽어 버리곤 피곤함을 이기지 못해 잠이 들었다.


피곤했던 탓인지. 내가 요즘 그림책에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별 감흥이 없어 내심 실망감이 들었다.


"이렇게 끝난다고? 에이..."


그리고 여유가 넘치게 늘어져있던 어느 날. 책상 밑에 무심하게 놓아둔 그림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맥루케이도 지음 / 세르지오마르티네즈 그림



제목에서부터 전해져 오는 위로의 문장이 새삼스레 마음에 들어왔다.


"너는 특별하단다"


우리는 각자 내 안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매일매일의 평범한 일상은 특별하기보다 타인과 비슷한 템포에 맞추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들로 자주 진짜 내가 누구인지 희미해지는 경험들을 겪는다.


그러한 일상에서 지지고 볶고 살아갈 때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나보다 앞서는 사람들을 보고 나 자신이 초라해지기도 하고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마음이 아프기도 하다.


어느새 나의 가치를 결정하는 기준이 내가 아니라 타인이 되어버린 것 같을 때가 있다.


아주 어린 시절 태어나 울음을 터뜨린 것만으로도 크나큰 축복을 받았던 그때의 내 모습은 까맣게 잊어버린 것처럼







어느 한 마을에 웸믹이라는 작은 '나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엘리라는 목수 아저씨가 만든 제각기 다른 모습의 나무 사람으로 태어났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태어 난 그들은 한 가지 매일 똑같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금빛 별표와 잿빛 점표 상자를 들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몸에 별표나 점표를 붙이며 하루를 보내는 일이다.


나뭇결이 멋지거나 재주가 뛰어난 웸믹들은 별표를 받고 재주 없이 못난 웸믹들은 잿빛 점표들이 몸에 덕지덕지 붙게 된다. 그들 중에 하나였던 펀치넬로는 잿빛 점표가 잔뜩 붙여진 채 다니는 나무사람이다.


펀치넬로는 남들보다 높게 뛰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좀처럼 잘 되지 않는다. 늘 넘어지고 실수하면서 붙여진 잿빛 점표들로 가득한 몸으로는 점점 밖에 나가기가 두렵기만 하다.



아무래도... 난 좋은 나무 사람이 아닌가 봐



그러던 어느 날 펀치넬로는 몸에 별표도 점표도 붙어있지 않은 루시아라는 깨끗한 나무 사람을 만난다. 루시아는 그냥 깨끗한 나무일 뿐이었지 몸에 아무것도 붙어있지 않았다.


루시아의 티 없이 깨끗한 몸을 보고 펀치넬로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표가 없는 이유를 물었다. 루시아는 매일 나무사람을 만든 목수 아저씨 엘리를 찾아가는 것뿐이라는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펀치넬로는 목수 아저씨 엘리를 찾아가는 것이 왠지 두렵고 무서웠다. 엘리 아저씨가 그를 보고 반가워하지 않으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도 판치넬로는  용기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흠,,, 나쁜 표를 많이 받았구나"
"저도 이런 표를 받고 싶진 않았어요. 엘리 아저씨, 전 정말 열심히 노력했어요"


변명을 하는 펀치넬로에게 엘리 아저씨는 말한다.


펀치넬로,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단다. 난 네가 아주 특별하다고 생각해.


펀치넬로는 엘리 아저씨의 말이 아리송하게 들렸지만 어쩌면 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몸에서 점표 하나가 툭 떨어져 나간다.


우리는 가끔 아직 자라지 않은 내면의 작은 아이들과 마주할 때가 있다. 그 작은 아이들은 마음 안에서 불쑥 자라서 타인을 향한 질투, 이기심, 욕심, 자격지심들을 키운다.


그 아이들이 자랄수록 나는 왠지 더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교는 오직 어제의 나와 하라는 누군가의 말이 있다. 지난날의 내 모습을 돌이켜 보고 변화하는 것은 성장을 가져다 주지만 타인과의 비교는 나를 작아지게 만들 뿐이다.


내 안에 이런 마음들이 없었던 깨끗했던 유년시절이 갑자기 생각난다. 늘 삶이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고 신나는 일이 생기기만을 바라고 궁금한 것은 누구에게나 해맑게 물었던 그때의 나는 마음이 동그랗게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어른이라는 점표가 붙으면서 그것들을 하나씩 놓치며 스스로에게 잿빛 점표들을 붙여줬던 것은 아닐까.


'나는 좋은 나무사람이 아닌가 봐' 하면서 좌절하는 펀치넬로를 보면서 눈물이 찔끔 났다. 그냥 나 일뿐인데 그것만으로도 특별할 텐데 왜 그렇게 무언가를 세상에 보여주고 싶어 했을까.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이 나를 더욱 외롭게 하는 것만 같았다.


오늘 하루도 내가 있음에 감사하고

하루를 충실하게 살았다면

내일의 나는 더욱더 특별 해질 텐데

그렇게 스스로 빛을 낼 텐데


그동안 조바심을 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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