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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May 30. 2020

<반점> 내 안의 반점  찾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티끌 하나 없이 미끄덩 거릴 것 같은 아가의 얼굴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본 적이 있다. 아가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순간, 세상 근심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 더해 신생아 특유의 냄새를 맡으면 그야말로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분 좋은 꼬순내가 코끝을 간지럽히면서 기분이 풀어지는 것만 같다.


물론 현실 육아를 경험해보지 않은 나로서 멀뚱멀뚱 아가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을 때 느낄 수 있는 평온한 홀릭이겠지만.


아직 세상 어떤 경험도 하지 않은 아가의 잠든 모습은 평화 그 자체이다. 표정도, 주름도, 점 하나 없는 맑은 얼굴이 모든 걸 말해 주는 것 같다.


실수 없는, 아픔 없는, 눈물 없는, 아직 내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모를 평화 그 자체의 얼굴.


우리는 하루에 몇 번이나 거울을 들여다볼까.

아침에 일어나서  밤사이 퉁퉁 부어 있는 얼굴을 부비적거리면서 거울에 비친 얼굴을 한 번 쓰윽 확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에 몇 번이나 나를 살피는 일을 반복할까.

그 얼굴에서 우리는 무엇을 확인할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얼굴엔 나만 아는 흔적이 남는다. 얼마나 웃었는지. 얼마나 울었는지. 해는 또 얼마나 쬐었는지. 각자에 시간에 맞게 나이에 맞게 얼굴엔 흔적이 남는다. 마음에 새긴 인생의 시간만큼이나


안타까운 것은 점인지, 기미인지, 주근깨인지 속을 썩이는 잡티들도 인생의 시간을 보낸 만큼 늘어나면서 점점 거울을 보는 횟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괜스레 보면 볼수록 다른 건 하나도 안 보이고 점점 늘어나는 잡티의 크기, 모양, 갯 수가 중요해지면서 거울 보는 일이 점점 싫어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못난 모습의 숫자만 세는 내가 또 못나서 자꾸 나를 감추려고 웅크리게 되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검은반점> / 글 정미진 그림 황미옥 / atnoon books




한 소녀가 있었다. 어느 날 거울을 보다가 얼굴에 검은 반점 하나를 발견했다.



<검은 반점> 글 정미진 그림 황미옥



언제부터 있었던 거지?
오늘? 아니, 아주 오래전.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검은 반점은 내 눈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어쩐지 사람들이 내 반점만 쳐다보는 것 같다. 그럴수록 반점도 더욱 커지는 것 만 같았다.


씻어내면 지워질까 아무리 씻어도 더 아프기만 할 뿐. 지워지지 않는 내 얼굴의 커다란 반 점 하나. 세상 그 어떤 어둠과도 비교할 수 없는 까맣고 어둡기만 한 색.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자신의 반점과 똑 닮은 반점을 가진 사람을 만났다. 소녀는 그의 반점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졌다. 나를 닮아서일까? 나와 같은 반점을 가진 그의 모습은 나의 반점보다 예뻐 보였고 커 보였고 사랑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이상한 일이지? 나와 닮은 그의 반점이 싫어졌다. 소녀는 헷갈렸다. 반점도 그도 아니라 그냥 내가 싫어진 걸까?


<검은 반점> 글 정미진 그림 황미옥


모두 검은 반점 때문이야.



소녀는 혼란스러웠다.

검은 반점이 나인지. 반점 속에 내가 잠식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검은 반점이 나를 집어삼키는 것 만 같았다. 완전히 어둠 속에 갇힌 소녀.


어둠에 갇혀 있던 소녀는 주위 사람들을 유심히 보았다.

나의 것과는 달랐지만 각양각색의 반점을 가진 사람 한 명 한 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엔 온갖 색깔들의 반점이 퍼져있어.
언제부터 그랬지?
오늘? 아니. 아주 오래전. 우주가 생겼을 때부터


소녀는 깨달았다. 예쁜 색깔들의 반점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반점 때문에 이 세상이 이토록 아름답게 움직이고 었었다는 것을


<검은 반점> 글 정미진 그림 황미옥


내가 숨기고 싶은 내 안의 반점은 무엇일까? 나와 닮은 모습이 좋아 사랑했다가 그 닮은 모습이 미워져 사랑했던 사람과 이별했던 적은 없었을까? 혹은 점점 커져버린 반점 때문에 홀로 아파 울었던 적은 없었을까?


누군가와 함께 일 때 유독 커 보이는 반점 때문에 우린 힘겨울 때도 있었다. 그 반점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하루에도 몇 번씩 거짓 웃음을 지어가며 피곤하게 살아내진 않았는지 뒤돌아 본다.



반점이 우주의 검은 구석만큼 까맣게만 느껴졌던 소녀는 반점의 색깔이 모두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세상이 반점들 때문에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소녀의 세계는 드디어 색을 만난다.


우리 안에 잠식되어 있는 반점이 과연 어둡기만 한 걸까?



남과 다른 나의 모습에서 내가 가진 고유의 색깔과 나만 알 수 있는 흔적의 반점들을 찾아야 한다.

타인의 색깔과 나의 색깔이 만났을 때 한데 어우러져 더 예쁜 색을 낼 수 있도록 내 안의 반점을 찾아 내가 먼저 이뻐해주면 온 우주에서 나만이 낼 수 있는 고운 색깔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매일 파도에 깎이는 작은 돌멩이 같은 우리,

한 번 생각해 보자.


우리 속에 반점이 있는 걸까.
반점 속에 우리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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