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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미 Jun 07. 2020

<나무처럼> 누군가에게 나무가 되어 본 적이 있는가

그림책으로 마음 안기

그림책으로 마음 안는 시간,


" 오늘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서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






어느 날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왕따 나무를 떠올려 본 적이  있다.


나 혼자 우뚝 서있는 나무. 아마도 나 자신이 오롯이 혼자라고 느껴질 때, 종종 세상 외딴 별에 홀로 사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보곤 했다.



나는 참 왕따 나무 같은 존재구나.



그런데 한편으로 내가 쓸쓸해질 때마다 떠오르는 이 왕따 나무가 과연 외롭기만 할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요즘은 자연 속에 홀로 거대하게 서있는 나무 한 그루에게 왕따 나무라는 이름이 붙여진다. 사람들이 여행 명소처럼 왕따 나무를 찾아가 그 앞에 서서 사진을 찍고 인증샷을 남기는 모습을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단지 그냥 커다랗게 서있는 나무인데 그 위엄 있는 존재만으로도 사람들이 찾아온다. 오히려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왕따 나무의 존재감은 더욱 확실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왕따 나무를 닮았다면 사람들이 왕따 나무를 곁에 두듯 나를 알아봐 주고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요상한 생각도 해보았다.


커다란 왕따 나무처럼 홀로 있음을 인정하고 당당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혼자라고 느껴진다 할 지라도 외로움은 덜해지지 않을까라고 하면서.



왕따나무를 바라보는 나


나는 이렇게 가끔 혼자 서있는 왕따 나무라고 생각을 하는데 나에게 또 다른 의미에서 나무 같다고 해주는 친구들이 몇 있다.


혼자여서가 아니라 팔랑팔랑 바람이 흔들어대도 그 자리에 우직하게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이 꼭 나무 같다고 해주는  친구들이 있다. 그것은 나를 바라보는 또 다른 의미에 나무의 이미지였다.


오랜 시간 나를 겪어온 온 사람들이 느낀 그 나무 같다는 의미는 나에게 엄청난 위로로 다가왔다. 내가 생각했던 내 자신의 나무의 모습보다 훨씬 강한 모습이었다.

 

외딴섬 홀로 서 있는 쓸쓸한 나무가 아니라 뿌리가 깊고 튼튼해서 흔들리지 않는 우직한 나무의 모습이라니.


늘 항상 누군가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 자신이 너무 흔들리다 보니 내 마음 하나 추스르는 것도 힘든 바람 잘날 없는 가지 많은 나무가 되어버린 기분이 들때가 더 많았다.


살짝살짝 스치는 바람에도 놀라 우는 연약한 나무인 줄로만 알았는데 항상 같은 자리에서 흔들림 없는 나무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또, 그 모습을 기특하게 여겨준다니 더없이 고마웠다.




당신은
누군가에게 나무가 되어 본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나무가 되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혹은 나무가 되어 지켜주고 싶은 존재가 있는지 묻고 싶다.


우리는 소중한 존재이고 사랑받고 싶은 존재이기도 하다. 때론 커다란 나무가 되어주기도 하고 아늑한 나무의 품 안에 안겨 있고 싶기도 하다.


<나무처럼> 글•그림 이현주


한 그루의 나무가 성장하기까지 많은 경험을 하게 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을 지나면서 세상을 보고 느끼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내 몸 구석구석이 자라게 된다.


특히 나무는 묵은 가지를 쳐 내야만 더욱 튼실한 열매를 맺을 수 있다. 가지치기를 하는 동안 나무는 아프지만 가지를 잘라낼수록 이상하게도 키는 더욱  쑥쑥 자란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언제나 여러 색깔의 경험과 아픔이 지나간 후에야 나의 생각이 확장되고 한 뼘 성장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물론 다시는 경험해보고 싶지 않은 폭풍 같은 아픔이 지나가기도 하고 또 그런 아픔을 겪고 있는 내 사람들을 지켜보아야만 하는 곤욕스러운 시간들을 견딜 때도 있다.


아픔을 견뎌야 더욱 성장한다는 것이 조금 억울하기도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거친 바람은 불현듯이 불어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바람을 준비 없이 맨 몸으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일 것이다.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맞서 당신이 그리고 내가 견고하고 튼튼한 나무가 되어,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견디고 또 견뎌 커다란 쉼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무처럼 누군가의 곁을 오래토록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무처럼> 글• 그림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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