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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름마음 Nov 08. 2024

익숙함을 거스르는 힘

중력을 거스르는 힘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익숙함은 마음의 평화를 위한 지름길이다. 매일 같은 방향의 출퇴근길, 자주 가는 집 앞의 카페, 항상 시키는 메뉴, 나의 관심을 끄는 책들. 별다른 고민 없이 매일 선택하는 것들로 나는 편안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런 선택들이 내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언젠가부터 변화가 필요할 때마다 익숙한 것에 의존하는 나를 발견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다면서도 항상 회사일부터 생각했고, 글을 쓰고 싶다는 다짐은 일기장에 휘갈기고 덮는 게 전부였다. 다양한 관계를 맺고 싶고, 일상에 신선한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꼈지만 항상 하던 대로였다.


일상의 평온함을 이유로 나는 익숙함에 관대했고, 그로 인해 내가 진짜 원하는 삶과 점점 멀어지는 듯했다. 주변의 상황이 변하고, 나의 관심사가 변한 만큼 나는 계속 같은 곳에 머물 수 없다. 나를 같은 곳에 붙잡아 두던 모든 관성에 맞서기 위해서 내 삶의 '중력'을 거슬러야 한다.


중력을 거스르는 힘은 작은 행동에서 시작된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가까스로 준비하고 뛰쳐나갔다. 그러다 우연히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아침 2시간을 자기 변화의 시간으로 확보하라는 조언을 접하고, 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조용한 새벽에 일어나 하루 한 편 글쓰기를 완성하는 시간은 단순히 일기를 쓰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만 하던 것을 실행으로 옮기는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을 먼저 하기로 다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니면 샤워할 때 드는 생각들은 메일을 어떻게 쓸지, 어제 작업하던 엑셀표의 수식을 어떻게 고칠지 같은 중요하지 않은 사항들이다. 이런 사소한 생각들은 자연스레 이것들부터 '해치우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그리고 빨리 해치워서 잡다한 생각들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는 것이 나의 해야 할 일 일 순위였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일보다 익숙한 일부터 해치우려는 습관이 들면서 진정 중요한 일들은 늘 뒤로 밀려났다.


이 패턴을 깨기 위해 가장 에너지가 높은 시간에 중요한 일부터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출근 전 2시간 동안은 하루 한 편 글쓰기에 집중하고, 점심시간 전까지는 내 직무 중 가장 큰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루의 시작에 중요한 것들을 완성하기 시작하면서, 나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갔다. 그리고 능동적으로 변화를 만들면서 성취감이 높아졌다.


내가 가진 관성 중에서도 가장 고집이 센 것은 창작물을 완성하고 세상에 내보이는 일이다. 내 일기장과 독서노트는 가장 은밀한 서재이자 공방이다. 15년 쓴 일기와 5년이 넘은 독서노트 안에서 나만의 의견을 말하고, 감정을 털어놓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다. 이 생각들을 다듬어 누군가와 공유하고 싶은 욕구는 오래됐다. 그러나 나의 글을 불특정 다수에게 보인다는 일이 두렵게만 느껴졌다. 나의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그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참아보기로 했다. 안전한 나만의 테두리 안에서 머무는 대신, 내 글을 통해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다. 나의 성장을 위해 어설프더라도 완성된 결과물을 내보내기로 했다.


익숙함이라는 보호막을 뚫고 나오기 위해선, 일상 속에서 작은 변화를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나와 마주하는 시간, 중요한 일을 먼저 하는 태도, 그리고 어설퍼도 완성작을 만들어내는 끈기, 이 하나하나가 나를 변화시키는 진정한 힘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계속 익숙함을 뚫고 나가는 힘을 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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