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근무 중 외출을 달고 독감 백신을 맞으러 갔다. 지난주에 퇴근하고 백신을 맞으러 갔더니,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을 보기 위해 20분 정도 대기실에 앉아있다 가야 하는데, 병원 진료 마감 시간이라 접종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나는 대학에 간 이후로는 독감 백신을 맞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 올해 1월 독감이 크게 유행할 때 A형 독감에 걸렸고, 독감이 정말 아프다는 걸 체험하게 되었다. 저녁쯤 몸이 좀 으슬으슬하고 열이 나길래 타이레놀을 먹어봤지만 열이 떨어지기는커녕 밤새 앓았다. 아침이 되자마자 병원에 갔다. 열이 나서 내가 바닥을 밟고 걷는 것인지 공중에 떠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때 독감 치료제와 해열제를 수액으로 맞고 열이 조금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뒤 두 달쯤은 기침과 컨디션 저하로 고생하면서, 다음부턴 백신을 꼭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번 진료 마감시간에 방문했을 땐 대기실에 환자가 많았는데, 오늘은 애매한 시간이어서인지 대기실에 환자가 나뿐이었다. 백신접종을 한 후 이상 반응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설문을 작성하고 진료실에 들어갔다. 의사 선생님은 백신 접종과 관련한 주의 사항을 몇 가지 이야기해 주시면서 백신 접종을 준비하셨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 두 분이 들어오셔서 한 분은 내 왼쪽 팔에 접종할 수 있도록 옷을 걷어주셨고 다른 한 분은 오른팔과 어깨를 꽉 붙들어 내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셨다.
의사 선생님이 주사를 들고 접종을 시작하시려 하면서 이 세 사람은 각자 저마다의 속도와 저마다의 톤으로 “금방 끝납니다!!! 따아끔!!!”을 외치셨다. 정신을 쏙 빼놓듯 독감 백신을 접종하셨고 어느새 내 팔에는 뽀로로 반창고가 붙어 있었다.
그렇게 접종을 마치고 대기실에 잠시 앉아 있는데 생각할수록 웃음이 났다. 난 오늘 접종하기 편하려고 안에 반팔을 입고 겉에는 가디건을 입고 갔다. 그저 티셔츠만 살짝 올리면 쉽게 주사를 맞을 수 있었는데, 그렇게 나를 꼭 붙들고 주사를 놓았어야 하는 일인가? 평소에 어린이 환자가 많다 보니 나도 어린이 취급이었던 걸까? 핑크퐁 비타민을 안주신건, 그나마 어른 취급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