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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균 미국변호사 Jan 01. 2023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직장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했던 한 해가 벌써 다 지나갔다. 올해에는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중에 몇 가지를 선정해서 기록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1

우선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었던 일은 연방정부 소속 변호사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약 10년 전 미국으로 처음 유학 온 뒤 3년간 로스쿨 생활, 이후 약 2년 반의 무급 인턴/펠로 생활, 그리고 4년간의 개업 변호사 생활을 거쳐 처음으로 정식으로 "직장"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에 취업을 하게 됐다. 개인 사업자로 일하다가 정부라는 큰 조직에 속하면서 일하게 되니 그 무엇보다 소속감과 안정감이 큰 장점으로 느껴졌다.

더불어 다루는 법 분야도 크게 바뀌었다. 개업 변일때는 버지니아 주 형사법을 주로 다뤘지만, 정부로 적을 옮긴 뒤에는 연방 정부조달 및 공공계약법을 주로 다루게 됐다. 쉽게 말하자면, 소매치기 피의자를 대리하는 구멍가게 법률 사무소를 운영하다가 졸지에 계약 건당 구매 금액이 수백억에 달하는 미국 정부의 조달 업무를 자문하게 됐다. (그런데 심적 부담은 오히려 지금이 덜한 것 같다. 아무래도 돈보다는 헌법에 명시된 개인의 신체적 자유가 변호사에게 더 무겁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한편, 자유로운 1인 사업자로 일하다가 정부 조직의 경직된 문화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듯하다. 의뢰인 외에도 상사가 있다는 점, 그리고 때로는 내 의견을 굽히며 조직 혹은 부서의 정책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이 더디고 비효율적이라는 점 등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한다. 게다가 안정된 근무환경이 나 스스로의 발전을 저해하고, 나 자신을 나태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게 된다. 앞으로 내가 어떤 전문성을 기르고, 어떤 커리어를 추구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2

오랜만의 한국 방문.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됐다. 마침 여동생이 아이를 출산해, 내 조카를 처음으로 만날 기회도 생겼다. 3년 만에 방문한 한국은 코로나 이전에 매년 방문하던 한국과는 느낌이 사뭇 달랐다. 예전에는 매년 한국 가는 날이 손꼽아 기다려질 정도로 즐길 것과 놀 것들이 많았는데, 코로나로 인해 뭔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선진국화(즉, 조금 더 살기는 좋아졌지만, 재미는 좀 덜해진) 된 듯한 느낌이 강했다. 아마 2주 내내 부모님이 계신 세종시에서만 시간을 보내서 그런 것 같다. (아마 서울에서 지냈다면 전혀 다른 경험이 됐을 수도)


아마 미국 생활이 10년을 넘어가고, 직장에서 안정된 생활을 하다 보니 미국 생활과 문화에 익숙해져서 그런 것 같다. 물론 여전히 한국은 취미나 문화생활, 외식을 하거나 놀러 다니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근무 환경이나 처우가 미국만큼은 좋지 않아서 전반적인 행복 지수를 따지면 양수(+)가 될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번 한국 방문 시에는 친구나 지인들을 일절 만나지 않고, 2주 내내 부모님 집에서 사육(?) 당하면서 매일 테니스만 치면서 보냈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집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아, 그리웠던 나의 집'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이제 한국에 대한 그리움과 애착이 한결 덜 해진 것 같다. 사실 최근 3년 동안 엄청 한국에 가보고 싶었는데, 막상 가보니 (물론 좋긴 했지만) 상상했던 것만큼은 아니었다.


#3

테니스는 여전히 나의 인생에서 (물론 가정·가족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매일매일 조금이라도 더 나은 테니스 선수가 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한다. 다만, 나이가 조금씩 들고 이제 30대 후반을 넘어 곧 40세에 가까워지다 보니, 20대 초반에 팔팔하던 시절과는 확실히 몸이 다르다는 것을 매일 깨닫고 있다.


올해는 처음으로 테니스 운동능력 향상을 위한 퍼스널 트레이닝(PT)을 받았다. 그동안 테니스 실력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레슨만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 약 6개월 정도 테니스에 특화된 PT를 받아보니 컨디셔닝이 레슨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특히 나처럼 테니스 구력이 20년 가까이 되어 모든 기술이 어느 정도 정체기에 이른 경우, 테니스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레슨보다는 테니스에 특화된 근육을 강화하는 컨디셔닝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생각해 보면 내가 특정 샷이나 상황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내가 적절한 스윙 방식을 몰라서 그랬다기보다는, 그 당시의 피로감이나 근력의 부족으로 인해 스윙을 제대로 시행(execute) 하지 못한 원인이 더 컸다.


더불어 나이가 들면서 이제 여기저기에서 잔부상이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매일 복식 4경기를 해도 다음날에 멀쩡하게 일어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하루에 3경기를 해도 다음날에 온몸이 무겁고 무릎과 팔꿈치에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나이가 들면서 회복 속도도 느려지고, 전반적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근육량이 감소하면 결국 각 관절과 인대, 건을 보조하는 근육들의 힘이 약해지고, 이는 부상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 테니스 엘보는 항상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얼마 전부터 엘보를 겪고 나니, 테니스를 오랫동안 치기 위해서는 부상 방지를 위한 근육 단련과 충분한 휴식을 통한 관리가 필수라는 점을 최근에 깨달았다


2023년을 맞이하며...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음과 같은 마음가짐을 유지하려고 한다.  

     안정적인 업무에 지나치게 편안함을 느낀 채 안주하지 않고, 항상 장기적인 안목으로 성장을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가족과 인간관계를 우선적으로 여기고 이를 모든 크고 작은 의사결정에 반영할 것.   

     테니스를 즐기는 데 있어서 가시적인 성과나 남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도록 부상 방지와 페어플레이에 집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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