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h Han 한승환 Aug 28. 2018

크립토시장 2.0:
ICO, 펀드, 그리고 시장

2018-08-28


<Coinmarketcap>


전체 크립토 마켓의 규모는 2018년 1월 800조원 규모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2018년 8월인 현재까지 꾸준히 하락한다. 





시장의 변동성 (Market Volatility)


시장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이는 짧은 주기(short term)와 긴 주기(long term)로 시장의 종료시까지 영원히 반복되며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2개월만에 200조가 800조로 늘어날 수 있었다면, 8개월 동안 800조가 200조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의 급상승 및 하락은 다음의 과정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신규자본유입으로 인해 시장이 급상승하였으며, 2) 이 자본의 인내심이 휘발되기 전에 추가자본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3) 추가자본유입이 없는 상태로 시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4) 기존의 자본이 빠져나가고, 5) 신규자본도 인내심의 동력을 잃고 빠져나가게 된다.


단순하고 기본적인 과정이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시장의 반전이 일어나는 시점에 대해서 모를 뿐이었다. 시장의 반전이 일어나는 시점을 알기 위해서는 다음의 내용들이 정의돼야 한다. 


a) 기존자본의 규모, 
b) 신규자본의 규모와 신규자본의 성격(인내심), 
c) 추가자본의 존재 및 출처 그리고 규모.


당시 많은 언론에서 이러한 과열에 대해 언급했고, 많은 이들은 신규자본이 평범한 일반인들의 직접투자에서 나온다고 판단했다. 추가자본은 기관자본 그리고 제도권진입에 따른 더 많은 일반인들에게서 기대됐는데, 아직 목격되고 있지는 않다. 아쉽지만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들에서 아직도 기관자본이 트립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제도 또는 기관내의 절차적 근거가 갖추어지지 못한 상황이다. 이것이 갖추어지면 OTC 등의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OTC는 대부분이 개인간에 이루어지며 돈세탁 관련 내용이 상당수다. 일부의 경우, 전통펀드가 ICO하는 법인에 투자를 하고 이 지분을 통해 토큰을 할당받는 방식으로 우회투자하기도 한다. 여전히 기관들은 크립토투자를 위한 맹렬한 준비를 하고 있다.





기축통화의 착시와 알트코인 이른 독립 (Illusion of key currency pair and premature independence day for altcoins)


위와 같은 시장의 거대한 가격변동성(price volatility)에는 기축통화의 착시효과가 존재한다. 불과 2017년 초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알트코인(alternative coin, 비트코인이 아닌 모든 코인)은 비트코인을 매개로 거래됐다. 세계에서 가장 컸던 Bitrrex, Poloniex, Binance 등의 거래소는 모두 BTC 기축(BTC를 가지고 다른 코인들을 거래)의 거래소다. 이 경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비트코인의 달러표시 시가총액뿐 아니라, 거래페어(trading pair)로 붙어있는 모든 알트코인의 달러표시 시가총액이 함께 상승하게 된다. ICO의 붐이 있었고 수많은 알트코인들이 탄생했는데, 이 알트코인들은 비트코인(BTC)이나 이더(ETH)로 구매되었다. 비트코인과 이더의 가격이 상승하는 것과 더불어 알트코인들의 가격은 추가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즉 2017년 말의 거대한 상승은 ICO붐과 더불어 일어났으며, 이 때문에 BTC와 ETH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오르고, 이 BTC와 ETH가 알트코인들을 구매하는데 사용됨으로 알트코인의 가격이 이중으로 오르는 순환작용으로 인해 폭발적인 상승을 한다. 


그러던 중에, 국내에서는 원화 거래소들이 업비트(Upbit.com)를 필두로 알트코인들을 무작위로 원화상장시키게 된다. 이 대열에 빗썸(bithumb.com)과 여타의 신규거래소들이 동참하게 된다. 이 원화상장이 단기적으로는 ‘좋은 뉴스(good news)’로 작용하여 가격상승에 분명한 도움이 되었지만, 중기적으로는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알트코인들을 비트코인이 아니라 원화에 그대로 노출시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지만,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 엄청난 수의 알트코인들이 법정화폐(fiat currency) 창구로 직접 연결됐다. 


법정화폐 창구로 직접 연결되는 순간 알트코인들은 BTC기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이는 알트코인의 독립을 뜻하는데, 해당 알트코인이 충분한 유동성이 있는 상황에서는 BTC기축에 붙어서 BTC가격에 직접적으로 종속되기보다는 독립적인 시장을 가져감으로 BTC 가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충분한 유동성이 없는 상황에서 직접 원화에 노출되었고, 어마어마한 가격변동성을 가지게 됐다. 게다가 BTC마저도 알트코인에 대한 수요가 곧 BTC의 수요였는데, BTC를 거칠 필요가 없게 되니 수요가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또한 BTC의 가격 상승이 더 이상 알트코인의 상승이 아니게 됐는데, 하지만 동시에 아이러니하게도 BTC의 하락은 알트코인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BTC와 알트코인을 둘다 상승시키려면 원화노출 전에는 BTC에만 원화를 투입하며 알트코인을 팔지만 않으면 됐는데, 원화노출 후에는 BTC도 원화로 사고 알트코인도 원화로 사야하는 메커니즘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BTC가 가격이 내려갈 때에는 시장자체에 대한 신뢰의 이슈로 인해서 알트코인의 가격도 따라서 내려가는 것이 지금까지의 모습이었다. 

시장이 훨씬 성숙해진 뒤에 이러한 이탈이 일어났으면 좋았겠으나, 아쉽지만 뒤늦은 후회는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마저도 성숙해지는 단계 중 하나로 여길 수 있다.





유동성과 변동성 (Liquidity and Volatility)


거래 수수료 수익이 전부인 거래소들 입장에서는 거래가 많이 일어나야 생존할 수 있다. 트레이더들은 더 이상 촌스럽게 기술이나 커뮤니티의 건강함 또는 솔루션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철저히 변동성만을 쫒을 뿐이며, 거래소들은 이들을 만족시켜야 생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변동성을 높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유동성을 줄이는 방법이다(이전 포스팅의 ‘첫번째 오류’ 참조). 유동성을 줄인다는 것은 결국 시장에서 유통가능한 물량을 줄인다는 것이고, 거래소의 입장에서는 입출금 제한 등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모든 거래소들은 유동성 제한 및 보안정책을 위해서 입출금 정책을 진행해왔고 이는 필수적이다. 다만, 추가 상장이라는 기존의 카드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는 상황에서 가진 카드가 유동성 제한이라는 점은 현재 시장이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준다. 추가 상장이라는 기존의 카드는 점점 매력도가 떨어지게 될 것인데, 그 이유는 투자자들이 생각해왔던 기존의 가치산정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토큰의 기준 그리고 토큰의 가치에 대한 것이 더 이상 무의미해지고, 오직 얼마나 쉽게 가격을 올릴 수 있는지(유동성이 얼마나 제한돼있는지)가 이들이 볼 수 있는 유일한 메커니즘이 되었다.





ICO와 블록체인 (ICO and Blockchain)


2017년과 2018년은 ICO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port: SCVA ICO by PWC & CryptoValley Swiss>


1) 시장규모

2017년과 2018년 6월달까지, 약 1년 반 동안 20조원 넘는 금액이 ICO를 통해 펀딩됐다. 2016년에 불과 3천억 가량이 ICO를 통해 자본조달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ICO를 통한 자본유입의 성장세는 곡석을 그리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나다. 


이는, 분명 블록체인이라는 미지의 기술 그리고 성장성에 대한 높은 기대도 있지만, 전통 펀드에 비해 유동성확보가 훨씬 용이하다는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의 ICO들은 프로젝트가 시작하자마자 또는 시작하고 얼마 안있어 바로 시장에서 거래가 된다. 또한 소수의 투자집단에 더해서 다수의 개인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수시로 커뮤니티와 소통을 하게 된다. 


2) ICO 중간결과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그 어떤 프로젝트도 의미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내놓지 못했으며 내놓았더라도 이것이 유의미한 효용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많은 프로젝트들은 ICO로 모은 자본을 통해 최고의 인원을 구성하고, 실제 개발작업을 하고, 실제 프로덕트를 내놓는 것보다, SNS와 마케팅 그리고 대중강연이 훨씬 가격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심지어는 ICO로 모은 자금으로 시장에 개입해 자신의 토큰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프로젝트들은 서비스와 제품에 집중하지 않으며, 백서에 충실하지 않는다. 애초에 그럴 마음이 없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ICO 하나가 끝나고 또 다른 ICO를 준비하는 팀들도 존재한다. 이들에게는 ICO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ICO 이후의 프로젝트는 시장적 가치만을 지닐뿐 그 어떤 제품/서비스로써의 가치도 지니지 못한다. ICO로 조달한 자금을 가지고 재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본래의 프로젝트 성공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상황에서, ICO자본을 가지고 다른 ICO에 투자하는 펀드를 만든다. 


*물론, Ethereum, EOS, Cosmos 등의 프로토콜/플랫폼 등이 자신의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지원기금의 형태로 플랫폼활성화에 도움을 줄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와 연관성을 가질 수 있다.


3) ICO의 주체

ICO의 동기는 간단하다. 효과적이고 쉬운 자본조달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 산업이 충분히 성숙하지 못해서 존재하는 정보의 격차를 이용하여, 달성하지 못할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고 이를 통해 자본조달을 하는 사기행위(일명 ‘스캠’)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안타깝게도 사기꾼과 꿈을 쫒는 선구자를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들조차도 스스로가 누구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현재 상당수의 ICO 프로젝트들은 학교 동아리 수준의 전문성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


ICO가 워낙 주목을 받고있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늦기전에 기회의 물살에 올라타고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떠밀리듯 물살에 투신한다. 기존의 기업인들도 많다. 기존의 기업에서 무언가를 이룬 이들은 자신의 경력을 블록체인 산업에 주목받으며 데뷔하는 티켓으로 사용한다. 기존 창업가, 투자가 등이 그러하다. 물론 이 티켓도 거의 소진되어 간다. 유니콘 수준의 최상위 기업인이 아니면, 점점 업계에서는 그들의 명함을 티켓으로 받아주지 않고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4) ICO의 책임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제품화까지 약 2년여의 타임라인을 잡고 있는데, 그 얘기는 2019년에 수많은 ICO프로젝트들이 타임라인을 미루거나 실패를 인정하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백서에 나온 내용들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로부터 고소당하게 될 리스크가 높다. 로펌들이 솔선해서 기소를 독려하며 ICO프로젝트들이 가진 자본을 사냥하게 될 수도 있다. 2019년은 가혹한 해가 될 수 있다. 사기, 배임, 횡령, 신의성실 원칙 위배 등이 연관된 내용일 수 있다.


ex)

사기: 투자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거나 본래부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 경우

배임: 프로젝트가 본연의 의무를 떠나 마케팅이나 개인의 명성획득에만 집중했을 경우 

횡령: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자금을, 프로젝트와 무관하게 구성원들의 개인적 영달을 위해 사용했을 경우

신의성실 원칙 위배: 어떤 형태든 마땅히 기대되는 것에 대한 의무를 저버린 경우


물론 토큰의 가격만 오르면 그 순간은 모두가 행복하고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대표자가 전액을 개인적으로 유용해도 사람들은 개의치 않을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행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한다.





크립토펀드의 고전 (Struggle of Crypto Funds)

크립토 펀드는 암호화폐를 통해 투자를 하는 펀드를 말한다. 대부분 암호화폐를 통해 번 돈을 통해 다른 암호화폐에 투자하기 위해 만든 펀드들이다. 특히, 시장에서 투자하지 않고 ICO에 투자하게 된다. 


크립토 펀드들은 올해 끊임없이 가격이 내려가는 추세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이다. 수많은 크립토 펀드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거나 활동을 멈췄다. 크립토 펀드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를 다음의 5가지로 분류해볼 수 있다. - 1) 유동성, 2) 경험부재 및 리스크헤지 실패, 3) 마인드, 4) 상황논리, 5) 임팩트 투자의 허상


1) 유동성

모든 자산운용사(Investment managing company)가 겪는 지극히 당연한 문제다. 크립토펀드들이 난립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7년 말경부터인데, 당시는 크립토 시장이 ICO붐과 함께 고삐풀린 말처럼 치솟을 때였다. 당시에 시장에 진입한 크립토 펀드들의 주요 펀딩모델은 좋은 ICO 프로젝트를 초기에 발굴하고 협상력을 최대한 높여서 유리할 딜을 가져가는 것이다. 날씨가 좋을 땐 한없이 좋지만 날씨가 흐려지면 모든 면에서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모델이다. 


기본적으로 ICO는 특정 기간동안 유동성을 묶어두는 행위다. 초기에 들어가서 실제 투자금을 회수하기까지는 여러 절차가 존재한다. a) 우선 크립토 펀드가 투자한 투자라운드가 종료돼야하고, 차후의 자금조달도 모두 완료될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b) 그리고 실제 거래소에 상장될때까지 기다려야 하며, c) 거래소에 상장되더라도 유동성이 높지 않으면 시장을 폭락시키지 않고 현금화 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d) 이에 더해서 최근의 프로젝트들은 크립토펀드들이 미리 탈출하여 시장을 무너뜨리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락업기간(lock-up period)을 걸어둔다.


ICO 프로젝트들은 너무나 많아졌고, 예전처럼 수십개에 달해서 상장하면 그곳으로 유동성이 몰려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수천개에 달해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물론 마켓메이킹으로 억지로 가격을 올린뒤 일반인들에게 물량을 털고 탈출하는 펀드들도 있지만 그런 방식은 사실상 작전이고 지속불가능)

크립토펀드들은 대부분 ICO에 자금이 묶여있는데, 많은 ICO들이 상장 뒤 최초시작가 이하로 떨어졌으며 그나마도 시장에서 유동성이 소화되지 않아 탈출할 수 없다.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은 고점대비 ¼ 수준으로 내려왔는데 크립토 펀드들은 이 데미지를 고스란히 입을 수 밖에 없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펀드자금의 일부를 법정화폐로 가지고 있는 경우인데, 처음부터 달러기반의 펀드가 아닌 경우, 애초에 외환관리법 및 자금운용의 이슈때문에 법정화폐로 관리하기는 난해하다.


현재 ICO기반의 크립토 펀드들의 유동성은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해서 줄어들 수 있다. 


2) 경험부재 및 리스크헤지 실패

대부분의 크립토 펀드들은 전통 기관에서 자금을 운영해본 경험이 없다. 심지어 있다고 하더라도 크립토 시장 자체가 지금의 전통시장 모습과 괴리가 커서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리스크 헤지를 미리 해둔 펀드를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월가의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크립토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투자가 중 한명인 ‘마이클 노보그라츠(Michael Novogratz)’도 직격탄을 맞고, 2018년 3월 기준 3천억 자산 중 첫번째 쿼터에만 1400억 가량을 잃는다(2018년 7월). 더 충격적인 것은 손실 중 1천억 가량이 ‘미실현 손실(unrealized losses)’, 즉 일명 ‘존버(John Burr)’ 중이라는 점이다. 이 시장은 너무나 속도가 빠르고 유동성이 작아, ‘노보그라츠’조차도 ‘대응’이 아니라 한 마리의 개미가 되어 ‘존버’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ICONOMI는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크립토 펀드 운영 플랫폼이다. 이미 2016년 9월에 ICO를 마치고 DAA라는 펀드플랫폼을 2017년 10월 경에 본격 가동시킨다. 수년의 경험치와 업계전문성을 가진 이들이 ICO가 아니라 유동성이 훨씬 풍부한 상장토큰 그리고 위험 헤지를 위한 TrueUSD 등의 리스트를 가지고 운영을 했으나, 역시 지난 6개월 동안 처참히 깨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DAA List as of 20180826, iconomi.net


이보다 유동성이 적은 ICO전문 투자 펀드들은 현재 시장앞에서 더 무력한 상황이다. (대부분의 펀드는 공개된 포트폴리오만 봐도 대략 파악가능)


3) 마인드

크립토 펀드 파운더들의 특징적인 마인드로, 크립토 시장에 대해 아주 낙관적(bullish)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마인드 덕분에 애초에 그들이 크립토 리치가 된 것이다. 장기적 낙관론은 분명 좋지만, 단기적으로는 유연한 플레이가 필요하다. 그러한 역량이 갖추어지면 프로의 세계로 갈 수 있다. 크립토 리치들의 특징적 낙관성 때문에, 펀드는 손익실현 시기에 대한 판단에 객관적이지 못할 수 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존버하는 상황이고 많은 크립토펀드들은 투자해놓은 포트폴리오의 토큰이 배분되고 상장될 때 즈음에는 크립토의 겨울이 지나가있기를 바라는 것이 공통된 바람이다. 


4) 상황논리

프로젝트들은 끊임없이 쏟아지는데, 해당 프로젝트들에서 그만큼 유동성을 창출하고 있지는 못하는 시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립토펀드들은 투자를 멈추거나 금액을 극단적으로 낮추기 어렵다. 그 순간 순식간에 소문이 퍼지고 이는 명성에 타격을 주기 때문에 미래의 잠재적 기회까지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울며겨자먹기로 끊임없이 투자를 반복하게 된다. 일종의 생존비용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5) 임팩트 투자라는 허상

많은 크립토펀드들이 하는 대표적 착각은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다. 수익이 되든 아니든 일단 다수의 투자를 함으로써 여러 프로젝트/기업/인물과 관계를 맺고 이는 시장지배력이 되며, 시장지배력은 협상력을 높이고 높은 협상력은 결국 향후 투자에 있어서 좋은 딜을 만들 수 있게 돕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극대화하기 위해 엑셀러레이팅 기능을 넣기도 한다. 그러나 크립토 시장은 다를 수 있다.


a) 프로젝트의 입장: 프로젝트들은 ICO때는 펀드들과 밀접히 소통하며 필요에 따른 행위들을 하지만, ICO가 잘 치러지고 나면, 그들에게 펀드의 가치는 급격히 낮아진다. 펀드는 본질적으로 그들에게 돈을 주는 역할이며, 자본이 넘쳐나 돈이 귀하지 않은 시장에서 펀드로써 존중을 받고 협상력을 가지기란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펀드가 협상력을 휘두를 수 있을 정도로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젝트면 협상력의 가치가 낮은 프로젝트일 확률이 높다. 


b) 프로젝트의 허상: 심지어 프로젝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한다고 해도, 프로젝트 자체에서 수익이 나지않으면 모든 것이 허상이다. 프로젝트 자체에서 투자가치 외에 서비스나 제품을 통한 사용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는 시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거래소라면 거래소로써의 협상력 그리고 미디어라면 미디어로써의 협상력을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겠지만, 일반 기업들과는 달리 프로젝트들은 토큰말고 특별한 비니지스가 없다. 따라서 부가적으로 ‘얻을 수 있는 임팩트’가 제한돼있다.


임팩트만 존재하고 명확한 수익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차피 LP유입을 통한 펀드확장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펀드로써는 ‘임팩트 활용’에 대한 부분도 제한돼있다.


다만, 정말 임팩트 자체에 투자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투자수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명성/브랜드를 획득하는 것 자체에 투자를 한 경우다. 그런 의미에서, 투자수익률을 충분히 획득하지 못한 여러 펀드들의 경우, 대외활동을 강화하고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명성/브랜드를 획득하고 결국 전혀 다른 형태의 사업을 가져가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펀드는 단지 다음 단계를 위한 초석의 역할만을 수행한다. 많은 펀드들이 결국 투자수익이 아닌 인플루언서의 길로 내몰리지 않을까 싶다.


시장이 담백해지고 있다. 작년 한해 수많은 성공신화를 통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던 크립토펀드들은 당시의 성과가 '실력'이 아니라 '시류'에 의한 것임을 인지하고, 다음의 성공을 위한 훈련으로 DNA를 최적화할 수 있는 시점이다. 





크립토시장2.0의 리더십 (Leadership of CryptoMarket 2.0)


1) 펀드 및 투자:

기존의 전통 펀드들은 크립토 시장에 관심이 있다. 중국 최대펀드들인 Zhenfund, IDG, Sequoia, 알리바바 등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이들은 경험치와 자본력 그리고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동시에, 대부분의 크립토펀드가 크립토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로 시장하락에 저항하지 못하고 AUM(Asset Under Management)이 쪼그라들고 있는 시점에서 법정화폐 기반의 현찰주머니는 강한 무기가 될 수 있다. 시장이 작아진 만큼, 전통 펀드들 또는 대형 투자자들이 준비만 돼 있다면, 시장을 쉽게 가져갈 수 있는 시점이다. 게다가 먼저 시장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던 1세대 크립토 펀드들에게 협상력 측면에서 어떤 손해도 없이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생각보다 전통 기관들의 진입이 늦어질 수 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시장상황이 지속될수록 유리해지기 때문에 눈치를 보는것이 충분한 가치를 지니며, 동시에 시장이 너무 작아지면 어차피 매력도가 떨어진다. 또한 무거운 절차와 의사결정 구조 그리고 규제순응을 하고 있는 기관들 입장에서 절차적인 준비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 시장으로의 티켓은 기관/제도권펀드 등에게 '매우 저렴'해진 상황이다.


2) 프로젝트:

수많은 프로젝트들이 시도됐다. 프로토콜 단에서 무수한 프로젝트들이 생겨났고, 서비스나 제품단에서도 이미 모든 분야의 컨셉이 전부 다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프로젝트도 사람들에게 킬러앱으로 다가오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실에서 대단위의 사람들에게 가치를 제공하는 프로젝트가 없거나 그 단계로 아직 가지 못했을 수 있다. 많은 프로젝트들은 아무리 솔루션을 개발해도, 기존의 강자들이 참여할 인센티브 구조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영원히 사용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투자는 이루어졌고, 프로젝트들은 시작됐으며, 시장의 시험대도 열렸다. 이제는 치열하게 산업의 가치를 증명해야할 시점이다. 


현재까지 대부분의 프로젝트들은, 아이디어에 불과했으며 실제 인원들의 역량이나 경험치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새로운 프로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많은 진정성있는 프로젝트들도 생겨나고 있다. 동시에 ReverseICO로 불리는 트렌드가 있는데, 기존에 이미 작동하는 비지니스 그리고 경험치와 자원을 가진 주체들(해당 분야 선도기업)이 블록체인을 직접 적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강력한 트렌드인데, 해당 산업에서 이미 자리잡은 주체들이 각 산업의 필요에 맞춘 블록체인 도입을 시작하면 대부분의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의 접근을 의미없는 수준으로 격하시켜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기존 산업플레이어 그리고 다수의 이용자들을 확보하고자 하는데, ReverseICO들은 이미 모든 것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강력한 시장점유율과 이용자, 압도적인 경험치와 자원 그리고 즉시 적용가능한 사용사례(usecase)를 통해 보다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접근을 한다.


*여기서 언급되는 ReverseICO는 일반 스타트업의 블록체인 도입이 아니라, 가장 높은 점유율을 가진 공룡기업들의 블록체인 적용을 말한다. B2B가 아닌 B2C 기업들이 이러한 사례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데 대규모의 이용자들과 직접적인 접점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중고나라, 이커머스, 금융, 게임 등이 파급력이 있을 수 있으며, 실질적이고 흥미로운 설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중고나라: 이미 전 인구의 ⅓(1,600만 가입자)이 P2P거래를 통해 분산경제를 구축하고 있으나 인센티브와 시스템/관리적 요소 부재

이커머스: 가격 전쟁으로 인해 10원 단위로 피튀기는 경쟁중. 수많은 민생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

금융: 기본적으로 숫자를 다루는 원장 서비스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연관성. 다만, 다수의 주체간 인센티브 문제와 규제문제

게임: 기존과 전혀 다른 새로운 세계관을 게임내에 만들 수 있음. 높은 자유도와 실험적 접근이 가능


3) 거래소: 

거래소들은 단지 거래만하는 공간을 넘어서고 있다. 거래수수료는 점차 사라지고 있고 거래소 토큰이 경쟁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거래소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운영비용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은행과의 관계와 규제순응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고, 실제 규제안들이 속도를 가지고 구체화되고 있다. 많은 거래소들은 관할내의 운영과 글로벌 운영에 대한 선택을 고민한다. 단지 많은 종류의 코인을 취급한다는게 거래소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모든 거래소들은 금융을 고민한다. 크립토 기반의 금융을 실제 실행해보려면 파격적인 시도들이 필요 한데, 그러려면 기술리스크, 법률리스크, 시장리스크 모두를 가져가야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규제환경상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느껴진다.



크립토시장의 패러다임은 끊임없이 변화화고 성장하고 있다. 시장이 작은만큼 시장의 성격도 유연하게 바뀌며, 시장의 주체와 리더십도 순식간에 변한다. 안개로 자욱한 시장에서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앞을 보기위해 많은 비용을 치른다. 매년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생겨났다가 사라진다. 산업은 충분히 주목받고 있고 수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이 스스로의 존재의미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할 시점도 다가온다.



매거진의 이전글 Peer, 그 작은 첫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