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을 쓰게 될 줄이야....
새 집. 짧은 시간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던 인테리어. 하지만 인테리어 업체의 수준 낮은 작업 수준과 커뮤니케이션으로 불편을 겪었던 지난 5월. 큰 문제가 되었던 석고가루 폭탄 사건은 어찌 저찌 마무리하고 추가적으로 보수해야 할 부분들의 a/s만 남은 상황.
참고 글 : 못 말리는 인테리어 공사 1편
당시 내 심정은 몇 번 얘기를 해보니 도저히 말이 안 통하는 업체라 내가 a/s를 받으며 또 추가적인 스트레스를 받느니 그냥 손해를 보고 말겠다는 마음이어서, 적당한 선에서 석고 가루로 못 쓰게 된 기물들에 대한 비용을 제외하고 잔금을 치르는 것으로 정리하고, 솔직히 더 이상 마주치고 싶지도 않아서 이후 a/s에 대한 처리는 아내가 맡기로 했었다 (피해 보상 금액은 솔직히 말도 안 되는 금액인데 그냥 다 끝내고 싶은 심정에서 적당히 정리했다).
그 이후 아이를 낳고 약 한 달 가까이 조리원과 이런저런 일들로 a/s를 미뤘었고 이후 6월인가에 계속 문제가 되던 싱크대 하수관 수리를 진행했는데, 아..... 이 과정도 참 아스트랄했다.
자세히 설명하자면 또 속이 터지니 최대한 간단하게 말하자면,
처음 싱크대를 설치할 때 본래 있던 자리가 아니라 옆쪽으로 개수대의 위치를 변경했기 때문에 아래의 하수관의 위치가 연장되는 형태라 하수의 처리가 아주 원활하지는 않을 거라는 얘기를 사전 미팅 때 나눴었다. 구체적인 워딩은 '한꺼번에 대야로 물을 들이붓지만 않으면 넘칠 일은 없을 거다'였다. 싱크대에서 큰 대야 수준의 물을 한꺼번에 흘려보내지만 않으면 된다니 그 정도만 조심하자는 식으로, 개수대의 위치를 변경하는 것으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1차 범람(?)은 인테리어가 거의 끝나갔을 때 입주청소를 하러 온 업체 청소 직원 분이 이 사실을 모르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내려보내 싱크대 아래에서부터 물이 넘쳐 바닥으로 흘러나왔다. 디테일하게 따지고 들어가자면 이러한 싱크대의 사정을 업체가 몰랐던 바가 아니니 청소하시는 분들에게도 전달해 넘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했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이런 정도는 클레임을 걸지도 않았다.
이후 인테리어가 대충 끝나고 본격적인 생활을 하던 중, 설거지를 하는데 싱크대 아래로 물이 세어 나왔다. 몇 번 더 테스트를 해보니 대야는 무슨. 물을 틀어 놓은 채로 한 컵 정도의 물만 더 흘려보내도 물은 관을 넘쳐 세어 나왔다. 그래서 싱크대 아래에 고개를 넣어 살펴보니 전문가가 아닌 우리가 봐도 넘칠 수밖에 없게 되어 있더라. 하수관의 각도가 나오지 않아 조금만 물이 흘러나와도 쉽게 역류할 수 있는 구조였다. 왜 인테리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이런 기본적인 것도 체크하지 않았는지 답답했지만, 나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제 인테리어에서는 관심을 끄기로 했으니 그냥 보수를 받는 것으로 넘어가고자 했다.
그리고 정말 여러 번의 연락을 통해 겨우겨우 겨우 하수관을 수리해줄 직원 분이 방문했다. 한참을 다시 설명하고 작업을 하고 갔는데, 정말 황당한 것이 관이 누수가 생기니 그 부분을 그냥 실리콘으로 메워버린 것이다. 다른 작업은 하나도 하지 않은 채 그냥 주먹구구 식으로 막아 버리다 보니 당연히 일정 수준의 물이 흘러 나가게 되면 누수가 되는 대신 역류하여 개수대 위로 넘쳐 나왔다. 하하하.
그래서 또 업체 실장에게 연락을 했더니 전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확실히 정신이 다른 곳에 가있다) '그러니까 막힌 것만 해결해 드리면 되죠?'라는 거다. 누구 때문에 막혔는지 모르는 게 신기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일단 빨리 해결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부탁하다시피 해서 또 며칠 뒤에, 이번에는 하수도 전문가라는 분이 왔는데 그분이 보더니 '이거 어떤 **놈이 이렇게 해놨냐'라고 묻더라. 하하하. 그래서 이건 다시 뜯고 해야 한다며 실장한테 얘기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연락을 하니 '막힌 것 해결해 달라고 해서 해드렸는데 또 뭘 해 드려야 하냐'고 묻더라. 우리가 언제 막힌 걸 해결해 달라고 했나. 그 당시엔 막혀있지도 않았는데 참.
그렇게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커뮤니케이션을 몇 번이나 더 하고 나서야 또다시 직원 분이 왔고, 처음부터 그렇게 했으면 되었을 보수 공사를 겨우겨우 마쳤다. 어떻게 일반인 수준도 안되는지 참.
그런데 재미(?) 있는 건, 내가 오늘 하려던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 하수관 수리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하수관은 에이스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최대한 관심을 끄고 지내는 가운데, 아내는 몇 번이나 문자 등으로 연락을 했지만 매번 스케줄을 잡는 다고 하고, 또 연락이 곧 갈 거라고만 하고 9월 초가 될 때까지 아무런 a/s도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는 사실상의 a/s를 포기하고 몇몇 a/s를 직접 해결했다. 저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던 것처럼 몇몇 문짝은 도대체 왜 그렇게 무식하게 달아 놨는지 비전문가가 봐도 이해가 안 될 정도였는데, 이걸 다 뜯어서 다시 박는 작업을 직접 진행했다. 이것도 못하는 작업자의 수준이 참담할 뿐이다 (실제로 손잡이를 달기 위해 못 밖아 놓은 여러 개의 구멍들을 보면 이 사람들이 진짜 업자가 맞나 싶다).
그렇게 인테리어 업체와의 연을 끊기 위해 알아서 해결하고 있던 어느 날, 한 통의 등기 우편이 도착했다. 이번 인테리어를 진행하며 거실에 설치한 폴딩도어 업체에서 온 우편이었는데, 처음에는 무슨 DM을 등기로까지 보내나 싶었었다. 그런데 내용을 보니 4월에 계약하고 5월에 잔금을 치렀어야 할 인테리어 업체로 부터의 입금이 9월까지 되지 않아 고객의 제품에 a/s를 진행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참고로 폴딩도어는 이 인테리어 업체가 직접 설치한 것이 아니라 전문 폴딩도어 업체에 외주를 줘서 진행한 경우인데, 재미있는 건 이 엉망진창 인테리어의 홍수 속에서 유일하게 멀쩡했던 것이 바로 그들이 직접 진행하지 않은 외주 업체의 작업인 폴딩도어였다는 점이다.
이 폴딩도어는 시공을 하게 되면 업체에서 약 1년간 무상으로 a/s를 해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 a/s를 인테리어 업체의 금액 지불 불이행으로 인해 제공할 수 없게 되었다는 통보였다. 그러니까 유일하게 멀쩡했던 타 업체의 시공마저 이 인테리어 업체 때문에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얘기다. 하하하.
나는 이번 인테리어를 진행하면서 참 많은 것을 알게 되었는데, 아니 알게 되었다기보다는 포기하게 되었다는 것이 맞겠다. 일단 상식적으로 대부분 외주 용역을 주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는 인테리어 업체의 특성상, 일회성으로 끝날 수 있는 고객과의 서비스 불이행이나 비용 관련 불이행은 있을 수 있더라도, 장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해야 할 외주 업체들에게까지 미납으로 관계를 망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인테리어 업계도 다 거기서 거기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일 텐데 작지도 않은 업체에서 고객에게 직접 통보를 할 정도로 오랜 기간 금액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건, 회사 다닐 때 여러 업체들과 일을 해봤던 입장에서 당최 이해가 되지 않은 행동이었다.
다시 말해 인테리어 업체에서 고객인 우리랑 일을 빨리 대충이라도 마무리 짓고 싶더라도 고객인 우리와 해결을 보았어야지, 자신들이 계속 일을 맡겨야 할 업체에게 조차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 관계를 끊는 것처럼 바보 같은 결정이 또 있나 싶었다.
난 그래서 이런 통보문까지 왔길래 '아, 그 업체가 망했나?' 싶어 검색해보니 블로그에 계속 업데이트는 하는 등 아무 문제없는 것처럼 영업을 하고 있더라. 차라리 망했다면 그러려니 했었을 텐데, 그렇지도 않은 걸 보니 화가 난다기보다는 왜 저러고 사나 싶을 정도로 딱해 보였다. 왜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는지 참 안쓰러웠다.
여하튼 이 업체의 통보문을 받고 우리는 인테리어 업체에 말 조차 하지 않았다. 말할 기력도 없고. 어차피 또 못 알아듣는 소리로 말도 안 되는 이야기만 할 것이 뻔하니 이쯤에서 진짜 끝내고자 한다.
난 그래도 (그렇게 피해를 보았는데도!) 이 인테리어 업체를 생각해서 지난번 글에 업체 명을 쓰는 것은 피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아량도 남아 있지 않아,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체 명을 밝힌다.
주로 광명 지역의 인테리어를 담당하고 그 외에 서울 지역들도 종종 작업을 진행하는 '유성 인테리어'라는 업체다. 이제와 말이지만, 그렇게 시간이 부족하다던, 그래서 정말 최대한 작업을 진행해도 될까 말까 하던 가운데 이 업체는 당시 케이블 TV에서 방영하던 '수방사'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지방 출장도 가고 그랬었다.
이제 이 인테리어 업체와 관련된 글은 이것으로 끝이다. 사실 이 전 글 하나로 끝날 줄 알았었는데 또 쓰게 될 줄은 몰랐지만. 이젠 진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