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을 시작했다.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나고 수개월이 지나 서다. 조그만 광고회사 봉급쟁이 포토그래퍼이다 보니 그다지 여유 있게 투자를 할 수가 없었다. 투자금이 창피해서 여기저기 물어보지도 못하다가 같이 유학 생활을 했던 형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이들의 스펙은 대충 이렇다. S전자를 거쳐 S통신사 중역이 된 맏형. P제약회사 임원급 둘째 형. D금융그룹 신규 사업부 팀장인 셋째 형. H상사에서 상사맨으로 일하며 콜롬비아 지사장으로 파견가 있는 또 다른 셋째 형. 그리고 대충 자유롭게 사는 나. 형들에게 주식에 대해서 물어보자 숫자에 대해서는 워낙 문외한인 나를 워낙 잘 아는지라 콧방귀를 뀌며 무시했다. 그래서 벼락치기 공부를 해서 주알못이지만 엄청 아는 척을 하며 집요하게 물어봤다. 그러자 이런저런 대화가 오갔고,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형들의 정보로 몇 주를 사 봤다. 보기 좋게 물려버렸다. 수익률이 -40%까지 떨어졌다.
경제에 능통한 친구에게로 방향을 틀었다. 이 친구의 스펙은 대충 이렇다. S전자에 요직으로 근무하다가 S건설 이사로 재직하셨던 아버지가 정년퇴직 후 설립하신 국내 탑 관리 회사 T개발에서 상무로 재직 중 인 친구다. 이 친구는 직접적으로 이 종목에 투자해라라고 말해주지는 않았다. 대신 나는 지금 이런저런 종목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라고 간접적 조언을 해 주었다. 그리고 내 포트폴리오는 이렇다라고 보여주었다. 이를 토대로 몇 종목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다. 여유 자금이 없어 살 수가 없었다. 슬펐다. 얼마간을 지켜본 결과, 별 볼 일 없는 종목이었다. 기뻤다. 왜 이럴까? 그래도 내가 아는 꽤나 가방 끈 긴 엘리트들인데.
나는 처음 나에게 투자 어플을 핸드폰에 설치하는 것도 가르쳐 주고, 오히려 역으로 나한테 이런저런 투자 상담도 하던 우리 회사 촬영팀 29살 막내와 지속적으로 공부하며 논의를 했다. 지금껏 투자했던 종목을 다 정리하고 새 출발했다. 내 힐링 파트인 영화 쪽을 관심 있게 보니 드라마, 영화 제작사들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 몸 담았던 패션 쪽을 보니 어느 정도 돈의 흐름을 읽을 수가 있었다. 여기서 몇을 추려 투자를 했다.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뭐지?
하루는 출장 촬영이 잡혀 단골 콜밴을 타고 파주 세트장으로 이동 중이었다. 팀원들과 주식과 코인 얘기를 하는데 콜밴 기사님이 뜬금없이 한 종목이 요즘 난리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 자리에서 검색해 봤다. 재무제표 탄탄한 기업에 PER도 좋고, 그래프도 좋았다. 바로 질렀다. 3일 연속 촬영이라 투자한 주식에 전혀 신경을 못 쓰고 있었다. 촬영이 끝난 후 보니, 3일 연속 상한가를 쳤더라. 나는 목표 수익률 이상이어서 냉큼 팔고 빠졌다.
SNS에 떠도는 글이 하나 있다. 주식을 전문적으로 몇 년 공부한 남편은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냉장고가 이뻐서 삼성 주식 사고 해외 주식 아는 게 애플뿐이어서 애플 주식 산 와이프는 수익률이 엄청나게 나왔다고 한다. 우스개 소리이지만 투자에 대한 기본을 말하기엔 충분한 이야기인 것 같다. 시장 경제를 좌우하는 것은 소비자이자 대중들이다. 내가 소비자 입장에서 사고 싶은 물건, 잘 아는 회사의 제품은 잘 팔린다. 그리고 그 기업은 대장주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장주는 손실이 적을 수밖에 없다. 물론 장기적으로 주식 투자를 하려면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소신껏 소비자의 입장에서 공부해 투자하자. 돈을 벌기 위한 투기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제품이 더 좋은 제품이 될 수 있는 투자를 하자. 타인이 흘린 찌라시를 믿고 허튼 투기를 하지 말고, 내가 믿는 회사에 올바른 투자를 하자.
올려다 봤다
고개를 들어
하늘에 빌었더랬지
행복이 흥얼거리기를
달빛에 속삭였었지
꿈이 춤추기를
햇살에 기도했었지
실수가 부끄럽지 않기를
구름에 부탁했었지
실패가 씻겨지기를
다 부질없더라
이 모든 삶이
이 모든 세상이
다 내 발 아래이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