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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엄마의 단상
08화
엄마로선 망한 하루
상담자로선 성공한 하루
by
AskerJ
Jun 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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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는 매일이 녹록치 않지만
그래도 자세히 보면
어느 날은 그나마 순조롭고,
어느 날은 유독 버겁다.
어느 날은
버거운 걸 넘어서
'망했다'고 느껴
지기도 한다.
오전 산책까진 좋았다.
오히려 집보다 바깥이 시원한 날이었고,
덕분에 바람도 좀 쐴 수 있었고,
오는 길에는
갑자기 나타난 해산물 트럭에서
제주산 은갈치를 괜찮은 가격에
사서 돌아왔다.
애들은 집오는길에
유모차에서부터 곤히 잠들어서
방에 그대로 눕혀 재우고
남편이랑 어제 다 못본
드라마까지
보며 삼겹살을 구워먹었다.
1부 육아는 이토록
순조로웠으나...
그렇다고 2부까지 좋으란 법은 없고...
오후에 워낙 낮잠
을 자는 친구들이
졸린게 뻔히 보이는데도
버티며 안 잘때부터
싸했는데
딸은 졸린상태로 깨어있느라
점점 짜증을 내며 징징징...
아들은 결국 거실에서 쓰러져 토막잠을 자다
일어났는데 덜 자서인지
그 이후로 씻고 먹는 내내 울어대서
남편도 나도
신경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졌다.
체력과 인내심이 핵심역량인
육아에서만큼은
우리 부부
둘 다 그닥 높은 역량을
보유하고 있지 못해서
그 뒤부터는 둘 다 곤두선 채로
애들 잘 때까지
엉망진창 버티는 시간들을 보냈다
.
문제는 정말 오랜만에
상담이 잡혀있
는 날이었다는 것...
비록 전화상담이지만
4달만에 하는 탓에
한편으로 긴장하며 준비했는데
이런 엉망진창의 하루가 되니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상담 직전에는 '내가 이따위로 살면서 누굴 상담해?'
라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그건 다행히 그 와중에도 살아있는 내 이성이
'야 무슨 상담자가 완벽해서 상담하냐?
엉망진창 고통과 좌절을 알고
소화해본 상담자가 더 나은거지!'
하고 따끔히 말해줬다
.
유능감이 중요한 나라서
간만에 용기내어 시작한
나름 복직의 시작이라
잘해내
는건 욕심이라치고 적어도 망치고 싶진 않았다.
남편에게 이런 마음을 말했더니
뭔가 아는 사람처럼
'상담하고 오면 오히려 괜찮아질거야'
하길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그럴까...'
했는데,
진짜
그랬다!
상담 시작 전까지도
정신없이 집안일하다
애들 재우는걸 남편한테 맡기고
뛰쳐나와
차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시작했는데,
용기있고 솔직한 내담자
(상담받는 사람)
분과
이야기가 잘 풀려서
열심히 상담하고
무탈히
다음회기를 잡았다.
지난 상담경험들이
다 1회기로 끝나셨다고 해서
이번 나와의 상담은 어땠는지
마무리 시간에 소감을 들으며
물어보았는데 내 목소리나 이야기를 정리해주는 것,
의견들을 얘기해준 부분들에서
전문성과 신뢰가 느껴졌다
는
대답이 돌아왔다.
손님 후기가 중요한 식당 사장님처럼, 상담자도 상담서비스의 고객인 내담자들로부터
구체적인 피드백을 듣는 것은
무척 중요한 부분이다.
어떤 음식의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별로였는지 알아야,
내가 더 신경써야될 부분을 알 수 있으니까.
물론 상담은
하나의 관계
를 토대로 효과를 보는 것이라 내 몫 과 상대의 몫이 있고
그건 식당이어도
손님의 주관적
취향과 입맛이 있으니 어떤 후기든
전부 다 내
몫으로 가져가는건 위험할 수 있다.
앞으로의 상담진행에
참고할 부분과
내담자분의 기준 등을 파악하기 위해
묻는 과정에서 오늘의 상담에 대한,
나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을
들을 수 있
는 날이 오늘이라서 더더 힘이 되었다 정말.
엄마로선 망했을지언정
상담자로선 괜찮은 하루였으니
막판에라도 그럭저럭 만회한 느낌이랄까!
어디선가 얼핏 본 박나래씨 강연내용이
생각났다.
요 내용이 오늘의 나한테 딱이다.
엄마로 살다보면, 특히 아이가 어릴 때는 또 다른 내가 있다는걸 잊을 정도로 그냥 엄마인 나에게만 매몰된다.
그래서 성취감, 유능감을 느끼기 어려운 쳇바퀴같은
(근데 난이도는 꽤 높은)육아나 집안일을 하다보면
자꾸만 내가 뭘 한것도 없는데 체력이고 정신력이고 다 바닥나있는게 허탈하고 회의감이 들기 쉽다.
자주는 어렵겠지만 엄마 아닌 또다른 나를틈틈히 찾아주고 알아줘야지. 오늘처럼 운 좋게 외부에서 피드백이 오는것도 좋지만 내부 피드백도 있어야 외부 피드백 없는 날에도 사니까.
keyword
상담
육아
워킹맘
Brunch Book
쌍둥이 엄마의 단상
06
아이들이 없었다면 더 행복했을까.
07
쌍둥이 육아는 2배, 아니 4배로 힘들까?
08
엄마로선 망한 하루
09
내 아이에게 단 한 가지의 능력을 줄 수 있다면
10
쌍둥이 엄마에게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쌍둥이 엄마의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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