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skerJ Feb 10. 2024

월 천을 하루에 100번씩 적는 그녀의 사정

내가 월 천을 벌어야 하는 이유

목표를 100일 동안 100번 쓰면 이루어진다는 마치 전래동화에 나오는 비법 같은 노가다를 내가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동기부여 영상을 몇 주간 듣다가 어느 날 문득 홀린 듯이 시작하게 되었다. 고민 끝에 나는 ‘24년에 월 천을 벌었다’는 목표를 적기로 결심했고, 며칠이 지나자 문득 ‘왜 나는 월 천을 벌고 싶어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벌면 좋으니까? 는 “부자되고 싶다! 로또 되고 싶다!”와 다를 바 없는 말이기에 간절함도 동기 부여도 되지 않는다. 사실 나는 그렇게 큰 돈이 드는 사람이 아니다. 애초에 브랜드, 명품 쪽은 잘 알지도 못하고 지금까지의 소비패턴은 디자인만 내 마음에 드는 걸로 싸게 여러 개 사고 쉽게 버리는 식이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그마저도 쇼핑이 귀찮고 시간도 에너지도 아까워서 거의 사지 않게 되었다. 먹는 것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만 내면 쉽게 만족하기 때문에 대단히 고급진 음식, 맛집에 대한 욕구가 없다. 주기적으로 좋아하는 떡볶이, 돈까스 등 몇 가지 소울푸드만 먹으면서 살아도 불만이 없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역시 ‘아이 둘을 위해서’일까?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아직은 어리고 교육비가 본격적으로 들기 전이고,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브랜드 옷이나 유명 전집을 사주지 않는다. 전집도 이제 만 4살이 되어가는데 하나 들였고 나머지는 대부분 받았다. 애초에 전집을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는게 우선이지 유명한 책들을 왕창 들이는게 중요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아직은 아이들에게도 그닥 돈이 들지 않지만 향후 들어갈 것을 생각하면 꽤 현실적인 부분이긴 하다. 그런데 이 부분은 솔직히 나보단 남편이 주기적으로 불안해 하고 아직 나로서는 막 당장 돈을 더 많이 벌어야 하는데 어쩌지? 싶을 정도로 간절하고 조바심 나는 부분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짐작가는 부분은 아무래도 ‘나, 그리고 내 일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다. 내 일로 벌 수 있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일상의 자잘한 선택의 순간에서 내 일은 당연하게 뒤로 밀리는 느낌을 받는 건 기본적으로 씁쓸하고 때론 화가 난다. 물론 내가 최대한 일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도록 남편도 동의하고 지지해준 건 사실이다. 점진적으로 아이들이 기관에 있는 시간을 늘려서 평일에는 저녁준비에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지 않게 되었고, 격 주로 가사 도우미 이모님이 오셔서 전체적인 청소를 한 번씩 해주시고 있다. 무척 고맙게 생각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만한 성과(돈)를 내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점점 마음이 무겁다. 남편은 오히려 항상 내가 잘 될거다, 한 번만 터지면 된다(?)는 믿음을 이야기 하는데 어째 나는 나에 대한 확신이 오락가락이다. 어떤 주기에는 정말 하면 될 것 같다가도 어떤 주기에는 그냥 이대로 지지부진하게 여기저기 깔짝거리다 이도 저도 되지 않은 채로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든다.

     

꼭 돈으로만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사실 돈만큼 사회적으로 합의된 내 일의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무엇보다 월 천은 벌어야 내 일이 남편의 일보다 사회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남편은 사실 직장인 치고는 연봉이 높은 편이다. 덕분에 세금 구간이 바뀌어서 거의 절반이 떼이는게 문제지만. 어차피 같은 가정인데 왜 남편이 버는 거랑 비교하냐고? 내가 남편보다 더 잘 벌어야 남편이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는 해부터 육아휴직을 쓸 수 있으니까. 월 천 다음 목표는 ‘남편 육아휴직 시키기’다. 그게 나도 남편도 둘 다 원하는 시나리오다. 나는 아이들 챙겨주는 것보다 내 일을 하고 싶고, 남편은 아이들을 챙겨주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한다.      


내 일에 대해 나도, 가족들도, 사회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서 당당하게 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그 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월 천’을 100번씩 적어본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