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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kerJ Mar 13. 2024

인플루언서에게 월 천 버는지 물어보았더니

그녀의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운 좋게 전부터 눈여겨 보고 있던 인플루언서의 이벤트에 당첨이 되었다.

그것도 내가 바라던 그 분과의 커피챗에!

(*커피챗: 실제 만남을 통해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 없이 정보를 묻고 답하는 문화) 

    

인플루언서가 넘쳐나는 시대에 내가 유독 그 분을 눈여겨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팔로워 수에 비해 찐 팬이 많아 보임

(팔로워 훨씬 많아도 게시물 반응 싸늘한 계정이 생각보다 많다)

2. 콘텐츠가 세련된 건 아닌데 진정성이 팍팍 느껴짐

(분명 물건 파는 내용인데 날 위한 마음이 느껴짐 뭐지?)

3. 모임에서 몇 번 만났는데 조용히 있다가 내뱉는 한 두마디에서 느껴지는 내공

(뭘 가르치려고 말하는게 아닌데 계속 곱씹게 되는 한 마디!)     

같은 커뮤니티에 있어서 모임에서도 두어번 만났지만 아무래도 다수가 모여서 따로 얘기하기가 힘들었다. 아마 커피챗 이벤트가 아니었어도 따로 한 번 볼 수 있는지 들이댔을 것 같다. 외향형이어도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은 손에 꼽는 나름 새침한 나인데 그만큼 그녀에게 느껴지는 내공의 비밀이 궁금했다.  

   

아무래도 만나면 궁금했던만큼 질문을 우루루 던지게 될 것만 같아 그 분이 마음의 준비를 하실 수 있도록(?) 질문 리스트들을 미리 보내두었다. 그 질문만 해도 7가지나 되었는데 보시더니 ‘오..흥미로워요 감사해요!’ 라는 답이 돌아왔다.     

우리는 그녀가 사는 동네 핫플에서 브런치도 먹고 디저트까지 먹으며 장장 4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플루언서의 일상을 잘은 몰라도 무척 바쁠텐데 그녀는 그 4시간 동안 화장실 가는 시간 빼고는 한 번도 핸드폰을 보지 않았다. 나와의 대화에만 온 주의와 마음을 기울여주었다. 물론 그녀로부터 배울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지만, 가장 나에게 오래도록 남아서 마음을 다잡게 만들어준 건 바로 그 ‘상대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 였다. 그 태도로 그녀는 인스타그램을 하며 콘텐츠도 만들고 커뮤니티도 운영하고 물건도 팔기 때문에 찐 팬도 많고 진정성도 느껴지는 거였다!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눈 앞의 이익보다 관계를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도덕책의 한 구절처럼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뿐 삶에서 실천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그걸 항상 새겨두면서 삶의 모든 선택에 실제로 적용하는 사람을 만나니 그 어떤 책을 읽는 것보다 울림이 있었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내가 조심스레 그녀에게 물었다.

실례가 될 수도 있지만 제가 요즘 ‘월 천’ 키워드로 글을 쓰고 있어서 제목을 뽑을 때 참고하려는데, 혹시 월 천 벌어보신 적 있나요? 

그녀로부터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아...저는 무슨 일을 할 때 수익을 정확히 계산해본 적이 없어요.      

일단 제가 하는 일이 업체마다 정산 시스템이 달라서 정확히 매 달 수익을 알기가 어렵기도 하고, 수익을 계산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사람을 돈으로 생각하게 될까봐 그렇게 하지 않아요.     

머리가 띵했다. 나는 아직 한참 멀었구나! 그녀가 나와는 다른 차원의 성인군자여서 대단한게 아니라, 자신도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흔들릴 수 있는 유혹에 대해서 잘 알고 장기적인 시각, 우선순위의 가치를 놓치지 않기 위한 선택을 해내는 게 정말 대단했다.     

그녀로부터 들은 많은 인사이트 중 정말 꾸준히 실천하려고 노력 중인 한 가지가 있다.     

“저는 빈 종이에 펜만 들고 앉아 있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져요. 음악도 틀지 않고 오직 저와 만나는 조용한 시간을 가지는거죠. 그렇게 생각나는대로 빈 종이에 적어내려가다보면 그 순간의 제가 하는 모든 고민들을 마주하게 돼요. 그렇게 다 꺼내놓고 정리해야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더라구요.”     


그녀는 아마 앞으로 월 천 아니 월 이 천이상 벌고도 남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도 자기가 월 이 천을 버는지 따위에는 관심 가지지 않고 자신이 도와야 될 사람들에게 뭐가 필요한지, 어떤 걸 함께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며 살 것이다. 그걸 위해서라도 자신과의 만남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할 것이다. 상담사인 나도 자주 놓치곤 하는 본질을 붙잡을 줄 아는 그녀를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하다. 



*몇몇 분들이 이 글의 인플루언서가 누구인지 궁금해하시고 따로 질문주셔서 추가로 덧붙입니다!


https://www.instagram.com/haonmom_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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