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내고 싶은' 일이 있을 뿐
평일 오전 8시. 사람들로 가득 찬 1호선 지하철 안, 흔들리는 손잡이에 겨우 몸을 맡긴 체 서 있는 직장인 A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출근하시나요?" 대답이 돌아온다. "해야 하니까요. 아, 출근도 전에 벌써 퇴근하고 싶다." 그렇게 당연한 것도 모르냐는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과연, 정말 모르는 사람은 나일까?
어떠한 행위를 '해야 한다' 함은, 강제성이 부여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장 강한 강제성이 무엇일지 생각해 본다면, 행위가 부재할 경우 생명 유지가 불가능한 때일 것이다. 그러한 가정 하에서는 1) 신체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에너지를 섭취하고, 2) 정신활동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수면을 취하는 것 외에, 당신이 꼭 해야만 하는 일 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해야 하는' 일을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을까.
2019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한국인들의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필수시간'에 하루 24시간 중 절반 이하인 11시간 34분을 사용한다. 여기서 '필수시간'이라 함은, 앞서 언급한 식사 및 수면 등 개인의 생명유지를 위한 시간이다. 이 말인즉슨, 사람들은 하루 중 절반 이상을 '해야 하는' 일이 아닌,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위해 쓰고 있다는 뜻이다.
자칫 억울할 수 있다. "나는 바쁘게 살고 있어요.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해요. 오전 9시에 사무실에 들어가면 빨라도 오후 6시는 되어야 나올 수 있죠. 집에 돌아와 저녁식사를 마치면 벌써 오후 8시예요. 그렇다고 바로 쉬지도 못해요. 운동을 해야 하니까요. 그렇게 모든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침대에 누우면 벌써 밤 10시예요. 내일 또 출근해야 하니 너무 늦지 않게 자야 해요. 잠들기 전까지 여유시간이라고는 1~2시간뿐이죠. 그런데 지금, 제가 하지 않아도 될 일들 때문에 바쁘다는 건가요?"
그렇다. 당신은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당신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당신은 그저 당신이 '해내고 싶은' 일을 하느라 바쁜 것이다.
또다시 억울할 수 있다."나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집에서 빈둥빈둥 놀면서 쉬고 싶다고요. 그리고 운동도 해야 하니까 하는 거예요. 그걸 내가 무언가 해내고 싶어서 하고 있는 거라고 말하면, 마치 내가 스스로 고통받기를 선택했다는 말 같잖아요. 나는 그런 거 선택한 적 없어요."
아니다. 당신이 선택한 것이 맞다. 다만, 초기의 목표 내지는 목적이 흐려졌거나 스스로 인지하지 못할 뿐이다. 생각해 보라. 당신은 왜 직장에 출근해서 일을 하는가. 그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누구는 돈을 벌기 위해서, 누구는 해당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고 싶어서. 이는 또 세분화될 수 있다. 돈을 버는 이유로 가정을 풍족하게 꾸리기 위해, 여행을 다니거나 사치품을 살 수 있는 자산을 이루기 위해. 전문가 되고 싶은 이유로 명예를 얻기 위함이거나, 또는 명예를 통해 부를 이루기 위해서 등. 당신은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다시 말하면 '해내기 위한' 수단으로 직장에 출근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동일한 관점에서, 외모를 가꾸거나 건강을 얻기 위해 당신은 운동이라는 수단을 선택한 것이다.
이제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내가 선택했든 아니든 힘들게 직장에 출근하고, 힘들게 운동을 한다는 건 똑같잖아요. 그렇게 생각한다고 뭐가 다른가요?"
다르다. 수동적으로 '해야 해서' 한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하지 않아도 될 이유와 변명을 찾게 된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해내고 싶어서' 한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은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방법을 찾게 된다. 이는 큰 차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저 '해야 되니까' 하고 있다면, 처음 세웠던 목표를 떠올려라. 그 목표가 사라졌다면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 멈춰라. 목표가 변했다면, 새로운 목표에 맞춰 새로운 방법을 찾아라. 만약 원래 목표가 그대로인데 현재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의심이 들 때면, 당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을 바꿀 때이다. 지금 하고 있는 일 대신 다른 일을 찾아보아라.
앞선 예시로 출근과 운동을 들었지만, 이는 모든 일에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다. 행위의 목적을 되돌아보고, 해당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 적절한 지 되돌아보아라. 그저 '해야 되니까' 하는 일은 사라지고 '해내고 싶은' 일만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