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생신을 맞아
꽤나 걱정 됐다. 괜찮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50일도 채 안된 그녀가 혹시 아프진 않을까 염려가 앞섰다. 하지만 5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에 계신 할머니 생일에 안 갈 수는 없는 터였다. 게다가 할머니는 손자들의 첫 만남을 꽤나 기대하는 눈치였다.
뭔가 감동 넘치는 만남은 아니었다. 내심 동생네 아들이 지아를 챙기는 감격스러운 모습을 기대했나 보다.
‘두 돌도 안된 은우가 지아를 챙기는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기대지.’
외려 바닥에 잠든 그녀의 얼굴과 발을 한 차례씩 밟아버린 조카였다. 감기나 폐렴보다 조카에게 깔려 죽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매우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그녀는 병원을 제외한 첫 외출에서 할머니댁에 응아를 한 바가지 남기고 왔다.
오늘은 서울로 출발하기 전에 옆지기를 부둥켜안고 울고 말았다. 한 동안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주중에 타지에 머무르기에, 갑절은 더 힘든 상황에서 싫은 소리 한마디 않고 묵묵히 노력하는 옆지기에게 깊은 감사함과 미안함을 늘 느끼던 터였다.
“지아 태어나고 주말마다 집에 갈 때 혼자 울었는데, 오늘은 앞에서 울어버렸네. 고마워요. 미안하고.”
“당신 잘못도 아닌데 뭐. “
옆지기는 외려 옷깃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가족’이라는 것을 사무치게 느끼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