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특별한 준비였다. 결혼 후 삶에서 과업으로 꼽히는 것은 가족 구성원이 더해지는 것 ‘임신’이다.
임신을 준비하기 위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남자인 내게 녹록지 않았다고 느껴지는데 몸과 시간을 포기하다시피 한 내 옆지기는 얼마나 힘들었을지 가늠할 수 없다.
인공적인 준비 과정은 몸과 마음에 힘든 과정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다독이며 버틸 수밖에 없었다. 스트레스는 받지 않는 것이 임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되려 큰 스트레스가 되었다.
그럼에도 결실을 맺었다. 4주 차, 5주 차까지 두 번의 검진 때까지도 우리 미래의 가족님은 잘 버텨주었다.
임신 소식을 듣고 난 후 생각지 못했던, 그보다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고개를 내민다. 걱정 산더미가 밀려올 때면 나는 옆지기의 얼굴을 바라본다.
난 혼자가 아니야.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잖아? 함께라면 헤쳐나갈 수 있을 거야. 설마 내가 우리 가족을 굶어 죽게야 하겠어.
결혼을 준비할 때 결혼을 유지할 수 있을까를 걱정했던 것처럼 이젠 새로운 가족을 잘 꾸려갈 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다.
오늘 옆지기가 속이 메스껍다고 했다. 건강이 상할까 염려된다. 근데 걱정의 대상이 옆지기만이 아니다.
기분이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