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슥슥 Jun 16. 2024

목적 없이 나선 주말

목적은 목적 없기


꽤나 계획적인 사람이다 나란 사람은. 꼼꼼함, 생각 많음, 꼭 들어맞는 걸 좋아함 등 계획성의 여러 이름으로 인해 내 삶은 지금의 형태를 지니게 되었다. 계획성을 지닌 내 모습이 좋을 때도 미울 때도 있다.


혼자 맞이하는 주말은 드문 기회이기에 이번 주말은 집 밖으로 나서야겠다고 몇 주 전부터 다짐했던 터였다. 일요일 눈을 뜨고 좀이 쑤셔서 나가야겠다는 의지는 더 커졌다. 사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아마 넷플릭스가 나의 외출이 될 분위기였다.


그런데 외출의 목적이 없다. 나가기 위한 외출이다. 그 생각이 지하철까지 가는 길에서도 나를 조금 불편하게 만들었다. 자그마한 가시가 손에 박힌듯한 찝찝한 마음의 원인은 그것이었다.


시간을 잘 써야 한다.

시간은 생산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오늘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다.


위 같은 생각들은 내가 일상을 계획할 때 염두에 두는 것들이다.


지하철에 올랐다. 그런데 방향이 틀렸다. 목적지가 없다 보니 회사 방향으로 향하는 지하철로 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목적지가 없으니 방향이 틀릴 이유가 없음에도 회사 방향으로 가긴 싫었다. 목적은 없지만 선호도는 있었다.


목적 없는 외출 속에 있으니 순간순간 목적을 세우려는 내 태도가 느껴진다. 순간순간의 결정이 놀라울 정도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고 조금 애처롭다.


고개를 들어보니 한강 위다. 배경이 느리게 지나간다. 마음도 한결 가볍고 편해진다.


이제 내려야겠다. 목적이 ’ 생각났다.‘ 목적 없이 나간 외출은 목적을 만들게 한다. 내 생각들이 때론 나를 괴롭히지만 순간의 방향을 결정해 준다. 그러고 보니 어떤 것이 옳은 결정인지 고민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는 것 같다.


이야기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흐른다. 의식의 흐름을 풀어헤치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놔두련다. 가끔은 각 잡히지 않은 글도 나 다움이고, 훗날 오늘을 기억하는데 도움을 줄 테니까 말이다.


목적 없이 나온 오늘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전 27화 침대에서 꼬물 거리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