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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슥슥 Jun 30. 2024

강의 평가

평가받는다는 것


대학 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는 학기마다 학습자들에게 평가를 받게 된다. 교수가 학습자에게 과목별로 학점을 부여하듯 학습자가 교수에게 성적을 주는 것이다. 나의 지식선에선 현재 국내 대학에서 앞서 설명한 ‘강의 평가’를 진행하지 않는 대학은 거의 없으며, 많은 교수들은 강의 평가 때문에 꽤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나 또한 스트레스받는 건 당연했다. 내 강의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날 평가받는 듯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인생의 꽤나 많은 시간을 내 영역에 투자했고, 시간 동안 순도 높게 몰입했기 때문에 내가 한 공부는 곧 나라는 생각으로 쉽게 빠지게 됐다.


더군다나 나의 어릴 적 꿈은 ‘선생님’이었다. 대학 원서 3개 가운데 1개를 사범대학에 넣을 정도였다. 나머지 2개는 막연하게 학교 이름이나 당시 유행 학과에 맞춰 넣었기에 사범대학에 넣은 원서 한 장의 의미는 상당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려서부터 누군가에게 무언갈 알려주고 싶어 했나 보다.


서울로 일자리를 옮기고, 운 좋게도 강의를 맡을 수 있었다. 수년간 해왔던 강의이고 학교에서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우수 강의자 상을 받은 나였지만 지역을 옮겼다는 이유만으로 더 걱정했던 것 같다. 학습자들은 아마 그대로였을텐데, 나만 유난이었다.


‘강의 평가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 서울에서도 내 강의 스타일이 먹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강의를 지속해서 내가 가진 심리학자로의 아이덴티티를 이어가고 싶다. 그런데 강의 평가 결과가 안 좋으면 아마 다음 학기엔 내게 수업을 주지 않을 것이다.‘

강의평가와 관련된 학교 공지를 보면 이 정도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고, 매해 받는 스트레스지만 올해의 의미는 남달랐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며칠 전 받아본 강의평가 결과는 너무 다행스러웠고, 내심 놀랍기까지 했다.



강의 평가가 전체 교원 가운데 1등이라니 너무나 반가웠고 믿기 힘들기도 했다. 난 1등을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공부는 물론이고 공부를 뒤로하고 몰입하던 게임이나 다른 활동에서조차 1등을 기록한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내가 천명이 넘는 내로라하는 교수들 중에 1등이라니 처음엔 반가웠고, 나중엔 몇 번이고 인터넷 창을 다시 클릭해 오류가 난 건 아닌지 확인하기도 했다.


강의 평가 결과를 받아 든 지 1주일 정도가 지난 지금은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이제 1등에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미끄러지지 않아야겠다.‘

‘짜식 여전히 죽지 않았군. 내 열정이 통했어.‘


자신감과 떨어질 것에 대한 불안감이 싸우고 있다. 생각의 싸움 속에도 확실한 마음은 있어서 그것을 잡고 나아가려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내가 가진 것을 전달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대체로 그것을 전달받는 사람들도 싫어하지 않는다. 때로는 내 이야기를 듣고 고갤 끄덕이기도 하며, 열정적인 눈빛을 보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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