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선생은 항아리 도둑
대학 살사들 이야기, 정으로 사는 사람들
아니 이 사람들이~~
그렇게 항아리를 거저 달라면 어찌하누.
총장 선생이 도둑질을 시키시네~~
커다란 목소리로 투덜대시면서도 교수님의 눈과 손은 좋은 도자기를 찾고 계셨다.
외국에서 귀한 손님이 학교를 방문한다고 하여 준비가 한 창이던 어떤 하루, 직원 한 분과
방문 기념으로 증정할 도자기를 구하려고 곤지암 근처에 사시는 미대 교수 한 분을 찾아뵈었다.
언덕 중턱에 자리 잡은 시골집에는 널따란 마루가 있었고, 옆 마당에는 도자기를 굽는 자그마한 가마가 자리 잡고 있었다. 마주 뵌 교수님은 산발 가까운 흰머리를 이리저리 기웃거리시더니, 마루 바닥에 뒹굴고 있던 도자기 몇 개 중 하나를 집어 들고는,
'이 놈이면 되겠네. 이 걸로 가져가라'하며 흐뭇하게 웃으셨다.
나무통 하나에 도자기를 넣고, 뚜껑에 몇 글자를 휘 갈겨쓰신 교수님은, 빨간 도장을 꼭 찍고 끈을 묶어, 우리에게 내어 주셨다.
'자 다 되었다. 어서 돈 내놓고 출발해라'는 말씀에,
준비한 봉투를 드리고 일어서는데, 주머니에서 만 이천 원을 꺼내 내 손에 쥐어주신다.
'저 앞에 나가다가 우회전해서 500미터쯤 가면 왼쪽에 ㅇㅇ식당이 있는데, 그곳에 가서 소머리국밥을 먹고 가라. 우리 마누라가 솜씨가 없어 점심을 대접하지 못하는데, 그 집이 원조집이야. 국밥 맛이 우리 집보다 나을 거야' 하셨다. 학교에서 자주 뵈었던 교수님은 항아리처럼 투박한 말투에, 정이 그득한 눈을 가진 분이셨다,
밥값은 한 그릇에 육천 원, 우리는 처음 간 그 식당에서 국밥을 맛나게 먹고, 받아 든 만 이천 원을 기분 좋게 내밀었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은 차로 붐볐지만, 정으로 먹은 국밥 한 그릇으로 무척 한가하게 느껴졌다.
라떼는 말이야, 우리 대학에는
총장 선생이 도둑이라 한 소리하면서도,
제일 좋은 항아리를 고르고 있는
정이 가득한 눈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이 계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