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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비석이 크면

대전 나들이 #01

by 정현

대전 현충원에 다녀왔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계신 곳이다.


아침 일지감치 일어나 안산 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터미널에 들어서는 순간 탁 트인 대합실이 우리를 마주한다.


버스가 도착하고 널찍한 리무진 버스 좌석이 꽤 편안하게

우리를 마주한다.


2시간 후 도착한 대전버스터미널

아점을 먹으려 찾은 터미널 내 작은 식당

우와.. 탁월한 소희의 선택이다.


택시에서 나누는 정겨운 옛날이야기

전철역까지의 정담은

55년 전의 나의 기억까지도 빠르게 소환해 낸다.


현충원 도우미버스를 기다리는 정류장

웬 중도보수 아저씨의 입담에

마음이 맞아 한참을 떠들었다.


아버지 어머니를 만났다.

구름 듬성한 맑은 날씨


하늘은 하늘이고 비석은 비석이다.


푸르고 아픔답다


이윽고 드는 생각

비석이 크면 목숨값도 큰 것인가?


마음이 갑자기 상한다.


장군묘. 애국지사묘, 장교묘, 병사묘, 경찰, 소방공무원, 군무원...


남은 우리가 구분해 구역을 나누고

생전 계급에 따라

비석의 크기를 다르게 했다


참 못났다

그리 만든 사람


조국을 위해 헌신함에도

신분과 계급에

구역을 나누고

크기가 다른 것이


옳은 일인가?


참 못났다

난 여태껏 그걸 몰랐다


아마도 그분들은

모두 어울려

함께 하시고 싶으실 것인데

우리가 갈라놓았다


우리가

그 숭고한 정신을

목숨값으로 계산해서

비석의 크기로 정하였다


참 못났다


이제라도 바꾸어야 한다.


현충원의 모든 비석의 크기는

동일하게


그리고

구분 없이 모두 함께 하는 세상으로


소희와 함께 했던 하루가

반성과 배움으로 꽉 차서

마음 따뜻하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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