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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장 보는 날

오픈 런, 참 좋은 아침

by 정현

O 마트에 오픈 런 줄을 섰다. 마트 오픈 런에 줄을 선 것은 내 생애 처음이다. 아주 아주~ 오래전 어릴 적에 백화점 개점 전에 줄을 서서 들어가면서, 직원들의 너무도 깍듯한 아침 환영인사를 받기가 너무 부끄럽고 부담스러운 적이 있었다. 지금은 그러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그냥 경비 직원 한분이 출입구를 막고 있다가 밝은 표정의 인사와 함께 출입구를 열어주는 정도였다. 편안한 <오픈>이었고, <런>은 없었다.


쇼핑하는 사람은 적고, 바바나는 싱싱하고, 모든 물건이 새롭게 보여, 한가롭고 넉넉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아침에 줄을 서서 출입구에서 문을 열기를 기다리던 이십여 명과 곧이어 합류한 십여 명이 각자 흩어져 장을 보았다. 아침 장 보는 것에 익숙지 않은 나는, 오전 10시라는 장보기 이른 시간에 장을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참 부지런하신 분들이다.


길게 프린트되는 계산 영수증이 약간의 부담은 되었지만, 카드를 꺼내는 내 마음은 흐뭇했다. 오픈을 준비하면서 열심히 자기 일에 집중하는 직원분들의 정성으로, 좋은 먹거리를 한 수레 가득 담아 돌아서며 나는 즐거웠다. 참 좋은 아침이었다.


내 좋은 기분처럼, 마트 직원분들도 <마수걸이 잘했다>는 인상을 나에게 받았으면 좋겠다. 참 좋은 아침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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