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통삼촌의 대학생을 위한 다른소리
신입생
젝스키스, H.O.T, 원타임, 베이비복스 화려한 조명과 총 천연색으로 염색한 이쁘고 잘생긴 가수들이 브라운관을 가득 채우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는 봄, 지방의 어느 대학교 신입생으로 등교를 하고 수업이라는 강압적 배움에서 강의라는 자율적 배움으로의 전환을 어색해하던 신입생 시절 아무도 없었습니다.
나와 같이 밥을 먹어줄 친구도, 나와 같이 담배를 피워줄 친구도, 나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아주는 친구도, 신입생이 되어 들어간 그 장소에는 아무도 없는 외로운 공만 있었습니다.
20살의 나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아빠가 가라는 학교를 다녔던, 자존감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그러한 단어가 있는지도 모르는, 만화책을 좋아하고, 가장 친한 친구와 당구장을 다니며, 스타크래프트만 할 줄 아는 공부 못하는 것 말고는 특별하게 불효라는 것을 모르는 특별하지 않은 그저 그런 어디서나 보이는 학생이었습니다.
가장 친한 친구와 다른 대학에 진학을 하고, 그렇게 신입생으로 방문한 대학교는 배려도, 강제도 없는 나만 빼고 다 좋아 보이는 너무 커다란 공간의 지독하게 불편한 외로움이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야 하겠다는 갈망으로 다가오는 조금은 따뜻한 꼴통의 기운이 피어오르는 봄, 자존감이라는 것을 찾아보게 됩니다.
자존감의 시작은"염색"
수강을 신청하는것이 아닌, 첫 학기 강의는 학교에서 만들고 주어진 시간표대로 들어야 하는 그 시절, 과대라 불리는 성격 좋아 보이는 키가 컸던 친구가 처음 이름을 불러주며 물어본 "MT 참가할 거지?"라는 질문에, 참석을 하지 않는다면 친구 없이 대학생활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조건적인 참석을 외치며 MT날이 다가오는 시점, "무엇인가를 해야 나를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브라운관에 보이는 미남 미녀들의 총 천연색 머리를 보며, 빨간색이 왜 때문인지 끌리는 지금 생각해봐도 참 멋있었던 결정은 나를 꼴통의 길로 이끌고 있었습니다.
빨간색과 자존감 그리고 꼴통
기대 반 걱정 반 다가온 MT날, 신호등보다 더 빨간색으로 염색한 나의 머리는,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시점을 시작으로 MT가 끝나는 그 시점까지, 한 학교의 학부연합 MT를 다녀온 1000여명의 학생에게, 이름이 아닌 "빨간 머리"라는 닉네임이 나를 말하는 것이라는, 강렬한 각인과 빨간 머리를 하고 다니는 이상한 놈이라는 단어가 나로 하여금 꼴통의 길에 발을 들이게 만들어주는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자존감과 꼴통력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있었는지도 모를 아주 오래전 나를 알리기 위한 아주 큰 마음먹은 염색이라는 작은 몸부림이, 누군가에게는 꼴통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누군가에게는 하고 싶은 것은 하고 사는 멋진 놈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며, 나에게는 나의 작은 선택 하나만으로도 나의 삶이 많이 바뀔 수 있다는, 그래서 나는 내가 결정하고 살아가야겟다는 약간의 자존감과 꼴통력이라는 것이 생기도록 만들어준 작은 변화였습니다.
꼴통 삼촌의 잔소리
자존감은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분명 마지막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스스로가(自), 높이는(尊) 느낌(感)인데, 그러한 느낌을 느끼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요? 엄마가 또는 아빠가 "자존감 높이는 방법"이라는 키워드로 공부하고 시키는 대로 살아서 자신이 스스로 느낄 수 있을까요?
자존감은 자신이 느낄만한 무엇인가를 만들어야 합니다. 염색을 하거나,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등의 행위에서 나를 찾아 가는 것 자존감을 느껴가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대학생이라면, 누군가 시키는 삶을 열심히 살아왔다면, 이제는 자신을 스스로가 높이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때입니다. 다른 누군가의 개입으로 만들어진 자존감은, 다른 누군가의 개입이 생긴다면 무너질 수 있는 나만이 느끼지 못하는 느낌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빨간색으로 염색하러 갈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