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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꼴통삼촌 Aug 01. 2021

만화책, 소설책 그리고 마이콜

어떠한 것도 자기 계발이 될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첫 등교일, 내 뒤에 앉아 있던 중학교 축구부 출신의 운동을 좋아하는 이름도 얼굴도 몰랐던 친구는 담임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깜짝 놀라며 말했다.

비봉산 헬스장에 아침마다 뛰어올라 벤치프레스를 100개씩 하고 내려가는 아저씨가 왜 때문에 담임이냐며.


담임의 별명은 마이콜

어느 학교에나 있는 독사 또는 미친개와는 결을 달리하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마이콜 선생님은 우리 학교 일짱이었다. 술을 마시는 것도 힘을 쓰는 것도 학생을 패는 것도 일등이었다.


그런 선생님이 첫날 첫 조회시간에 들어와 한 일은 가방검사. 마치 나의 가방에 새로 빌려온 만화책이 가득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것처럼 내가 있는 분단을 시작으로  나의 가방을 열어보는 것을 마지막으로 첫 번째 검사가 끝이 나고 나는 선생님의 이름도 모른 채 마이콜이라는 별명만 들은 상태에서 첫 번째 빠따를 맞았다.


일방적인 패배

교실에만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나의 가방을 열어보는 마이콜과 걸리고 뺏기고 두들겨 맞아가며 오늘은 안 열어보겠지 라며 자존심으로 버티던 기싸움은 압수당한 만화책의 변상 금액과 그로 인해 용돈만으로는 조금씩 힘들어지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집은 죽이고 실리를 챙기며 만화책의 비율을 줄이고 소설책으로 넘어가  마이콜의 눈을 피하기로 한 나의 패배로 끝이 나고 말았다.


패배는 했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다.

두 남자의 자존심 싸움에서 패배를 한 후, 만화책을 버리고 소설책을 선택한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한 결과를 낳았지만 그렇게 책을 읽으며 '글을 한번 써보고 싶다'는 스치듯 지나간 아주 짧았던 꿈으로 인해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공부를 하지 않는 행위는 모두 틀린 것인가?

만약 그 시절 공부를 하지 않는 행위가 틀린 일이기에 공부에 관련이 없는 모든 소설책을 읽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글을 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만약 마이콜이 소설책을 읽는 것은 시간만 보내는 일이라는 생각이 아닌, 책을 읽으면 그로 인한 자기 계발이 가능하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나에게도 글을 잘 쓸 수 있는 재능이 있는지 평가를 받을 기회를 주었다면, 지금 쓰는 나의 이 글이 이미 성공한 작가의 에세이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아마도 그때

공부를 해 보겠다며 책을 읽지 않았다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아닌 것이 그나마 읽던 책도 읽지 않는 복도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학생에 불과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마도 그때 책을 읽었기에 지금에서도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고 배우고 글을 쓰는 것이 재미있는 것은 아닐까?


비록 학업에 관련 없는 소설책이었지만 한 달에 50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자율학습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책상에 앉아있게 만들어놓은 그 시절 학교의 교육정책 때문이었고 더 나아가 그렇게 습득한 책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은 현재의 나에게는 커다란 도움이 되었다.


그 시절 누군가는 아니라고 하는 그것도 나에게는 분명한 자기 계발이었다.


공부가 싫다면

책이라도 많이 읽어라. 공부는 싫다고 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

무엇인가를 배우는 기본은 책을 읽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책이 장풍을 쓰고 초상비(草上飛)를 쓰며 심검( 心劍)의 경지를 논하는 무협지라 하더라도, 많이 읽은 책은 분명 자기 계발이고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조금은 쉽게 만들어주는 분명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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