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길을 만들고벚꽃이휘 날리다.
벚꽃의 계절
벗꽃은 3월 말에 시작해서 4월 초 까지가 개화시기이다. 대학교를 입학 후 염색을 하고 엠티를 다녀와 추위는 물러가고 가장 생기가 돌며 새로운 시작이 적응이 되고 활발해지는 그 시점이 벗 꽃이 가장 이쁘게 피며 가장 화려하게 휘날리는 때 이다.
지방대 술 꼴통
나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단점만 닮은 술을 먹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끝을 모르고 밤새 마시고 숙취가 없으신 아버지와, 술을 좋아하지 않으시며 많이 마시지도 않으시고 아주 조금이라도 마시면 숙취가 심한 어머니를 닮아 밤새 끝없이 마시고 숙취가 심하며 오바이트도 많이 하는 술을 마셔서는 안되는 꼴통이었다.
내가 그러한 술 꼴통이라는 것을 깨닫기에는 내가 다닌 지방의 대학교는 아주 많은 기회가 주어지며 나와 같은 술 꼴통이 참 많은 학교였다.
어쩌다 보니
빨강머리를 하고 엠티에 가서 지금의 말로 "인싸"가 되고, 계속 유지되는 빨간 머리가 시선을 끌어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술자리에는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고, 아버지를 닮은 주량이 소주를 적게는 3병에서 많게는 7~8병 맥주는 기본 5000cc 에서 많게는 1만 cc까지 때려 부으며 400명의 학부 신입생 중 가장 술을 잘 마시는 술꾼 중 한 명이 되어 있었다.
벚꽃의 계절 20대 남자의 젊은 혈기는 툭하면 술 내기를 하고 누가 많이 먹는지 자존심과 목숨을 걸고 오바이트를 해 가며 달리고 달리던 계절이었다.
5월의 벚꽃
벚꽃은 이미 지어버리고 새내기의 신선함이 살살 적어지는 계절 또 한 번의 술 내기는 나로 하여금 감당 못할 만큼의 술을 먹고 서로 이겼노라를 외치며 집에 오기 위해 마지막 버스를 탈 때 소꿉친구인 다른 학과의 여사친을 만나고 놓아버린 정신줄은 소꿉친구의 잔소리를 듣고 나서야 조금씩 기억이 났다.
마지막 버스를 올라타며 가득 차 있던 승객들이 홍해가 갈리듯 내가 지나갈 길이 만들어지고, 가장 뒤쪽에 앉아있던 승객은 나의 상태가 위중해 보였는지 창가의 자기 자리를 양보했다.
그렇게 양보받아 앉아서 창 밖을 보던 나의 눈에는 5월의 벚꽃이 아주 화려하게 휘 날리고 있었다. 분명 나의 기억은 화려하고 아름다웠었지만 나의 친구의 증언은 오바이트를 하며 그것을 바라보고 벚꽃이라 소리치며 박수를 치는 내 모습은 참 알고 지내기 창피한 모습이었다며...
반납 통
그렇게 대학생활 내내 꼴통이었던 나는 30살에 막걸릿집 사장을 했다. 조그마한 가게에 5개의 테이블을 두고 어려서 술을 푸던 기억으로 저렴한 가격에 많이 마시고 가라고 푸짐하게 장사를 하는 나름 그 지역의 맛집 사장이었다.
내가 운영하던 막걸릿집에는 홀의 한쪽 잘 보이는 곳에 반납 통이라는 것이 존재했다. 그 시절 술만 마시면 올라오는 오바이트를 참고 화장실로 뛰어가던 힘들었던 기억이 술집을 운영하는 사장으로 손님들을 배려하기 위해 반납 통이라는 것을 만들어 두었다.
어느 날부터인가는 반납 통에 손님이 반납을 하면 커다란 박수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반납 통 하나만으로 학생들이 찾아오는 즐거운 공간이 되어버렸다.
나의 술을 대하는 자세와 5월의 벚꽃은 반납 통이라는 이름의 경험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