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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혜은 Oct 28. 2020

엄마의 이중생활

나는 어쩌다 글쓰는 사람이 되었을까?

매일 새벽 나는 글을 쓴다. 나를 흔들어 깨우는 알람은 나의 생각들이다. ‘오늘은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 마치 내게 속삭이듯이 생각들이 나를 깨운다. 부스스 일어나 침실을 나온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면 어김없이 새벽 5시다. 노트북을 켜고 전기포트에 물을 끓인다. 그 사이에 노트북은 부팅이 완료된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세요. 당신을 어디든 데려다 드립니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노트북 화면은 알라딘 요술램프의 지니 같다.   




  

뜨거운 물과 미지근한 물을 7:3 비율로 따라 머그잔에 한 가득 부어 들고서 자리에 앉는다. 내가 글을 쓰는 자리는 따로 있다, 나는 늘 그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오늘은 그 옆 자리 하늘 의자에 앉아 글을 쓰고 있다. 이 자리에 앉으면 오늘은 좀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오늘은 색다른 시도(?)를 해본다.)

내가 글 쓰는 자리는 주방 옆 식당이다. 식탁 맨 끄트머리 하얀 의자. 나는 매일 이 자리에 앉아 글을 쓴다. 적당히 푹신한 쿠션이 있는 하얀 의자에 두 발을 모두 올리고 양반다리로 앉는다. 방금 제조한 음양수를 꿀꺽 넘기고는 나를 깨운 생각에 시동을 건다.


 ‘ 자 이제 시작해 볼까?’   

 

나를 흔들어 깨운 글감들은 마중물이 되어 생각의 물고를 터준다. 마치 누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한 글자도 놓치지 받아 적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생각에 집중한다. 그렇게 몰입하여 글을 쓰다보면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 중 가장 큰 기쁨은 '깨달음'과 '발견'이다.


 마음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온전히 집중해 글을 써내려간다. 한창 글쓰기에 열중인 '나'는 내 마음을 열어 보이는 '화자'인 동시에 '청자'이다.


글이 잘 써질 때는 리액션 또한 강렬하다. ‘아~’ 이제야 알겠다는 외마디 탄식, ‘맞네. 그러네. 진짜 그러네.’ 고개를 끄덕이며 이제야 알아챈 공감의 표현,  또 어떤 날은 뜨거운 눈물이 또 어떤 날은 두근두근 설렘으로 반짝 반짝 눈을 빛내며 글을 쓰곤 한다.


누군가 이렇게 나의 말에 귀 기울이고 열렬한 반응을 해준 적이 있었던가?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니 남편과 콩닥콩닥 연애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봐도 또 봐도 보고 싶고 물어도 또 물어도 궁금한 너의 이야기, 손으로 만지고 쓰다듬지만 자꾸만 그립고 보고 싶었던 그때 그 시절. 글을 쓰는 내 마음이 꼭 그렇다. 사랑에 빠진 연인 같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매일 봐도 보고 싶고, 상대의 마음속에 들어가 앉아 살고 싶다.  연애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그런 감정을 글을 쓰며 내 자신에게 느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싶었다.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의 모든 것들이 궁금했다. 나는 내가 미치도록 궁금하고 그리웠었다.

  

“날 찾고 싶어.”


 라는 외침으로 시작된 마흔 앓이가 나를 글 쓰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너를 제대로 알고 싶으면 이리 와, 날 따라와.’ 마음이 손짓하는 대로 따라가 보니 글쓰기가 내 삶에 들어왔다.     


글쓰는 내 자리


12시가 되면 마법이 풀리는 신데렐라처럼 나는 오전 5시~7시까지 글을 쓰고 일상으로 돌아온다. 7시가 되면 나는 하얀 의자에서 내려온다.  남편의 와이셔츠를 다리고 아이들 원에 가져갈 식판을 챙겨 넣고 아침상을 준비한다.


이른 아침 글쓰기는 나 자신과의 데이트 시간이다. 짧고 강렬하게 사랑을 나누고 사랑의 힘으로 또 하루를 산다. 마흔 한 살 어느 날 찾아온 물음, ‘나를 찾고 싶어.’ ‘내가 누군지 알고 싶어.’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글쓰기는 어느새 나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던진 물음에 대한 답으로 글쓰기란 도구를 찾아낸 내 자신이 기특하고 대견하다. 나는 이렇게 글 쓰는 사람으로 살 것이다. 새벽에 글 쓰고 아침엔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데렐라 유리구두의 마법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당신에게 알려주고 싶다. 이 마법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세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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