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vironmental Sustainability in Sport(2)
지난주 끔찍한 화마가 영남지역을 덮쳤습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강풍과 건조한 날씨로 빠르게 주변으로 번졌고 의성, 안동, 영덕, 울주, 대구 등 영남 전 지역에서 일주일간 타오르면서 총 3만4130㏊, 서울 면적(6만520ha)의 절반이상을 태우며 여러 명의 희생자도 내었습니다. 쉽사리 꺼지지 않는 산불로 인해 들려오는 안타까운 소식들로 아마 모두가 가슴 아픈 한 주를 보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 시작이 실화로 인한 인재라는 게 더 화가 나고 안타깝습니다. 그 최전선에서 두려움과 상실감, 극심한 피로 속에서도 진화를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하고 계신 소방관분들, 산림청 진화대원들, 헬기 조종사 분들과 군인 들을 비롯한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안타깝게 희생되신 모든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이번 산불을 통해 가장 크게 느꼈던 감정은 무력감이었습니다. 계속된 진화 작업 속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나는 불씨들을, 끝나지 않는 재앙을 보면서 자연의 무서움 앞에서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종종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사람들의 삶의 터전을 너무나도 쉽게 무너뜨리고, 그 앞에서 인간은 한 없이 나약한 존재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재앙들이 발생하는 것을 조금이나마 피할 수 있는 조치들이 필요합니다.
산불로 인한 피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산불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높아진 온도와 건조한 대기는 산불이 쉽게 번지게 하거나 혹은 자연 발화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죠. 올해만 해도 캘리포니아에서는 거의 한 달 가까이 산불이 지속되며 LA를 마치 지옥과 같은 모습으로 만들었고, 일본, 태국, 칠레 등에서도 대형 산불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과거로 가도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진 호주에서의 초대형 산불과 2023년 미국 북동부를 스모그로 뒤덮은 캐나다 산불이 기억납니다.
그리고 그 영향에서는 스포츠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2020년 호주에서 발생한 산불로 인해 그해 1월에 개최된 호주 오픈 테니스 예선 대회에서는 일부 경기들이 지연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 시합 중에도 다수의 선수가 호흡곤란으로 메디컬 타임을 요청했고, 슬로베니아 출신 달릴라 야쿠포비치(Dalila Jakupović) 선수는 경기 내내 호흡곤란을 겪다 눈물을 쏟으며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죠. 2024년 캐나다에서의 산불로부터 발생한 연기는 미국 전역을 뒤덮으며 모든 스포츠 경기를 멈추게 하기도 했습니다. MLB(미국 프로야구), WNBA(미국 여자프로농구) 등 프로경기는 물론 대학 스포츠 경기도 모두 취소되었습니다. 산불은 단지 산불이 발생한 그 지역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닙니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연기와 미세먼지 등 공기 중 오염물질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며 인근 지역의 대기질까지 악화시킵니다. 악화된 대기질은 야외 스포츠의 경우 뛰는 선수와 관중의 건강과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요소입니다. 물론 실내 스포츠라고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선수도 팬들도 결국 경기장까지 가려면 밖으로 나가는 수밖에 없으니까요.
자연 앞에서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자연재해가 벌어졌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자연재해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방법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죠. 우리가 환경을 지켜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번 산불은 K리그 구단의 연고지역인 울산(울주), 대구를 비롯해 K리그 팬들이 있는 경남, 경북 지역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에서도 여러 선수들과 구단들이 기부를 통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저도 그리고 K리그도 산불 피해 복구와 이재민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고 이슈에서 조금 멀어지더라도 필요한 일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한시라도 빨리 모든 산불이 진화되고 이재민들이 다시 일상 속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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