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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는 스포츠의 친환경 나무 심기 프로젝트

Environment in Sport(3)

by 축축박사


이번 주는 제게 조금 특별한 주입니다. 너무 예쁜 둘째가 태어났거든요. 가장 처음 받았던 예정일이 바로 오늘인 4월 5일, 식목일이어서 태명도 '트리(Tree)'로 지었습니다. 트리는 식목일보다 5일 먼저 태어나긴 했지만요.


4월 5일 식목일은 우리나라에서 지정한 기념일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종류의 기념일이 있습니다. 옆나라 일본에서는 5월 4일을 자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녹색의 날로 정했고, 미국에서는 4월 마지막주 금요일 한국의 식목일과 같은 아버 데이(Arbor Day)가, 중국에서는 3월 12일 식수절(植樹節)이 있죠. 나라마다 날짜와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많은 나라에서 기념일을 통해 나무 심는 걸 장려하며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만큼 환경 보호에서 나무를 심고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스포츠에서도 나무 심기에 참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포츠 산업에서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스포츠 조직이 탄소 중립(Net Zero)을 추구하며 탄소배출량 상쇄(Carbon Offset)에도 관심을 더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프로스포츠 경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경기를 비추는 조명이 필요하고, 팬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서비스에는 에너지가, 물이 소비되며, 폐기물이 발생하죠. 이렇게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탄소량이 있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탄소량을 줄이는 방식 외에 다른 방식으로 탄소를 흡수하거나 줄여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노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다른 방식'으로는 가장 직관적으로 나무 심기가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나무를 심는다고 해서 탄소배출량 상쇄로 인정받는 건 아닙니다.)




호펜하임의 Climate Ticket

이에 많은 스포츠 단체에서 실제로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는 분데스리가(독일 프로축구리그) 구단 호펜하임(Hoffenheim)의 기후 티켓(Climate Ticket)이 있습니다. 호펜하임은 2019년부터 비영리 환경단체 및 스폰서들과 함께 '기후 티켓(Climate Ticket)'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팬들이 온라인으로 티켓을 살 때 1유로짜리 기후티켓을 추가로 구매할 수 있고, 이 기후티켓의 수익으로 환경을 위한 기부금을 조성하여 CO₂ 배출량을 줄이는 기후 보호 프로젝트를 지원합니다. 2019년에는 거주민들의 생활을 위해 훼손된 우간다 서부, 동부 지역의 숲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했죠. 이를 통해 37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1,773헥타르(축구장 2,500개 규모)의 숲을 복원할 수 있었습니다.


호펜하임.PNG 호펜하임 홈경기를 예매할 때 자동으로 뜨는 기후 티켓 구매 팝업. 개 당 1유로지만 원하는 만큼 구매(기부)할 수 있습니다. (출처 : TSG 호펜하임 공식 홈페이지)

https://www.tsg-hoffenheim.de/en/news/overview/2019/10/tsg-hoffenheim-launches-climate-ticket?utm




아스날의 The Arsenal Forest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아스날도 'The Arsenal Forest'라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2021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스날은 매 경기 제작되는 매치데이 매거진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상쇄하기 위해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아스날이 숲을 조성하고 있는 곳은 케냐 해안 지방인 보레(Bore) 지역입니다. 2023년 8월 1일 기준으로 총 28,274그루의 님(Neem) 나무를 심었으며, 이는 아스날 홈 경기장인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17개 면적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아스날은 단순히 나무 심기에 그치지 않고, 해당 지역에 프로젝트 관련된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보레 지역의 축구팀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에 도움을 주는 실질적인 지원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매 시즌 나무를 심음으로서 환경적으로는 탄소 중립을 추구하고,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지역사회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죠.


아스날2.PNG 님 나무를 가꾸는 케냐 보레 지역의 사람들 (출처 :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https://www.arsenal.com/sustainability-arsenal-forest




유벤투스의 Eco Family

세리에A(이탈리아) 축구팀 유벤투스(Juventus)는 2020년부터 비영리 단체인 '원 트리 플랜티드(One Tree Planted)'와 협력하여 득점의 수만큼 나무를 심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골을 넣을 때마다 정해진 그루의 나무를 심는 거죠. 첫 시즌은 골 당 200그루, 총 25,0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으며, 2021년에는 골 당 100그루의, 총 22,800그루의 나무가 심어졌습니다. 2022년부터는 유벤투스의 연고지역인 토리노와 주변 지역의 재조림(再造林) 활동을 위한 3개년 계획을 발표하여 참여하고 있죠. 이를 통해 유벤투스는 전 세계적으로 55,000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으며, 이는 첫 20년 동안 약 11,000톤의 CO₂를 흡수할 수 있는 양입니다.


유벤투스.PNG 2024년 지구의 날을 맞이해 토리노 지역 숲 조성에 참여하고 있는 유벤투스 유소년 선수들 (출처 : 유벤투스 공식 홈페이지)

https://www.juventus.com/en/news/articles/juventus-one-tree-planted-still-together-side-by-side


이처럼 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조직들이 나무 심기를 통해 환경을 보호하고 본인들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을 상쇄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K리그를 비롯해서 한국의 스포츠 조직에서도 나무를 심는 사회공헌을 진행하기는 하지만 (어제 서울이랜드에서 홈경기장인 목동운동장에 식목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승격의 염원을 담은 승격나무도 심었다고 하네요) 이 정도 단계까지 가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 영남지역을 덮쳤던 큰 산불로 많은 산림이 훼손된 만큼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겁니다. 저도 숲의 회복이 필요한 내년에 맞춰 K리그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한번 계획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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