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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쓸신팝 Dec 26. 2023

[ADOY] 청춘의 집합체

2015년 12월, 청춘과 사랑을 노래하는 가장 낭만적인 밴드가 서울에서 결성되었다. 밴드명은 ADOY(아도이), 보컬 오주환이 기르는 반려묘 요다(YODA)의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은 이름이다. 특유의 몽환적인 보컬과 낭만적인 신스 팝으로 청춘을 노래한 ADOY는 첫 EP [CATNIP] 발매 이후 단기간에 인디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청춘이라는 키워드가 많은 이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한편 ADOY는 자신들을 커머셜 인디밴드 (Commercial Indie Band)라고 정의했다. 상업을 뜻하는 ‘커머셜’과 거대자본의 영향에서 독립된 ‘인디’가 합쳐진 밴드로, 다시 말해 상업적인 인디 밴드라는 말이다. 간결하고도 신선한 이 자기소개에선 인디 밴드로서 고유한 음악성을 유지하면서도, 대중들이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선보이겠다는 그들의 의지가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ADOY는 음악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갖춘 밴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음악을 통해 청춘의 복합적인 감정과 경험을 담아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청춘의 순수하고 진솔된 순간들을 포착함으로써 듣는 이들에게는 공감과 감동을 선사한다. 그냥 살아가는 것마저 어렵고 복잡한 이 시대에 낭만이라는 소중한 감성을 자아내 위로를 건네는 진귀한 밴드이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청춘의 집합체 ADOY와, 이들이 전하는 청춘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포기할 수 없는 단 하나, 음악
출처 앤젤 하우스

혜성처럼 등장했을 것만 같은 ADOY는 사실 인디 씬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이들로 재구성된 밴드였다. ‘이스턴 사이드킥’과 ‘스몰오’의 오주환, ‘프럼 디 에어포트’의 ZEE, ‘워터스포츠’의 조조, ‘도나웨일’과 ‘트램폴린’의 정다영이 새롭게 결성한 밴드가 바로 ADOY다. 첫 EP [CATNIP] 이후 조조가 탈퇴하고, 팀에 합류하게 된 박근창도 ‘이스턴 사이드킥’ 출신의 베테랑 드러머였다. 앞서 소속된 밴드의 해체를 경험한 이들은 모두 음악을 포기하지 않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시 한번 ADOY라는 팀을 이뤘다. 그리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모은 후원금으로 2017년 5월, 마침내 첫 EP 앨범 [CATNIP]을 발매했다. 


ADOY가 세상에 내놓은 첫 앨범은 그들의 지향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 커머셜 인디 밴드를 표방하는 그들답게 인디의 색채가 짙은 음악보단 대중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택했다. ADOY가 수많은 장르 중에서도 대중적인 신스팝을 선택하게 된 건 신시사이저를 다루며 가요 활동을 했던 ZEE의 영향이 컸다. ZEE의 커머셜한 부분과 감각을 통해 대중적인 음악을 위한 단서를 찾았기 때문이다.



CATNIP
출처 앤젤 하우스 ADOY [CATNIP] 앨범 커버 이미지

데뷔 EP [CATNIP]에는 ADOY로서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의 음악적 고심이 여실히 느껴질 만큼 다채로운 시도가 담겨 있다. 시티팝 스타일의 'Grace'와 인디 스타일의 'A Runner's high', 'Laika', 누구든 들으면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Don't stop', ‘San Francisco’가 수록되었고, 신시사이저의 베이스와 시원한 비트, 떠다니는 구름처럼 나른한 보컬의 합이 ADOY 특유의 몽환적이고 청량한 색채를 완성했다. 


[CATNIP]의 음악적 스타일은 각양각색이나, 결국 이 곡들을 부유하는 모든 정서는 청춘과 맞닿아 있다. 연인과의 끝을 직감하곤 되돌아갈 수는 없냐고 묻는 ‘Grace’부터, 젊음의 활기를 멈추지 말자고 외치는 'Don't stop', 샌프란시스코와 연인에 취해 온 마음으로 고백하는 ‘San Francisco’까지. 듣다 보면 야경, 도심, 드라이브, 젊음, 자유와 같은 낭만적인 심상이 떠오르며, 이를 대변하는 단어가 바로 ‘청춘’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나간 젊은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단 사실을 듣는 이들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분명 경쾌한 사운드임에도 불구하고 문득문득 아련함이 느껴질 수밖에 없다.


ADOY – 사랑 = 0?
출처 앤젤 하우스
“모든 것의 해답은 결국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이유도 근본적으로는 사랑받기 위해서인 것 같고요. - ZEE” 

“모든 걸 아우르는 사랑이 제일 가치 있다고 느껴요. - 오주환” 

마리끌레르 코리아 - 밴드 아도이의 세계 中

ADOY에게 사랑은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그들이 사랑하는 대상은 사람뿐 아니라 음악을 비롯한 그 무언가가 되기도 한다. 두 번째 EP [LOVE]는 ADOY가 사랑에 대해 [CATNIP]보다 더 직관적으로 그려낸 앨범이다. 첫 번째 곡 ‘Wonder’는 사랑에 빠진 대상에게 당신도 나와 같은지 조심스레 묻는다. 상대에게 서서히 다가가는 듯한 건반과 넘실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듯 뛰어대는 드럼이 사랑의 설렘을 극대화시킨다. 이외에도 [LOVE]는 동화 같은 고백을 그린 ‘YOUNG’과, 사랑하는 이와 함께 걷는 밤길을 표현한 ‘BLANC’ 등을 수록곡으로 담아 사랑이 주는 벅찬 감정들을 ADOY스럽게 풀어냈다.



선명해지는 ADOY의 색채
출처 앤젤 하우스 ADOY [VIVID] 앨범 커버 이미지

몽환적인 신시사이저를 이용해 고유한 음악 세계를 만든 ADOY는 그 사이 단독 공연도 열만큼 성장했고, 국내외 각종 음악 페스티벌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그리고 데뷔 후 약 2년 반 만에 첫 정규 앨범인 [VIVID]를 발매했다. 총 10곡으로 이루어진 이 앨범은 'LEMON'과 'Pool', 'Someday' 같은 곡들로 ADOY만의 신스팝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우원재가 피처링한 'Porter'와 어두운 감성의 연주곡 ‘Moondance’등을 포함하여 새로운 스타일에도 도전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앨범을 거듭할수록 그들의 색채는 짙어지고, 음악적 완성도는 높아졌다.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 [VIVID]를 통해 ADOY의 음악적 정체성은 더욱 확고해졌고, 그들의 영역은 넓게 확장되어 갔다.



우리들의 세계로
출처 앤젤 하우스 ADOY [us] 앨범 커버 이미지

ADOY의 음악을 몇 번이라도 들어본 사람이라면 노랫말 대부분이 영어인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다. 이들이 영어 가사를 고집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세계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한국뿐 아니라 ADOY의 음악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다가가려 했던 그들의 오랜 노력은 [us]에서 빛을 발했다. ADOY는 자신들의 음악을 통해 세계를 ‘자신들의 세계’로 기꺼이 초대했다. 


[us]는 대만 밴드 선셋 롤러코스터, 태국의 싱어송라이터 품 비푸릿과 남차, 영국 밴드 프렙과 캐나다의 싱어송라이터 조르단, 그리고 신예 프로듀서 시온 등 동서양 각국의 뮤지션들이 ADOY의 노래들을 리메이크한 EP이다. [us]는 일반적인 리메이크 작업의 형식을 따르지 않았으며, 해당 앨범에 참여한 이들에게 아무런 가이드도 주지 않았다. 그저 참여진들이 직접 ADOY의 곡을 골라 원하는 대로 가창하게 했다. 여섯 뮤지션이 보여주는 또 다른 ADOY의 잔상은 평화롭고 자유로웠다. 틀에 갇히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선율의 조화야말로 ADOY가 바란 진정한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ADOY가 모은 기쁨의 순간들
출처 앤젤 하우스 ADOY [PLEASURES] 앨범 커버 이미지

[PLEASURES]는 ADOY가 경험한 '기쁨들'에 관한 앨범이다. 인생의 즐겁고 아름다운 순간들, 그 후 느껴지는 그리움과 두려움도 고스란히 담겼다. '기쁨'이라는 감정이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듯 수록곡 모두 조금씩 다른 특징들을 갖고 있다. 


앨범의 타이틀 곡 'In Love'가 사랑에 빠진 기쁨을 포근한 울림으로 전달한다면, 'Hack'은 사랑이 주는 기쁨보다는 사랑해서 겪는 슬픔과 우울감을 표현한다. ‘Model’이 미성숙한 소년의 풋풋하고 어딘가 맹랑한 사랑을 대변하는 반면, ‘One Last Song’은 삶의 마지막까지 맹세하는 성숙한 사랑을 보여준다. 앨범의 마지막 곡 ‘Jet’는 바로 이전 트랙이었던 ‘One Last Song’의 숙연한 분위기에서 벗어난 ‘록’적인 신스팝으로, 새로운 모험을 시작할 때 느끼는 설렘과 닮아있다. 


ADOY가 말하는 기쁨들은 이런 것이다. 마냥 즐겁고 행복하다가도, 동시에 불안과 슬픔을 느낀다. [PLEASURES]라는 앨범명이 무색하게 곳곳에서 애상적인 정서를 떠올리고 마는 이유는 이처럼 ADOY가 설명하는 기쁨이 슬프도록 다채롭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까지나, 청춘
출처 앤젤 하우스

그들의 음악은 청춘을 추억하는 사람에게는 짙은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청춘을 처절하게 겪고 있는 사람에게는 깊은 위로와 공감을 건넨다. 그리고 그 방식은 잔잔하고 따듯하다. 지친 하루 끝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친구처럼. 청춘에 대한 고민과 추억을 소중히 여기는 밴드, ‘아도이’가 앞으로도 어떤 음악으로 그들만의 위로를 건넬지 기대해 본다.


-  written by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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