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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Jan 26. 2024

제일 중요한 건 사랑이야_방향 잡기

앞으로 나아가기 | 내딸과 함께 집단따돌림상처극복기 열

엄마 제일 중요한 건 사랑이야.


사랑은 미루어서는 안 되는 거다. 엄마, 나 이것 좀, 어, 그래 잠깐만 이것 좀 하고. 2초면 되는데. 아이들은 지금도 커가고 그 부름은 나만이 해결할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게 나를 바꾸는 거면서 남을 향한 잔소리는 그렇게 쉽다.  남욕은 잘도 하면서, 내 잘못은 고치기도 어렵고 잘 보지도 못한다. 내로남불. 내게만 중요한 일에 파묻혀서 시간을 채우다 정작 중요한 걸 놓쳤다.   


시간은 약? 입원 치료 보다  중요한 것은 퇴원 후 시간이다. 어디까지 품어주고 통제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답은 없다.


모월모일 모든 고생은 끝이오, 그때까지만 힘내시오. 하는 아기동자도 없다. 즉효약도 없고.

외과치료처럼 잘라내면 깨끗해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오래오래 이 여정에 함께 하기로 한다. 이 다짐만 되새긴다.


이렇게 아프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겪었을까? 누구보다 당당하고 씩씩해서 하고 싶은 것도 잘하는 것도 많은 내딸.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기로 하자.

오레오초코라떼가 세상 맛나다는 딸...... 또 먹자고

열 살 터울 둘째가 우리에게 온 시기는 축복이었다. 그렇대도 사춘기에 일찍 접어든 내딸은 자신도 어쩌지 못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렸을거다. 게다가 가정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간 느낌까지 혼자서 얼마나 버겁고 힘겨웠을까. 밤마다 혼자 구석에서 우는 시간도 많았다 했다.


'빼앗긴 왕좌'는 상담사의 표현이고 왕좌라는 표현이 과장스럽기는 하더라도 스트레스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코로나 한복판에 출산과 육아까지. 장기간 계획한 여행도 외출도 못했다.


엄마는 인생에서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내딸에겐 빼앗긴 시간과 기회들이었다. 코로나도 원망스럽고 관심을 앗아간 둘째도. 그렇다고 큰 소리로 화내지도 억울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는 모두가 겪은 열병이었고 착한 내딸도 우리와 함께 둘째를 너무나도 아꼈기 때문이다.


둘째가 찾아오는지 몰랐던 그때 코로나가 올지도 몰랐던 때 딸과 나는 같이 하자 약속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박탈감도 컸다. 열 살 터울 둘째도 그랬지만 딸이 태어난 때 역시 100% 계획한 때는 아니었다. 그저 아이가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축복처럼.


정말 그랬다.  예쁜 아이들이 세상에 나와야 하기 때문에 이곳에 온 것이고 나는 그 통로로 쓰임을 하는 거다. 너무나도 소중하고 귀한 우리 아이들. 사랑도 그렇다. 나는 그저 도구다. 세상에 가득한 사랑과 우리의 돌봄은 아가들에게 마땅히 주어져야 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원래 약한 부위의 회복이 오래 걸리듯이 좀 삐걱대더라도 같이 살면서 견뎌나갈 상처들이었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그 시간이 채 허락되지 못하고 사고처럼 그 일은 우리를 덮쳤다.


아이와 어른의 중간쯤에서 내딸은 딴에 어른스럽게 행동해 보려 힘든 내색 못하고 혼자 이겨냈다. 정말 장하다.


예쁜 내 딸, 괜찮아. 다 괜찮아.

우리에겐 햇살같이 많은 날이 있잖아.


하나씩 하나씩 정리가 될 거야. 아니, 이미 그러고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아무튼, 새 술에 새 부대. 과감히 결정했다. 입학과 동시에 전학. 여전히 그날이 올까 불안은 때때로 내 머릿속을 들락거려도 다시금 마음을 다잡는다.


딸아, 숨만 쉬어주어도 고맙다. 우선 지금은 하나씩 해결하자.


그리고 내 마음에 이따금씩 휘몰아치는 불안과 나쁜 생각과 싸운다. 딸을 구하려면 나부터 용자가 되어야 한다. 용기를 충전하기 위해 시간을 아껴 쓴다.


부자가 별게 있나. 나를 위한 시간이 많으면 부자다. 너를 기다리며 거북이를 한 병 가득 접었다. 브런치에 도 쓰고, 책 보고, 좋은 벗과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드는 생각. 그동안 이 시간들 다 어디로 날려 보냈는가. 왜 이리 어리석나. 오랜 습관처럼 자책이 시작되곤 한다.


이러지 말고, 이젠 나도 누군가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이때껏 귀한 벗들과 소중한 가족들이 해준 기도에 기대어 목숨을 부지했다. 그러니 오늘은 함께 마음과 이야기를 나눈 친구의 아이를 위해 함께 지낼 시간이 편안하기를 빌며 기도한다.




우리 서로 사랑하는 것을 깨닫기까지 긴 길을 돌아왔어. 가슴이 아프고 속상하지.

그래도 그저 우리와 있어 주기만 해고마운걸.


아무 죄 없이 고통받게 된 내딸.

네가 아파할 때 내가 함께 있고 내가 그 아픔을 다 가져갈게. 

다시는 너는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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