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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Feb 02. 2024

그래도 막막해_존버가 답

흔들리는 | 내딸과 나의 집단따돌림극복기 열 하나

지금은 그저 살아내는 시간. 존버가 답이다.


방향은 잡았고 버티기로 했지만 불안의 급습을 막을 수 없다. 더 이상 어쭙잖은 계획을 세우지 않아야 한다. 충동, 널뛰는 감정은 본능에 충실하니까. 그 감정이 나를 움직이게 한다. 불안은 변화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내 생존 본능의 부름이라고 했다.

충동과 본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다.

시시때때로 불안이 끼어들더라도 본질에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서 깨어 있어야 한다.

깨어서 기도하고 모든 것을 맡긴다.


걱정은 앞선다.

환경을 바꾸고 우리가 유리알처럼 품어주고 최선을 다해도 통제할 수 없는 스트레스 요인들, 일어나지 않은 일이 또 일어날까 걱정 또 걱정. 그간 너무 걱정않고 낙관적으로 살다가 이 일을 겪고 난 후 나는 걱정이 늘었다.


생각의 굴레가 나를 가둔다. 생각대로 살다 생각한 바를 이루지 못할까 무섭다.  

달님은 여전하시다.

 바쁘다는 핑계로 기도는 뒤로 뒤로 미루었었다.


고이고이 물려받은 믿음의 뿌리를 오래도록 돌보지 않은 나를 돌아본다. 이대로는 바닥을 뒤흔드는 걱정거리들과 어딘가를 뚫고 오는 불안을 다스리지 못하겠다. 마음의 고향, 성당으로 향했다. 어디를 향하건 성당은 내 의지할 곳이었다.


가까운 거리의 이 성당 저 성당의 미사 시간을 확인하며 일정을 맞춘다. 고즈넉한 성지가 있는 성당매일 같은 시간에 미사가 있다. 익숙한 공간과 입이 외우는 기도문까지. 기도를 통한 명상을 최우선으로.


내 마음이 건강해야 이 긴 여정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 용감하게 빛으로 빛으로 갈 수 있다.  


"그만큼 취약한 상태라 언제든 재발할 수 있었던 것이죠."


의사는 말했다. 엄마가 되돌아보고 이것저것을 바꾼다고 지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며 시간이 약이란 말. 그러니 겪을 만큼 겪어야 할 수밖에.


부모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육 방향을 바꾸실 필요는 없다. 다만 아이도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크게 표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패밀리링크 다운타임에 불만스러워하더니 순간, 상황이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나도 참 나다. 퇴원한 게 얼마나 됐다고 조바심을 냈나. 미  해, 내딸.


그렇게 입원하고 나서 수간호사님은 매일같이 오는 내게 동지애를 느낀 듯 보였다. 자신도 짝지 바꿔달라고 학교를 간 기억이 있다며, 학교는 착한 아이를 으레 시끄러운 아이와 붙여놓는 못난 샘들이 있더라며.. 아무튼 지간에 앞서 갑작스레 퇴원이 된 바람에 세 번째 입원이 이어지고 자신이 맡은 병동의 일이라 꽤나 책임감을 느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사고가 한번 발생하면 부모와 겪는 갈등에서 액팅아웃하는 경우가 더러 있더라. 자책하지 마시라. 부모들은 이일 없이도 죄책감, 자책으로 자녀를 기르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딸의 불만의 볼륨을 더 키워 듣고 세세히 이유를 물으시라, 그게 내딸이 자기에게 전해준 말이라며.  짜증, 화, 분노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작게 표현하거나 혼자 삭히고 긍정적인 감정은 크게 표현하던 착한 아이여서 병이 컸다.


다 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변해가며 제 모습을 찾아가는 사춘기는 더 어렵다. 늘 큰 소리로 무슨 일이든 자기 의견을 당당하게 밝혔던 아이였지만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내가 누군지 모르겠다' 할 정도로 친구들에게 많이 맞추어 보려고 애썼다던 딸의 말이 떠올라 속상했다.  


언젠가 자신은 모난 돌처럼 무리와 다르게 느끼는 것도 많고 생각하는 것도 같지 않은데 함께 끼고 싶은 마음에 스스로를 오랜 시간 죽였었나 보다고. 




그래, 너무 어렵지? 사는 게 그래, 너무 어려워, 그래서 더 힘들다. 생각할 것도 배려할 사람도 너무 많거든.


너를 중심으로 두기가 얼마나 힘들었니. 이제부터는 너만 생각해 너를 중심에 두고 살아.


더 이상 엄마도 아빠도 동생말고 

너만 보고 살면 돼, 넌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을 돌보느라 힘들었잖아.


고맙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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