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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디김 Feb 09. 2024

거침없이_표현하기

주절주절, 급습하는 불안과 함께 | 내딸과 집단따돌림상처극복기 열둘

내 마음에 평화가 없는데 갈등 없는 상황은 아무에게도 좋을 것 없다.

아니면 아니라고 하기. 싫으면 싫다고. 그러면 진정한 평화가 오는 거다 내 마음에도. 하지만 그렇게 한 결과가 이거면 난 앞으로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걸까.


 내가 나에게 해주었어야 할 말을 난 내딸에게 공허하게 말한 듯하다. 내 호수가 고요하지 않은데 왜 표현하지 않고 오래 담고만 있었는지. 아니 때로는 그럴 필요도 있지만 말이다..

그래도 옳다.


내가 변해야 산다. 내딸도. 나를 보며 크는 아이들은 내가 건강해야 건강할 테니. 중심이 서야 산다. 내가 느끼는 것을 중심으로 살기. 나는 옳다. 옳은 내가 생각한 대로 살기. 너는 정말 착한 아이야. 그러니까 네가 화가 나면 화를 내도 돼, 체면 따위 따지지 말자. 그게 엄마라도 말이다. 싫어 라고 해. 안돼라고 하고. 자기감정을 소중히 여기자.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기. 착한 아이를 화나게 한 상황은 정말 화를 내야 하는 거였어. 나는 늦된 사람이라 늘 화가 난 이유를 하룻밤 자고 나야 알게 되더라. 그래서 감정이 치솟는 상황에서는 이유를 몰라. 다음 날이 되면 아, 그래서 그랬구나. 하면서 이불킥이다. 이렇게 생겨먹은 성격이라서 말이야. 넌 달라. 정확하게 이유를 알고 지혜롭다. 네가 느끼는 감정이 답이다. 충실하게 살자.

지금 이 시간은 새 술을 담그는 시간이라 되새긴다.
새 부대에 담아야 하는 새 술 말이다.

안타깝게 너도 나도 아직 거기에 머물러 헌 술인 채로 누군가를 미워하고 힘들기만 하지. 다 비우지 못했기 때문이야. 멀리까지 가서도 그때 누군가를 미워하고 힘들어하면 내가 있는 어디든 헌 부대가 되고 말 거야.


함께 가기.  때론 더디지만 오히려 좋아

이 시기가 버티기 버겁고 힘들더라도 그냥 지낸다. 기도를 한다. 15분을 겨우 채우지만, 단 한 번도 아무런 깨달음 없던 적은 없다.

나는 얼마나 허무하고 공허한 10여 년을 보냈나. 필요한 명상과 깊은 깨달음의 시간은 외면하고 우아한 피로에 중독되어 있었다. 우아한 피로는 OTT와 SNS가 풀어줄지어다, 아멘..  


이제는 좀 벗어나자. 남들 뭐 하고 사는 게 뭣이 중허나? 그리고, 남들 본다는 거 안 보면 뭔 일 나나..

유튜브 프리미엄과도 안녕했고..(다시 보면 또 보는 거고 뭐 지금은 그러자, 스멀스멀 올리는 가격 탓이기도 했지.)

바쁜 삶에 묻혀서 우리 마음과 내딸의 마음을 충분히 보살피지 못하고 살았다. 스스로 잘나고 주변을 챙기지 못하는 동서. 작은 동네 사우나에서 그이를 욕하는 낯선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얼굴에 수건을 덮고 있었지만 귀는 스펀지처럼 그 목소리를 흡수했다. 마치 내게 하는 소리처럼, 귀가 빨개지고 괜스레 부끄러워졌고 그 자리를 곧 떠났다.

지 잘난 맛에 다닌다는 회사원들처럼 나는 지 잘난 맛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의 염원과 기도에 빚대서 목숨을 부지하는 주제일 뿐임을 우리 잊지 말자.




난 네가 내딸로 와줘서 정말 고맙다.

부족한 엄마지만 이 길을 함께 하는 네게 한없이 고마울 따름이야.


이제부터는 꽃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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