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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07. 2019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오늘의 표현대리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입니다.

어제는 대리권을 주었다는 표시가 외부적으로 있었지만 사실은 대리권이 없었던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오늘의 사례는, 일단 대리권이 있기는 있었던 경우입니다. 현실에서는 어제 공부한 제125조보다도 훨씬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표현대리의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제126조는 (대리권이 있기는 한) 대리인이 그 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서 법률행위를 해버린 경우, 제3자가 (그 행위가 대리권의 정당한 범위 내에 있었다고 착각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이 이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월권대리또는 권한유월의 표현대리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굳이 한자 쓸 것 없이 여기서는 그냥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라고 부르겠습니다.

앞서 공부한 제125조가 ‘성립의 외관’에 대해 상대방을 보호하는 것이었다면, 오늘 살펴보는 제126조는 ‘범위의 외관’에 대해 상대방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할 것입니다(김준호, 2017).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급한 사정으로 돈이 좀 필요합니다. 그래서 돈을 어디서 빌릴까 하는데, 어느 대부 업체에서 빌려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금융업계에 대한 지식이 빠삭한 영희를 대리인으로 하여 최대 1억 원의 돈을 빌려 달라는 대리권을 수여하였습니다. 그런데 영희는 대부 업체에 가서 철수의 대리인이라고 하면서(철수가 준 위임장 같은 서류도 보여 줍니다), 2억 원을 빌려 버렸습니다.


영희의 행위는 1억 원까지만 빌릴 수 있는 대리권의 범위를 넘은 것입니다. 만약 대부 업체 측에서 영희에게 철수를 위해 2억 원을 빌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다면, 철수는 정말로 대부 업체에서 2억 원을 빌린 것이 됩니다. 만약 실제 소송이라면, 그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를 놓고 철수와 대부 업체 간에 아주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제126조에 따른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있는 요건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기본적으로 일단은 대리권이 있는 대리인이 뭔가를 저질러야 합니다.

아예 대리권이 없는 사람이 대리인이 된 마냥 행동한 사건이라면, 제126조가 적용되기는 어렵습니다. 아예 무권대리가 되거나, 어제 공부한 제125조가 사안에 따라서 적용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교과서에서는 보통 법률행위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있어야 한다고 표현합니다. 


참고로, 판례는 원칙적으로 이러한 기본대리권 역시 ‘법률행위’에 관한 대리권이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즉, “민법 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무권대리인에게 법률행위에 관한 기본대리권이 있어야 하는바, 증권회사로부터 위임받은 고객의 유치, 투자상담 및 권유, 위탁매매약정실적의 제고 등의 업무는 사실행위에 불과하므로 이를 기본대리권으로 하여서는 권한초과의 표현대리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 합니다(대법원 1992. 5. 26. 선고 91다32190 판결). 판례에 대해서는 반대 견해도 있으니, 참고문헌 등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2. 대리인이 자신의 대리권을 넘어서는 법률행위를 저질러야 합니다.

대리인은 자신의 기본대리권의 범위를 넘어서는 월권행위를 하여야 합니다. 제126조로부터 자연스럽게 유추할 수 있는 요건입니다. 


3. 제3자가 '대리인의 행동'을 권한 내의 행위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거래의 상대방 입장에서 대리인의 권한 초과 행위를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요, 이때 '정당한 이유'란 단순히 선의 또는 무과실이어야 한다는 요건과는 조금 다른 것이고(같은 의미라면 그 표현을 썼겠지요), 구체적인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판례 역시, "표현대리의 효과를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자칭 대리인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고 그와 같이 믿는데 정당한 이유가 있을 것을 요건으로 하는 것인데, 여기의 정당한 이유의 존부는 자칭 대리인의 대리행위가 행하여 질 때에 존재하는 제반 사정을 객관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합니다(대법원 2008. 2. 1. 선고 2006다33418,33425 판결). 

*다만, ‘정당한 이유’에 대한 입증책임을 누가 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학설의 논란이 있습니다. 판례는 표현대리를 주장하는 거래의 상대방이 입증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학계의 다수 견해는 다른 표현대리에서처럼 본인이 입증해야 한다고 봅니다(김용덕, 2019). 자세한 학설의 논의는 참고문헌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제126조의 표현대리와 그 성립요건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어제 공부한 제125조의 경우,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제3자에게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표현대리였기 때문에 의미상 임의대리에 적용되고 법정대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통설이었습니다(반대 견해도 있습니다). 그러면 제126조의 경우는 어떨까요? 예를 들어, 법정대리권의 일종인 부부 사이의 일상가사대리권을 기본대리권으로 보아서 이를 넘어서는 대리행위에 대해서는 제126조를 적용할 수 있는 걸까요?


이것도 학설은 갈립니다만, 자세한 학설의 논의를 여기서 다루기는 복잡하므로 여기서는 판례의 입장만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가겠습니다. 판례는 “민법 제126조 소정의 권한을 넘는 표현대리 규정은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여 거래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 법정대리라고 하여 임의대리와는 달리 그 적용이 없다고 할 수 없고, 따라서 한정치산자의 후견인이 친족회의 동의를 얻지 않고 피후견인의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친족회의 동의가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인 한정치산자에게 그 효력이 미친다”라고 하여, 법정대리에도 적용된다는 견해로 보입니다(대법원 1997. 6. 27., 선고, 97다3828, 판결).

앞서 예시로 제시한 일상가사대리권에 대해서도, 아내가 남편 명의로 금원을 차용하고 그 담보로 남편 소유의 부동산에 가등기를 설정하여 준 행위를 일상가사대리권을 넘은 표현대리행위라고 대법원이 인정한 판례가 있습니다(대법원 1981. 6. 23. 선고 80다609 판결).


오늘은 표현대리의 2번째 유형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대리권의 소멸사유에 대해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김용덕 편집대표, 「주석민법 총칙3(제5판)」, 한국사법행정학회, 2019, 232-237면(이균용).

김준호, 「민법강의(제23판)」, 법문사, 2017, 317면.




2019.11.7. 작성

2022.12.7. 업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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