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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법과의 만남 Nov 22. 2019

민법 제136조, "단독행위와 무권대리"

제136조(단독행위와 무권대리) 단독행위에는 그 행위당시에 상대방이 대리인이라 칭하는 자의 대리권없는 행위에 동의하거나 그 대리권을 다투지 아니한 때에 한하여 전6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대리권없는 자에 대하여 그 동의를 얻어 단독행위를 한 때에도 같다.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했던 제130조부터 제135조(총 6개 조문)까지, 한번 쭉 다시 읽어 보세요(법전이 없으시면 검색창에 '국가법령정보센터'(http://www.law.go.kr/)라고 쳐서 들어가 보세요).


그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이 조문들에 '계약'이라는 말이 꼭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겁니다. 우리는 예전에 법률행위가 단독행위, 계약, 합동행위로 나뉜다는 것을 공부한 적 있습니다. 복습 차원에서 다시 빠르게 리마인드할게요.


법률행위란 의사표시를 요소로 하는 법률요건을 말합니다. 법률요건이란 뭐였지요? 네, 법률요건이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원인(예 : 매매계약)을 말합니다. 또한 그 법률요건을 구성하는 개개의 사실을 법률사실(예 : 매매계약을 구성하는 청약이나 승낙의 의사표시)이라고 했습니다. 즉 법률사실이 모여 법률요건이 되고, 법률요건에 의사표시가 추가되면 법률행위가 됩니다.


단독행위는 1개의 의사표시만으로 성립하는 법률행위(예 : 추인, 유언)이고요, 계약은 서로 대립되는 여러 의사표시로 성립하는 법률행위(예 : 매매계약, 임대차계약 등)입니다. 합동행위는 전에 우리가 법인 파트에서 잠시 본 적 있었는데 여러 의사표시로 구성되기는 하지만 공동 목적을 위해 같은 방향으로(대립하지 않는) 향하는 의사표시에 따른 법률행위(예 : 사단법인의 설립행위)입니다.


어쨌건 중요한 것은 우리가 지금까지 공부한 무권대리의 법리는 '계약'에 관한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제136조에서는 이제 '단독행위'에 의한 무권대리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같은 마을에 사는 최가난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철수의 옆집에 사는 영희는 평소 철수를 싫어하고 있었으므로, 그를 골탕 먹이려는 속셈으로 '철수의 대리인'인 척하며 최가난에게 갔습니다. "저는 철수의 채권 관리를 맡고 있는 대리인 영희라고 합니다. 철수가 당신을 불쌍히 여겨 1억 원의 빚을 모두 탕감해 주기로 하였습니다."


이처럼 빚을 탕감해 주는 것을 채무의 면제라고 하는데, 이는 상대방이 꼭 동의해야 하는 것도 아닌 그냥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입니다. 이 경우 제136조는 앞서 공부한 무권대리의 법리를 '준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냥은 안되고 아래의 조건 중 1개라도 충족하여야 한다는 까다로운 요건이 붙습니다.


1.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이 저지른 행위에 동의하는 경우

2.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이 저지른 행위를 보고 과연 저 사람의 대리권이 정당한 것인지 다투지 아니하였던 경우

3. 무권대리인으로부터 동의를 얻어서 '상대방'이 어떠한 단독행위를 해버린 경우(제136조 단서)


먼저 도대체 제130조부터 제135조까지를 준용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갖는 건지 생각해 봅시다. 이 6개의 조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요? 바로 무권대리인으로부터 억울한 상대방을 보호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최고권은 물론, 철회권과 무권대리인에게 하여금 책임을 지게 하는 내용까지 규정되어 있습니다. 공부했던 것 모두 기억나시지요?


그렇다면, 제136조의 의미는 바로 "위의 3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되는 불쌍한 단독행위의 상대방에 대하여는 우리 민법에서 정하는 '상대방 보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라는 것입니다. 왜 저 3가지에 해당되는 사람이 '불쌍한' 상대방인가? 사실 당연한 말인데,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의 말에 동의하지 않거나, 그 대리권의 존재에 대해 다툰다고 생각해 보세요.


"아니, 내 빚 1억 원을 철수가 탕감해 주겠다고? 이상하네, 철수가 그럴 사람이 아닌데. 당신 정말 대리인 맞아? 방금 보여준 위임장 다시 줘봐. 위조된 거 아니야?"

최가난이 이렇게 따지고 들면 애초에 최가난은 무권대리인의 행위에 속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정말로 철수가 자신의 빚을 면해 주었다고 믿고 모아 둔 돈을 다른 데 써버릴 일은 없을 겁니다. 그럼 영희(무권대리인)의 행위(채무의 면제)는 그냥 무효가 되는 겁니다. 큰 의미가 없지요. 철수도 피해를 보지 않고, 최가난도 딱히 별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최가난(상대방)이 그런 문제 제기 없이 영희(무권대리인)의 말을 믿어 버리는 경우입니다(위의 1번 또는 2번의 경우). 이런 때에는 최가난이 선의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우리 민법은 제130조부터 제135조까지를 준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겠다는 겁니다.


"최가난이 문제 제기를 안한 시점에서 뭔가 과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최가난을 꼭 보호해야 합니까?"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미 공부했으니 아시겠지만, 제130조부터 제135조까지의 보호 장치라는 것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기껏해야 최가난 입장에서는 '본인'에게 추인 확답을 촉구하는 등의 기회가 생길 뿐입니다. 이것도 어차피 '본인'이 싫다고 하면 끝입니다.


제136조 후단은 단독행위의 상대방이 무권대리인의 동의를 얻어 어떠한 단독행위를 한 경우에도 6개의 조문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뜻일까요? 위에서 본 사례는 단독행위를 '무권대리인'이 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이지만, 여기서는 단독행위를 '상대방'이 먼저 한 경우를 규율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제136조 후단은 '수동대리'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것입니다(수동대리가 기억나지 않는 분들은 제114조 부분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반면 제136조 전단은 '능동대리'에 대해 규율하고 있지요.


예를 들어 철수와 나부자 사이에 부동산 매매계약이 있었는데, 나부자에게 어떤 사유가 발생하여 계약을 해제하고자 마음먹게 되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철수의 옆집에 사는 영희가 철수의 대리인인 양 행세하고 다니는 바람에, 나부자는 영희(무권대리인)에게 "철수와의 계약을 해제하고 싶소."(계약의 해제, 상대방 있는 단독행위)라고 해버렸습니다. 영희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경우에도 우리 민법은 무권대리인 영희를 신뢰한 나부자를 어느 정도 보호하기 위하여 6개의 조문을 준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부한 내용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제136조의 경우 모두 '상대방 있는' 경우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그럼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는 대체 어떻게 되는가?'라고 의문을 품으실 수 있습니다.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의 경우 상대방이 없기 때문에 애초에 상대방을 보호하는 장치 자체가 필요가 없고, 따라서 제130조~제136조의 조문을 준용할 필요도 전혀 없으므로, 상대방 없는 단독행위를 무권대리한 때에는 그냥 무효입니다.


계약 및 단독행위에서의 무권대리와 그 효과


오늘까지 대리 제도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대리는 워낙 어려운 부분이 많아 한번 공부하는 것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복습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내일부터는 법률행위의 무효와 취소에 관한 파트로 진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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