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9조(무효행위의 추인)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그 효력이 생기지 아니한다. 그러나 당사자가 그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
제139조는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하여도 효력이 없다고 합니다. 사실 법률행위가 '무효'라는 것은 처음부터 아예 효력이 없다는 것과 같은 말이어서, 당사자가 추인을 한다고 해서 없던 효력이 발생한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그런데 제139조 단서는 또,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면서도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고 합니다. 주의할 것은, 여기서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라고 했지 '무효인 법률행위를 유효하게 만든다'라고는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무효인 법률행위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없던 효력을 추인으로 되살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무효인 것을 뒤늦게 알았음에도, 다시 그 법률행위를 하고자 할 정도로 의지가 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어차피 당사자는 또 법률행위를 할 것이니까, 차라리 당사자의 추인을 '새로운 법률행위를 한 것'으로 봐줌으로써 융통성을 확보하자는 겁니다.
*참고로, 여기서의 추인은 우리가 전에 공부한 무권대리에서의 추인(제130조, 제132조, 제133조 등)과는 좀 다릅니다. 무권대리는 추인이 있기 전까지는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다가, 추인이 있으면 소급하여 유효한 것으로 보는 것이지요(이른바 ‘유동적 무효’라고도 합니다). 하지만 제139조의 추인은 그냥 처음부터 무효인 법률행위(이른바 ‘확정적 무효’라고도 합니다)를 새로운 법률행위로 간주한다는 것이어서 의미가 다르다는 점,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해서 다시 새로운 법률행위로 봐준다고 해도 어차피 무효 아닌가요? 무효인 법률행위를 추인해서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고 해도 어차피 무효이니까, 추인-무효-추인-무효의 악순환이 반복될 것 같은데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법학에서는 따로 조건을 달아 둡니다.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컴퓨터를 판매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합시다. 이 계약은 영희가 술에 만취하였을 때 체결된 계약으로, 의사능력이 없는 자와의 계약이어서 애초에 무효입니다. 그런데 영희가 다음날 술에서 깨어 생각해 보니 계약이 꽤 괜찮은 조건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계약을 추인하려고 합니다.
이 경우 영희의 법률행위는 원칙적으로는 무효이지만, 영희가 술에서 깨어 정상적인 의사능력을 갖게 되었으므로 현 상태에서는 무효의 원인이 제거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추인이 가능합니다.
즉, 무효인 법률행위를 추인할 수 있는 조건은 취소한 그 무효의 원인이 소멸한 이후에 추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희가 여전히 만취한 상태라면, 그 상황에서 무효인 계약을 추인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의미가 없습니다.
우리의 판례 역시 "무효행위의 추인은 그 무효 원인이 소멸한 후에 하여야 그 효력이 있고, 따라서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임을 이유로 일단 유효하게 취소되어 당초의 의사표시가 무효로 된 후에 추인한 경우 그 추인이 효력을 가지기 위하여는 그 무효 원인이 소멸한 후일 것을 요한다고 할 것인데, 그 무효 원인이란 바로 위 의사표시의 취소사유라 할 것이므로 결국 무효 원인이 소멸한 후란 것은 당초의 의사표시의 성립 과정에 존재하였던 취소의 원인이 종료된 후, 즉 강박 상태에서 벗어난 후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하여 같은 입장입니다(대법원 1997. 12. 12., 선고, 95다38240, 판결).
정리하자면, 제139조에 따른 무효행위의 추인은 ①확정적으로 무효인 법률행위가 있을 것, ②추후에 그 법률행위가 무효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당사자가 이를 추인할 것, ③법률행위 무효의 원인이 없어진 후에 추인이 있을 것, 이 3가지가 요건이라고 하겠습니다.
내일은 법률행위의 취소권자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19.11.27. 작성
22.12.14.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