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2조(지급명령과 시효중단)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정기간내에 가집행신청을 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그 효력을 잃은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
우리는 제168조에서 소멸시효의 중단사유를 공부하면서, '청구'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고 했습니다. 앞서 공부한 '재판상 청구'가 그 대표적인 유형이며, 오늘 공부할 '지급명령'도 청구의 한 종류입니다.
제168조(소멸시효의 중단사유) 소멸시효는 다음 각호의 사유로 인하여 중단된다.
1. 청구
2. 압류 또는 가압류, 가처분
3. 승인
지급명령이란, 변론을 열지 아니하고 간단한 절차에 의하여 채권자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고, 채무자에 대하여 금전, 기타의 대체물 또는 유가증권(예: 어음이나 수표 등)의 일정 수량의 지급을 명하는 재판을 말합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 대체물이란 동일한 종류의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XX동에 있는 A 아파트 104호)은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A 아파트 105호는 104호와는 다른 물건이니까요. 따라서 부동산은 대체물이 아니어서 지급명령의 대상이 안됩니다.
우리의 민사소송법에서는 [독촉절차]에 관한 편에서 지급명령에 대한 별도의 근거 조문을 두고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462조(적용의 요건) 금전, 그 밖에 대체물(代替物)이나 유가증권의 일정한 수량의 지급을 목적으로 하는 청구에 대하여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에 따라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 다만, 대한민국에서 공시송달 외의 방법으로 송달할 수 있는 경우에 한한다.
이렇게만 말하면 어려우니까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철수는 사업을 하다가 사정이 어려워져, 옆집의 영희에게 1억 원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철수는 사업이 정상화되니까 마음이 변하여, 영희에게 돈을 갚지 않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습니다. 이에 화가 난 영희는 법적인 절차를 밟으려 합니다.
이때 영희가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것이 지급명령제도입니다. 영희는 철수에게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사실 현실에서 소송이라는 것이 서민들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닙니다. 법률에 대해 잘 모르는데 변호사 수임하려면 돈도 들고, 법원에 왔다 갔다 하다 보면 시간도 들고, 마음도 지치고요.
영희는 아래와 같은 서식의 지급명령 신청서를 작성하여 철수의 보통재판적(여기서 설명하지는 않겠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재판적에 대해서 검색해 보세요!)이 있는 지방법원에 제출하면 됩니다.
법원에서는 영희의 신청서를 접수하고, 검토합니다. 그래서 요건이 구비되었다고 인정되면 철수에게 "이놈 철수야, 어서 1억 원을 영희에게 갚아라."라고 지급명령을 합니다. 지급명령을 받은 철수가 2주 내에 이의신청("나는 돈을 빌린 적이 없다! 부당한 지급명령이다.")을 하지 않게 되면 지급명령은 확정되며,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를 갖게 됩니다. 그러면 영희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고, 변론의 절차를 거치지도 않고 법원에 출석해서 심문을 받지도 않았는데도 소송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에 '소송에서 이긴 것과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민사소송법
제474조(지급명령의 효력) 지급명령에 대하여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을 취하하거나, 각하결정이 확정된 때에는 지급명령은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다만, 철수가 지급명령에 이의신청을 제기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소송으로 가야 합니다. 철수가 아무리 나쁜 녀석이라고 해도 소송을 제기하여 정당하게 심판을 받을 권리는 있는 것이니까요.
어쨌건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하여 여러분께서는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셨을 겁니다. 지급명령을 신청한 채권자는 권리 위에 잠자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소멸시효의 중단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이제 왜 지급명령이 소멸시효의 중단사유가 되는지 아시겠지요?
멀리 돌아왔습니다만 이제 제172조를 봅시다. 제172조는 지급명령은 채권자가 법정기간 내에 가집행신청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서 효력을 잃은 때에는 시효중단을 하지 못한다고 하는데, 무슨 말일까요?
사실 제172조는 조금 문제가 있는 조문입니다. 과거 1990. 1. 13. 법률 4201호로 개정되기 전의 민사소송법 제437조에서는 지급명령에 대한 가집행선고 규정을 따로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민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지급명령에 대한 가집행선고가 없어졌으므로, 현재 민법 제172조에서 말하는 가집행선고라는 것 자체가 없게 된 셈입니다(민법 개정시안, 2013).
현재는 앞서 보여드린 「민사소송법」 제474조에 따라 지급명령은 이의신청이 없거나 하면 바로 확정됩니다. 이 부분은 사실 「민법」을 정비하였어야 맞는 부분인데, 아직 개정되지 아니한 상태로 지금까지 민법에 남아 있습니다. 이에 제173조는 “지급명령의 신청은 그 신청이 각하 또는 취하된 때에는 시효중단의 효력이 없다”라고 개정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백태승, 2021). 따라서 지금은 지급명령제도가 무엇인지 간략하게 이해하고, 지급명령이 왜 시효중단의 사유가 되는 것인지 이해하는 것으로 족할 듯합니다.
내일은 화해를 위한 소환, 임의출석과 시효중단에 대하여 공부하겠습니다.
*참고문헌
국가법령정보센터 법령용어사전, 현암사, 2019. 11. 26. 확인: http://www.law.go.kr/
권영준, 2013년 민법 개정시안 해설(민법총칙·물권편), 법무부, 2013. 9, 269면.
백태승, 「민법총칙(제7판)」(전자책), 집현재, 2021, 556면.
20.1.16. 작성
23.1.4. 업데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