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177조, "승인과 시효중단"

by 법과의 만남
제177조(승인과 시효중단) 시효중단의 효력있는 승인에는 상대방의 권리에 관한 처분의 능력이나 권한있음을 요하지 아니한다.


승인에 대해서는 제168조에서 간단히 맛을 보았습니다.

'승인'이란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 전에(완성 이후라면 크게 의미가 없겠지요),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할 자에게 "나 너한테 돈 빌린 거 맞아."라고 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채무자 스스로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음을 알리는 것입니다.


이러한 승인은 채무자 스스로 빚이 있다고 인정한 것이기 때문에 시효를 중단시킬 수 있는 사유로 정하고 있습니다. 판례 역시 "채권 시효 중단사유로서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그 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될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한다고 할 것이며, 이때 그 표시의 방법은 아무런 형식을 요구하지 아니하고, 또한 명시적이건 묵시적이건 불문한다 할 것이나, 승인으로 인한 시효중단의 효력은 그 승인의 통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는 때에 발생한다."(대법원 1995. 9. 29. 선고 95다30178 판결)라고 하고 있습니다.


승인의 방법은 위 판례에서 말하는 것처럼 특별한 방식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채무자가 1억 원을 빌린 상태인데, 그중 1천만 원을 먼저 갚았다고 합시다. 물론 1억 원을 다 갚은 것은 아니지만, 일단 자신이 빚이 있다는 것을 채무자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빚이 없다고 생각되었으면 1천만 원이라도 갚을 리가 없지요. 따라서 이러한 행위도 승인의 일종으로서 시효중단의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제177조는 '승인'이 유효하기 위해서 굳이 그 권리에 관한 처분능력이나 처분권한이 있을 필요는 없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일까요?

예를 들어, 철수가 영희에게 1억 원을 빌려주었다고 합시다. 그런데 영희(채무자)는 자신이 돈을 빌린 증거가 계약서 등으로 너무 명확하기 때문에 딱히 빌린 사실을 부인할 생각도 없고, 채무의 승인을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영희(채무자)에게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해외에 오랫동안 머물게 되었습니다. 이에 영희는 자신의 재산을 관리할 수 있도록 옆집의 영철이에게 부탁을 해둡니다. 영철이는 영희의 재산관리인이 된 것입니다. 영철이는 영희가 해외로 떠난 이후, 그녀가 채무의 승인을 하려던 것을 기억해 내고 영희(채무자)를 대신하여 철수를 상대로 채무의 승인을 하였습니다.


영철이는 영희(채무자)로부터 재산을 관리해 달라는 부탁만을 받았고, 재산을 팔거나 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처분'의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철이는 제177조에 따라 '처분 권한'이 없어도 영희(채무자)의 '승인'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승인이라는 것이 대단한 것이 아니고 단지 어떠한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처분권한이 없더라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처분의 권한은 없더라도 관리 권한 정도는 있어야 합니다. 영희(채무자)와 아무런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가 불쑥 나타나서 채무의 승인을 한다고 해서 시효중단의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오늘은 승인과 시효중단에 대하여 공부하였습니다. 내일은 시효중단의 효과에 대하여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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