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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Jan 18. 2022

결혼 전에 생각해 봐야 할  좋은 배우자의 조건

요즘 결혼이나 부부관계에 대한 글을 쓰게 되면서, 결혼 전에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결혼 전에도 진지하게 고려해봤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랬어야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데까지 사고가 미치게 되었고, 결혼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얘기해주고 싶었다.


'결혼'을 선택함에 있어 우리가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은 남들이 흔히 얘기하는 것들, 이를테면 20대부터 이성을 사귀거나 만날 때 숱하게 들어왔던 내용들과는 그 질감이 좀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성을 선택할 때 외모냐 능력이냐 혹은 학벌이냐 (부모의 재산 포함) 재력이냐 같이 이분법적으로 규정해 버리는 일들. 이런 걸로 결혼이나 배우자의 조건을 단정하기에는 너무 부연설명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결혼한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 나도 여러 번 들어본 말 중에 좋은 결혼의 조건, 단연 1위는 바로 '돈'이었다. 결혼은 현실이기 때문에 돈이 없으면 로맨스고 나발이고 다 소용없고, 결국 아무리 사이좋은 부부라도 싸우게 되는 거라고. 남자 얼굴 뜯어먹고 몇 년이나 살 것 같으냐고, 무조건 돈 많은 사람 잡아야 앞으로 인생 핀다는 말, 그러니 남자는 무조건 능력이 있어야 되고 돈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거였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100%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결혼을 해보니 더 그렇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진짜 다 그런 건가? 내가 모르는 엄청난 세계가 펼쳐지는 건가 싶었지만, 결혼을 안 해봤기에 크게 반박이 불가능했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을 해 보니,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은 진짜 맞았다.


연애 때는 발견할 수 없었던 서로의 민낯을 그대로 마주하고 매일 같은 밥을 먹고 꾸미지 않은 모습도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공동생활의 연속, 서로의 장점은 물론 티끌 같은 단점까지도 여과 없이 공유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로맨스를 실현하면서 내가 번 돈, 네가 번 돈, 우리 열심히 모아서 부자 되자...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같이 대출이자 갚고 카드값 걱정하는 '경제 공동체'가 되는 매우 현실적인 일이었다.


결혼의 현실은 각자가 부여한 조건들만 잘 맞으면 알아서 굴러가는 AI인공지능형 세계가 결코 아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끊어지지 않는 연속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의 단계가 너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서 A 아니면 B만 고를 수 있는 객관식 유형으로는 도무지 답을 낼 수 없는 형태인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인간, 각각의 남녀, 각각의 부부가 가진 고유성이나 특성들은 모두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각자 행복을 느낄 만큼의 '돈의 규모'를  누가 어떻게 책정한다는 말인가? 통상적으로 사회에서 자주 거론되는 이런 결혼의 조건들은 개인이 '각자' 감당할 정도의 수준이면 된다고 생각한다. 백이면 백, 모두 다를 것이기에.




나는 평생의 반려자를 선택할 때,

보다 다른 시선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돈과 관련된 부분에선 '경제력' 보다 '경제관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지금 현재 좋은 회사에 다니거나 돈을  벌고 있다는  좋은 조건에 속할  있다. 그런데, 경제력은 있지만 경제관념이 없다면? 서로 돈을 쓰는 용도나 돈에 매기는 가치가 너무 다르다면,  결혼생활이  파국으로 가기 쉽다. 돈은 쓰라고 있는 거고, 내가   내가 나한테  쓴다는  네가 무슨 상관이냐, 라는 뉘앙스를 가진 분들.. 생각보다 많다. 아예 월급을 (대략적으로도) 오픈하지도 않고 ' 돈은 내가' ' 돈은 네가'라는 식으로 결혼 생활을 운용하는 이들도 주변에서 많이 보았다. 서로의 통장을 반드시 합쳐야 한다는  아니지만, 결혼은 공동생활인데, 이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자금을 어떻게 운용할지 상의하고 협력하는 의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살다 보면 돈은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생긴다.   하나의 상황이 좋지 않을 , 기꺼이 상호 보완을    편이 생기는  결혼의 장점이기도 한데, 처음부터 개인플레이를 하다 보면,  편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을  같다. 신혼 때부터 서로 충분한 대화를 하고 자금 운용이나 결혼생활에 대한 부부만의 원칙을 세워나가야 한다.


두 번째, 그가 배우자가 되길 원한다면 약자를 대하는 태도가 어떤지 살펴봐라.


편의상 약자라는 말을 썼지만, 다양한 의미로 나와 전혀 상관없는 타인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살펴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할 때 점원을 대하는 태도나 택시를 타고 내릴 때 기사님께 어떻게 하는지, 운전할 때 길에서 마주하는 타인들과 수많은 변수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리고 그가 가장 가까운 가족을 함부로 대하는 사람은 아닌지. 자신보다 힘없는 사람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는 사람은 아닌지, 기본적으로 인간을 대하는 본질적인 태도를 살펴봐야 한다. 그가 그들을 대하는 그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본모습이다.


세 번째, 좋은 상황에서 좋은 모습보다 나쁜 상황일 때 평정심을 유지하는 사람인가?


연애할 때는 콩깍지가 씌어있기도 하거니와 어떤 단면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좋은 모습이 보일 때가 많다. 좋은 모습은  크게, 나쁜 모습은 작게 보인다. 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장점은 당연하게, 단점은  크게 부각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 전에 느껴졌던 사소한 단점이 '결혼 후에는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이 1이라도 있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자.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남자든 여자든, 위기의 순간이나 자신이 궁지로 몰렸을  비로소 진짜 내면의 모습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의인이라면,  사람은 인성이 괜찮은 사람일 확률이 높다. 반대로 좋은 상황에서는 세상 사람 좋은 의인이었는데, 나쁜 상황이 생겼을 ,  돌변해서 이성을 잃고 전혀  사람이 되는 이들이 있다. ‘내가 아는  사람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데... 지금 상황이  좋아서 그런 거야라고 애써  사람을 두둔하는가? 미안하지만, 그게  사람의 본성이다. 그동안 그럴만한 계기가 없어서 들춰지지 않았을 뿐이다.


결혼은 수많은 위기나 돌발상황 속에서도 부부가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 하겠다는 건데, 그리고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럴 때마다 상황을 탓하겠는가? 뒤늦게 배우자의 밑바닥을 봤다고 후회하지 말라. 그런 신호들은 분명 여러 번 있었을 것이다. 모른 척 넘어갔거나 모른 척하고 싶었던 것이다.


인생에서 찾아드는 '좋지 않은 변수' 앞에서 무기력하게 망가지거나 남한테 책임을 전가하지 않고, 자신만 살 궁리를 하지도 않으며,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인지를 살펴보기를 바란다.


네 번째, 대화를 통해 소통이 가능한 사람인가?


위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들, 그리고 부부간에 벌어지는 수많은 중요한 문제들. 시댁 문제, 임신과 출산, 육아, 부부의 성생활, 가사 분담과 휴일을 쓰는 방법, 어디에서, 어떤 집에서, 어떻게 살지 등 함께 살아가는 모든 일에 대화를 통해 의견을 조율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부부들이 정작 중요한 부분, 서로 간에 민간함 부분이나 상대가 기분 나빠할 문제들에 대해 대화를 하기보다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감춰놨던 문제를 수면 위로 꺼내는 게 두렵고 민감한 문제 앞에서 민낯을 드러내기 싫기 때문이다. 대화를 해도 나아지는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대화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해보려는 노력은 대부분 '대화하기'에서 시작된다. 만일 다른 많은 부분들이 다 마음에 들지만, 대화만 하려면 어색해지고 소통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그 결혼은 신중해야 한다. 소통 없는 결혼 생활은 오해를 낳고 결국 불행해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그 사람의 어디까지를 수용할지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 사람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결혼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는 것들에 관해서. 시댁 문제가 될 수도 있고, 약간의 빚(학자금 대출, 부모님 용돈 등) 도 될 수 있겠고, 그 사람의 단점이 될 수 있는 성격적인 부분이나 월급의 하한선은 어디까지 수용 가능할지도 고려해 볼 문제다. 무조건 돈이 많은 사람이 좋다 라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기보단, 내가 수용 가능한 그 사람의 월급의 하한선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는 게 더 현실적인 것 같다. 남들의 기준에는 못 미치더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으면 되는 부분이다.


인생의 평생 친구, 반려자를 만나는 일이다. 두 번, 세 번 신중해도 부족하지 않다. 좋은 배우자의 조건은 지극히 주관적이어야 하는 게 맞다. 내가 선택하는 일이고, 그 선택에 후회가 없으려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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