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잔별 Dec 13. 2022

맘대로 되지 않는 사랑을 하는 후배에게 해 준 말

오랜만에 반가운 연애를 시작한 후배가 어느 날 곤죽이 되어 찾아왔다. 얼마 전, 몇 년 만에 저절로 맘이 열리는 사람을 만났다고 해서 같이 기뻐하고 응원해줬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심란한 얼굴로 나를 찾아온 것이다. 꽁냥 거리며 한창 연애에 푹 빠져있어야 할 시기, 후배의 사연을 들어보니, 이게 연애를 오랜만에 해서인지, 아니면 이 사람이 진짜 내 짝이 아니어서인지 간혹 그의 마음에 의심이 가는 일이 있고, 그가 정말 좋은데 그걸 의심해야 해서 괴롭다는 거였다. 분명 서로 좋아하고 있는 게 맞고, 흔히 말하는 '썸 단계'를 지나 진지하게 사귀는 단계이긴 한데, 자꾸 후배를 헷갈리게 하는 그의 행동이 있단다.


여자의 감이나 마음은 귀신같아서 이 남자가 여자에게 100의 마음인지 혹은 20인지를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이 레이더에 후배 남자 친구의 무언가가 딱 걸린 것이다. 속상해하며 쏟아내는 후배의 말을 듣고 있으니, '나도 30대엔 저런 연애를 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 지난 생각들이 스쳐갔다.


상대의 마음을 알 수 없어 혼란스럽고, 다 알고 싶고, 연락 하나에도 애가 타고, 나처럼 저 사람도 나한테 100인지, 아니면 80 이상은 되는 건지 확인하고 싶었던, 그래서 흔들리지만 설레는 연애가 있었던 거다. 후배의 그런 마음을 너무나

잘 알 것만 같아서 그만 내가 할 말은 다 넣어두자 싶었다. 그 커피를 마시는 동안 후배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고 있었다. 그런데, 대화 말미에 후배가 이런 말을 하는 거였다.


'연애를 하니까 좋은 점도 있는데, 마음이 너무 동요가 돼서 힘들다고. 연애를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일상만 챙기면 되니 편하고, 마음이 잔잔한 호수 같았는데 지금은 매일매일이 흔들리는 호수 같다고. 매일 누가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는 것 같다'라고.


그 말을 들으니 과연, 연애란 저런 것이지. 하는 생각에 후배의 사랑이 걱정되기보단 슬며시 웃음이 났다. 연애 초기엔 연인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많이 힘들어하고, 또 긴장한다. 그 적당한 긴장감은 두 사람에게 윤활유가 되어주기도, 두 사람을 엇나가게 만드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제일 긴장 타는 부분은 정말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는 거다.


그런 말을 하는 고민스러운 얼굴의 후배에게 나는 여러 가지 말은 생략한 채 짧게 말을 붙였다.


'음, 내가 결혼이라는 걸 해보니까 말이야. 연애가 매일이 흔들리는 호수 같다면, 결혼 생활은 항상 일렁일렁대는 망망대해, 넓은 바다에 두 사람이 같이 쪽배를 타고 흘러가는 거 같다' 고. 합심하여 한 배를 탔는데 매일 배가 뒤집어질 거 같아 두려운 순간이 더 많다고 말이다. 


연애나 결혼이나 두 사 마음이 맞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분명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 둘의 공통점은 모두 결말을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러나, 우리는 자주 잊게 된다. 처음의  감정이 흔해지거나 익숙해지면,  그 떨렸었던, 그 사람의 모든 걸 알고 싶어 밤잠 설치던 그 순간들을 말이다.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다짐이 무색하게, 한 배를 탔음에도 항상 흔들린다. 비록 난파 직전 극적으로 화해하는 순간도 많지만 말이다. 연애나 결혼 모두 풍랑이 이는 바다 위의 표류 같은 게 아닐까. 두 사람이 하나의 마음이어야만 성공 확률이 높 것, 두 사람이 함께이기에 덜 외로운.


어쨌든 나는 그녀의 예쁜 사랑과, 건강한 마음의 동요를 응원할 것이고, 또 지켜봐 줄 참이다.  

이전 03화 인생은 셀프라는 말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