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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Jan 24. 2022

‘그래도’를 빼면 인생 참 심플해진다

그래도 꿈은 있어야지!

그래도 대학 졸업장은 있어야지!

그래도 연애는 해야지!

그래도 결혼은 해야지!

그래도 애는 하나 낳아야지!

그래도 집은 사야지!

.

.

.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없는 이들에게 수없이 '그래도'를 들어왔던 것 같다. 대부분 그냥 넘어가거나 살짝 고개를 끄덕이거나 무심하게 흘려 들었던 '그래도'와 그 뒤에 붙는 불편한 말들. 그리고 나 역시 이것이 때론 누군가에게 무례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내뱉던 말이었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그래도' 꿈 하나쯤은 가슴에 품어야 큰 사람이 되는 거라고, 목표를 확실히 설정하고 그 꿈을 향해 매진하라고 강요한다. 꿈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또 대한민국에서 남들에게 번듯하게 대우받으면서 살아가려면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한다고, 이왕이면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을 나와야 월급도 많이 받는 좋은 직장에 들어가는 거라고 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그래도' 어디든 들어가서 돈벌이를 해야 하는 거라고, 그렇게 착실하게 살다가 '그래도' 결혼을 해야 인생의 또 다른 문이 열리는 거라고도 한다. 그래서 결혼을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래도' 애는 하나 낳아야 된다. 딸을 낳으면 그래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한다고도 하겠지. 또 청년들 대부분의 장래희망이 내 집 마련인 대한민국에서, 대출이자가 아무리 높고 여유자금이 없어도 '그래도' 자기 이름으로 된 집 하나는 사야 되는 거라고, 그렇게 평생 은행 대출이자와 원금 갚으며 사는 게 평범한 삶인 것처럼 말한다.


접속 부사인 '그래도'는 원래 앞 뒤 어구를 이어주는 역할이라 '그래도' 자체로는 아무 힘이 없는데, 앞 뒤에 붙는 말들 덕분에 의기양양해져서 아주 존재감이 커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이 이래야만 한다고 단호하게 규정한다.


'그래도' 앞에 붙는 수만 가지의 우려와 염려 혹은 응원을 가장한 말들을 빼버리면 인생은 얼마나 심플해질까.

주어+서술어 혹은 주어+목적어+서술어 만으로도 충분한 심플한 인생을 살고 싶다.


남들이 '그래도' 그렇게 해아 한다고 말하는 순간, 내가 품지 못한 꿈이, 또 가지 못한 길이 너무 멀게 보이고, 스스로가 미약하게 보이거나 지금 가고자 하는 방향이 틀렸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는 '그래도'에 맞추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삶을 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이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고, '그래도'에 붙는 말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면, 각자의 인생에서 '그래도' 셀프 제거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

누군가 '그래도'를 아무 자각없이 꺼내 들고 무언의 강요를 덧붙인다면, 맞받아서 얘기하면 된다.


‘그래도’ 나는 내 뜻대로 할게.

‘그래도’ 이건 내 인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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