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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May 16. 2024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비혼'과 '만혼'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요즘, 1인 가구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 가구는 여전히 주류에서 벗어난 평범하지 않은 집단으로 종종 분류된다. 1인 가구의 화려한 포커싱은 주로 젊은 층 (청년 세대)에게 맞춰져 있고, 그 범위를 벗어난 혼자 사는 중년 세대나 노년 세대는 대게 외롭거나 쓸쓸하게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도 나는'혼자 잘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 본 적이 있다. 한 권의 에세이로 엮어질 만큼 그 고민의 양상은 다양했으며, 결코 가볍지 않은 것들이었다. 그때도 지금도 나는 '선택적 비혼'으로 인한 솔로가 아닌 비자발적인 솔로 상태인데, 그때에 비해 혼삶을 바라보는 태도는 조금 더 진중하고 현실적이 되었다.


알 수 없는 미래가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얼마간의 불안을 안고 살아가지만, 불안정함을 극대화시키는 요소는 '혼자'라는 인식이 강해질 때가 아닌가 한다. 아프거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오로지 혼자서만 그 일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불안과 우울을 가져오고, 홀로 잘 살 수 없는 삶의 구조로 스스로를 편입시킬 수 있다.


나 또한 인생의 고난을 만났을 때, 혼자라고 자각한 순간에 불행하다 느꼈고 삶이 버거워졌다. 하지만,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나를 염려하고 생각하는 이들이 가까이 있었고, 기꺼이 도와주고자 했다. '혼자'라는 자기 연민에 빠져 있지만 않다면, 혼자여도 혼자가 아닌 것이다.


얼마 전 '에이징 솔로'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에선, 중년 이후 비혼 상태로 살아가는 이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고, 주거 안정이나 건강 문제, 돌봄이나 노후 대책까지 1인 가구의 현실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꼭 비혼이 아니더라도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고민해 볼 문제들이 많았다. 흔히 미디어 매체에서 다루는 화려한 솔로의 모습보단 지극히 현실적인 1인 가구의 모습에 포커스를 맞췄기에 더 공감할 수 있었다.


특히 나는 그들이 '혼자이지만, 혼자이지 않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는데, 인생을 그렇게 흘러가게만 두지 말라는 가벼운 질책, 혹은 조언을 들은 것 같았다.


지금 나는 최소한의 인간관계에 멈춰있고,

스스로 혼자이기를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 삶이 지금보다 다채로워지고 새로워지기를 소망하고 있다. 로또도 사지 않고, 복권 당첨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오래 신발끈고쳐 맸으니, 이제 나아가도 되지 않겠는가... 싶어 지는 지점에 섰다.


우리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그 삶을 더 풍요롭게 하기 위해선 어떤 요령이나 노력이 필요하다. 그 요령이라는 것은 스스로 고립되지 않기 위해 각자 친밀감을 느끼거나 외롭지 않게 지지가 되어줄 대상, 동료 혹은 이웃, 친구, 지인이라는 사회 네트워크를 만들고 관심을 쏟는 것이며, 이를 위해 사회성을 발휘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힘을 말한다.


꼭 가족의 이름으로 묶이지 않아도 내가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관계가 주변에 있다면, 그 사람은 결코 외롭거나 고립되지 않고 개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즘 동네 친구의 필요성에 자주 언급하곤 했었는데, 이 역시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었다. 솔로가 아니더라도, 결혼을 해서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가족 안에 있는 개인이라도, 나를 지지하는 구성원이 가까이에 있는 삶이 더 풍요롭고 즐거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지. 혼자든 여럿이 살든 '관계에의 노력'은 필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다시 깨닫는다. 하지만, 다른 관계보다 가족이 우선시되는 시기, 이를테면 결혼이나 출산 등으로 자신의 가족이 생기고 난 뒤, 멀어지는 관계들을 많이 봐 온 지라, 이런 노력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금 나는 혼자 일어서는 시기에 있다. 스스로를 다독이고, 추슬러서 주변 관계에 눈을 돌릴 만큼 숨구멍이 열렸다는 사실에 일단은 감사하기로 한다. 더불어, 더 이상 혼자 웅크리고 앉아 나아가기를 거부했던 이전의 나에서, 한 발 더 나아가자고 신발 끈을 고쳐  나를 바라본다.


끊어지고, 끊어낸 것들에서, 다시 이어가고 이어질 관계들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보자 한다. (일단 현재의 마음은 그렇다.)


그 어떤 삶일지라도,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면,

우리는 결코 외롭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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