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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잔별 Apr 26. 2024

긍정적인 '염세주의자'로 사는 법

"인간은 항상 만족하지 못하고 맹목적 의지에 얽매여 살기 때문에
 삶은 지독한 고통이다." <의지와 표상으로의 세계>  中


요즘 다시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가 핫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염세주의에는 인생을 바라보는 태도가 냉소적이거나 부정적이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인생의 부조리함, 불완전함, 인간 존재의 회의감, 세상에 대한 불만이나 불신을 드러내며, 이와 함께 깊은 사유를 통해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려는 자세와 의지를 포함한다.

염세주의 [pessimism]

세상 및 인생을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사상
행복이나 희열도 덧없는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보는 세계관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염세주의를 품고 살아간다.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될지언정, 인생의 어느 순간에선 반드시 자신만의 염세주의를 만나게 된다.


다만, 염세주의를 한 없는 우울과 비관으로 끌고 갈 것인가 냉철한 자기 인식과 객관화의 지표로 삼는가에 따라서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나 방향도 달라질 것이다.


10여 년 전, 쇼펜하우어의 사상에 처음 입문했었다. 시간이 지나 최근 쇼펜하우어의 열풍과 함께 다시 한번 그의 사상을 내 인생에 대입해 봤다. 그 사이, 세상을 보는 시각이나 삶에 대한 자세도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 혼자서도 잘 견뎌내며 사유하는 삶,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했었던 그의 철학은 내가 인생을 대하는 자세이기도 하다. 어떤 일에서든 일희일비하지 말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자는 나의 가치관과도 부합한다.


행복이나 희열이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면, 고통이나 비극도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 이는 모든 것은 다 지나가며 고통도 행복도 모두 일시적이기 때문에 크게 번민하거나 기뻐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의 일생은 전체로 보면 비극이고 부분 부분만을 보면 희극이다."


쇼펜하우어는 비관적인 염세주의자로 알려져 있지만, 웃음이 많고 낙천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매일 반려견과 산책하며 건강을 관리했고, 혼밥을 즐겼으며 인생을 균형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혼자, 사유하는 삶에 대해 자주 언급했으며 실제로도 평생 혼자 살며 철학을 연구했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있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홀로 잘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마음의 평화와 행복은 오직 자신의 고독 안에 생겨난다. 행복을 얻기 위해서 그 원천인 고독을 피하지 말고 그것을 견디는 법을 배워야 된다. 누구나 자기 자신의 고독한 모습일 때 본래 지닌 것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단단하게 잘 설 수 있는 힘, 지금 내 삶에서 가장 필요한 이기도 하다. 홀로 잘 견딜 수 있으면 둘이서도 잘 견딜 수 있으며, 혼자의 삶에 충실할 수 있을 때 그 어떤 삶에서도 당당한 자세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혼자의 힘으로 다져가는 현재를 더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 둘이서도, 혼자서도 잘 살아봤으니 앞으로의 그 어떤 삶도 크게 두렵지 않다.


인간은 누구나 늙고, 홀로 살아가야 하는 시점을 맞이한다. 이것이 우리가 가진 필연적인 운명이다.


아직 젊은 시기, 자신만의 내공을 잘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 '어차피 늙고 혼자가 될 텐데, 잘 살아서 뭐 해!'라는 비관적인 자세보다, 똑같은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잘 살아갈 것인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긍정적인 염세주의자가 되면 어떨까.




인생은 비극이자 불행이라고 말한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인간의 본성과 삶의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했던 철학자이기도 하다.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책에서 나온 '내가 깨달은 것만큼이 나의 세계다'라는 문장에 여운이 남는다. 결국 염세주의를 비관적으로 바라볼 것인가, 낙천적으로 바라볼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도 내가 깨달은 만큼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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