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baD Jul 05. 2024

[직장인 전상서] 월 200 벌기 첫 달성!

격주로 발행하는 백수랜서 생존신고

"사람들이 참 착하지?"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점심을 먹었다. 화창한 평일 오후, 경희궁 근처에서 맛있는 샌드위치와 수프를 먹고 직장인 무리에 섞여 주변을 걸었다. 마치 나도 정해진 날짜에 돈이 들어오는 사람이 된 것처럼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한 시간을 자유롭게 풀어놔도 아무도 집에 안가.  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이 정도면 스톡홀름 신드롬 아니냐? 자기를 납치한 회사를 사랑하는 거야!"


직장 생활을 너무 오래 했는지 친구는 그새 철학자가 되어 있었다. 그 친구는 직장인들의 일례 행사에 나를 초대했고, 우리는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테이크아웃했다. 백수렌서인 나는 절대 하지 않는 짓이다. 나는 '3시간 공간 점유권'을 주로 마신다. 플라스틱 컵과 컵홀더의 감촉이 미끌거리고 축축해 새로웠다. 


아니죠 프리랜서라고요 프-리-랜-서-


또 다른 직장인 친구와 저녁을 먹었다. 뭘 먹고 싶진 않은데 마시고는 싶어서 꼬치구이 집에 들어가 생맥주를 시켰다. 그 친구는 대기업 '머리' 부서에서 '허리'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요즘 조직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다들 조용히 기둥 뒤에 숨어있다고 했다. 그런데 일은 많다고 했다. 친구는 '희망퇴직'이라는 절망적인 말을 했고, 아침 5시에 일어나 새벽 수영을 간다고 했고, 지금까지 10년 안되게 이 조직에 몸담았는데 앞으로 10년쯤 뒤엔 자기 자리가 없을 것 같다며 막막하다는 말을 했다. 백수랜서로서 이해하기 어려운 말들이라 일없이 맥주만 홀짝였다. 너도 막막해? 야너두


그래서 직장인들에게 편지를 쓰기로 했다. 

나만 퇴사하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만 회사 밖이 막막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주변 직장인들 다 그랬다. 내가 좀 더 참을성이 없었을 뿐. 그래서 격주에 한 번 생존 신고를 쏘아 올리기로 했다. 반인반수 반백수/반프리랜서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 무리를 뛰쳐나온 나의 불안함을 돌아보기 위해서, 그리고 뛰쳐나와도 잘먹고 잘산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잘'에 대한 자기만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쇼생크 탈출을 부추기기 위해서. NFA(준비해서 나오면 오히려 수입이 올라간다고들 합니다) 


사람들은 길이 다 정해져 있는지 아니면 자기가 자신의 길을 만들어 가는지~


어차피 나에게 맞지 않는 길을 걷는 것도 괴롭고, 그렇다고 아무도 몰라주는 길을 만들어 걷는 것도 괴롭고, 잎새에 바람이 이는 것도 아닌데 이래저래 괴롭기 때문에, 그리고 어느 길을 걷던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이거 인정하는데도 십 년 걸렸다! 젠장!), 


월 200 벌기를 목표로 앞으로 ?년 간 회사 밖 실험을 계속해보려고 한다. 

월 200이면 에게? 싶을지 모르지만, 2024년 1인가구 중위소득이 222만 원이다. 중간은 가야지 물론 중간에 고용이 되어 회사밥 먹는 때도 올 수 있다. 하지만 내 본업은 언제까지나 '백수랜서', 회사 밖에서 밥 벌어먹기가 지상 과제다.


생존 신고랍시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이유는 스스로에게 고삐 채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포켓볼 쳐내는 피카츄 디지털 담벼락에 대문짝만 하게 나의 목표와 이를 이루기 위한 계획, 주간 실천 현황을 공유해야 아침에 침대에서 나올 이유가 생긴다.


우선 시작은 좋다. 엊그제 첫 200만 원을 채웠기 때문이다. 100만 원은 번역 알바, 100만 원은 원래 하던 리서치와 비슷한 일감을 하나 더 따냈다. 하루 벌어 하루 산다는 게 이런 건가! 7월의 일을 하며 동시에 8월치 일감을 위한 영업을 뛰어야 한다는 게, 1부터 100까지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게 난감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모든 게 나의 성과기 때문에 더 짜릿하기도 하다. 회사에서 주어진 일과 주어진 월급을 받을 때는 없던 뿌듯함이다! 


일을 고르는 기준

노마딩을 다시 시작할 예정이라 일은 100% 원격 근무만 가능하다. 그리고 돈벌이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데 쓰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고 싶기 때문에 파트타임이나 계약직 환영. 어차피 한국에 있지 않으니 달러 환영.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한국 밖의 회사, 전통적인 방식으로 굴러가지 않는 회사를 찾게 된다. 예를 들면 다오라거나!


8월 이후 일감 후보군 

1. 장기 - 25년 8월에나 수익이 나지 않을까?

투자: 200만 원 중에 한 180만 원쯤 내가 잠자는 동안 굴러 들어왔으면 좋겠다! 

트레이딩: 하루 10만 원 벌 때까지만 트레이딩 하면, 1시간 만에도 퇴근할 수 있지 않을까? 손절선 걸어두고, 손실액은 알바로 메꾸면 어떨까?

온체인 데이터 분석 일감 부스러기: 5-10만 원쯤 하는 자잘한 바운티를 따내다 보면 언젠가 뒤에 0 한두 개 더 붙겠지


2. 단기 - 24년 8월

계약직 일자리: 지난주에 이사를 했더니.. 긴급 수혈이 필요하다

책 번역: 한글로 번역해보고 싶은 책(링크 걸려있으니 클릭!)이 있다. 그러려면 출판사들에게 '출간 기획서' 써서 뿌려야 한다는데.. 일단 GPT에 미룬다

한국어 교육: 왕년에 영어 과외로 이름 좀 날려봤다. Latte is a horse. 이제는 한국인에게 영어 가르치는 거 말고 비한국인에게 한글 가르쳐보자!

코인 에어드랍: 가스비 내면 남는 것 없다고 하지만, 한탕주의 & 제로 리스크(노동력/시간 제외) 콤보에는 손이 가요 손이가

옵티미즘 커뮤니티: Retroactive Funding 이라고, 우선 우리 커뮤니티에 기여를 하고 나면 그 결과물에 대해 나중에 보상해 주겠다는 특이한 시스템을 가진 곳이다. '너네 이런 거 필요하지?' 하는 세일즈 포인트를 찾는 데, 그리고 얼굴도장 찍는 데 초기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이상! 

2주 후에 만나요~ 제발~


지오디 길 가사를 달리에 넣었더니 만들어준 이미지


이전 01화 나는 너의 퇴사를 바란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